한중 영화계, "합작영화로 상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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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영화계, "합작영화로 상생하자"
  • 취재기자 최위지
  • 승인 2015.10.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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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영화의 미래 세미나...한국의 기술, 중국의 시장이 합쳐 세계를 넘는다

2일 오후 5시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는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의 제작자인 강제규와 펑샤오강, 그리고 손하오 감독이 한 자리에 모여 한·중 합작영화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영화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폭풍우가 물러간 뒤 맑아진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많은 관객과 취재진들이 일찌감치 모여 한·중 감독들이 피울 이야기꽃에 관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특히 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여자 관객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행사가 끝난 뒤 강제규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여성 팬들도 많아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 왼쪽부터 사회자, 강제규 감독, 손하오 감독, 펑샤오강 감독, 통역자(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사회자와 세 감독, 한·중 통역이 모두 무대에 등장하면서 행사가 시작됐다. 한·중 합작영화가 더 이상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계속되는 시대적 흐름이며, 그 가운데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가 한·중 합작영화 역사에 기념비이자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소개와 함께 사회자가 간략하게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이어 각 감독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선글라스에 모자로 한껏 멋을 낸 펑샤오강 감독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쓰고 나온 펑샤오강 감독은 부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제규 감독과 행사장으로 오면서 부산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펑샤오강 감독은 “부산에 집을 하나 사고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또 부산은 북경과 가까운 도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시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대 맞은편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햇볕이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강 감독은 왜 부산에 집을 한 채 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좌중을 웃겼다.

펑 감독은 자신과 10여 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고 순하오 감독을 소개했다. 순 감독은 중국에서 가장 좋다고 소문난 북경영화대학 감독과를 졸업한 엘리트 감독이다. 이번 행사가 진행되기 직전,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의 첫 GV에 참석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온 순하오 감독은 “관객들을 살펴보니 중국관객들만 이해하고 웃을 만한 웃음 포인트인데도, 한국 관객들이 신기하게 그 지점을 잘 찾아내 적절하게 잘 웃어줬고, 반응이 좋아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순하오 감독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는 펑 감독이 일본 홋카이도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구상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펑 감독은 이 작품을 일본 홋카이도에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중·일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중국 관객이 아무도 보지 않을까봐 한국에서 촬영하기로 결심했다. 이 영화는 제주도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면 제주도에서 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작업할 것이라면 꼭 강제규 감독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신현준과 손예진 등 좋은 배우들을 강 감독과 함께 해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감독 덕분에 한국의 실력있는 스텝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한·중 합작영화를 만드는 데 실전적이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펑샤오강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강제규 감독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과거 펑 감독이 영화 <집결호>를 구상하던 당시, 중국은 특수효과나 컴퓨터그래픽 등의 기술이 미흡해 본인이 원하는 영화를 촬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때 강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펑 감독이 보고 <집결호>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전부터도 친분을 가지고 있었던 펑 감독과 강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하고 온 경험있는 한국 스텝들과 함께 <집결호>를 제작했고, 그 결과, 이 영화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강 감독은 “그 인연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해 십 수년 째 함께 좋은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한·중 영화에 대한 견해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집결호>가 개봉된 지 7여 년이 흘렀다. 펑 감독은 당시와 현재의 여러 차이에 대한 견해를 내놓았다. 당시와 비교해 중국의 촬영 기술 등이 진보한 것은 틀림없으나 발전 속도가 여전히 더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펑 감독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헐리우드에 가서 분장, 특수효과 등 여러 기술적 분야들을 배워와 한국에서 직업으로 삼거나 회사를 차리는데, 중국 젊은이들은 헐리우드에서 배우가 되려고만 하고, 돌아와서 영화를 만드는 제작 스텝은 부족하다. 중국에서 블록버스터를 촬영할 때면 스타급 배우들에게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해 기술 발전이 늦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펑 감독의 견해에 대해 강 감독은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 영화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감독은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북경의 한 단편영화제에서 중국의 단편영화들을 많이 접했는데, 예상 외로 한국보다 중국의 단편영화들이 더욱 퀄리티가 높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의 새로운 디지털 세대 젊은이들이 영화를 잘 찍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이제 선의의 경쟁을 해야한다”고 말헀다.

한·중 합작영화의 특성상 제작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운 점에 대해 강 감독은 “블랙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는 영화이다 보니, 웃음코드, 대화의 느낌, 웃음 포인트 등이 중국정서와 한국정서 간 차이가 있어 작업과정에서 조금 힘들었다”고 말했다. 순 감독은 “손예진, 신현준 등 한국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할 때 통역을 통해야 해서 중국배우들을 지도할 때보다 두세 배는 힘들었다”며 “제주도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촬영준비를 마치면 비가오고, 촬영을 접으면 날이 개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 

한·중 합작은 이제 단순히 하나의 이벤트나 특정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영화계의 거대한 흐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한·중 합작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는 이전의 한·중 합작과는 또 다른 장르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쁜놈은 반드시 죽는다>는 한국에서는 12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여성팬들에게 둘러싸인 강제규 감독(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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