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암표상 기승...정가 3~4배 바가지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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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암표상 기승...정가 3~4배 바가지 일쑤
  • 취재기자 윤영한
  • 승인 2015.08.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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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동원해 인기좌석 싹쓸이 후 단속 피해 노골적 호객행위 벌이기도

대학생 김동원(24, 대전시 유성구) 씨는 최근 인기가 치솟아 거의 홈구장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응원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경기 시작 훨씬 전에 일찍 야구장으로 향했다. 이날도 표가 매진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날 경기도 일찌감치 매진이 되어버렸고, 김 씨와 친구들은 구장 근처에 있던 암표상들에게 웃돈을 얹어 표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표가 매진이라 어쩔 수 없이 암표를 구매했다. 경기 관람은 즐거웠지만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 프로야구 인터넷 예매 사이트는 1인당 6매로 티켓 구매수가 제한되어있다(사진: 롯데자이언츠 티켓 예매 시스템, 티켓링크 화면 캡처).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암표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야구팬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각종 예매 시스템부터 1인이 대량 구매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암표상들이 들끓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표상들은 각 구단의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경기를 관람하기 좋거나 인기 있는 좌석의 표들을 사들인다. 암표상들을 막기 위해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표에 제한이 있지만, 암표상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하여 여러 계정으로 수십 장의 표를 사들인다. 오프라인, 즉 현장 구매분도 암표상들이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하면 손쉽게 수십 장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각 야구 구단들은 문화누리 카드 할인 정책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문화누리 카드를 이용하면 전 구단의 예매 티켓을 4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암표상들은 이를 악용하여 싼 가격으로 다량의 표를 확보한다(사진: 문화누리 카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암표상들은 값싼 가격에 다수의 표를 사전 구입할 수 있는 신종 수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암표상들은 저소득층들의 문화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누리 카드’가 스포츠 티켓 예매시 정가보다 40% 저렴한 가격에 예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악용하여 표를 쓸어가기도 한다. 사직구장 매표소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누리 카드가 생긴 후부터 이를 악용하여 표를 여러 장 구매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암표상들도 몇몇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표상들은 이렇게 구한 표들을 정가의 두 배, 많게는 서너 배의 가격을 받고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에게 판매한다. 야구장까지 와서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러한 암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암표를 구매한 한 야구팬은 “처음 야구를 보는 여자 친구를 위해 응원하기 좋은 응원단상 쪽의 암표를 구매했다. 매번 예매할 때마다 이 자리는 판매되고 없어서 아예 암표를 살 생각을 하고 왔다. 아마 이런 인기 자리는 암표상들이 싹쓸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부산 사직구장 근처에서 암표를 판매하던 암표상. 그는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좋은 자리를 줄 테니 사 가라며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했다(사진: 취재기자 윤영한).

야구장 관할 경찰서는 암표상들을 단속하기 위해 게임이 있는 날은 구장 근처를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웃돈을 받고 팔았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힘들어서 현행범으로 체포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단속에 걸린다고 해도 2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전부이기 때문에, 암표상들을 근절하기가 힘들다. 사직구장 근처에서 암표를 판매하던 익명의 암표상은 “단속하러 나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쉽게 티가 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잘 걸리지 않는다. 판매 현장을 걸리지만 않으면 처벌받지도 않는데다가 걸려도 벌금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실제 암표상 단속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암표 단속 집계 현황에 따르면, 2010년에는 106건이던 암표 매매 적발 건수가 2014년 203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4월까지만 해도 38건에 이른다.

암표상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야구팬들이다. 기껏 야구를 보러 왔는데 암표상들 때문에 비싼 웃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려고 했던 박윤지(23, 경기도 안양시) 씨는 표가 매진되어 암표상을 찾았으나, 암표상이 정가의 두 배를 요구해서, 그냥 근처 술집에서 경기를 봤다. 박 씨는 “TV로 경기를 보니 비어있는 자리들이 많았다. 저 자리들이 대부분 팔리지 않은 암표상들의 표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KBO 관계자도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암표상이 늘어나는 것이 잘 알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암표상 근절을 위해서는 암표를 구매하지 않는 팬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올해 8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야구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암표상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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