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노출경쟁, 암표 극성 등 개선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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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노출경쟁, 암표 극성 등 개선했으면..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10.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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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대성공 이면의 아쉬운 뒷맛

부산국제영화제로 떠들썩했던 부산이 썰물 빠진 듯 조용하다. 태풍 후 급격하게 낮아진 기온 탓인지 분위기까지 확 바뀐 듯하다. 벌써 옛 일처럼 느껴지는 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생각하면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이 든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영화제 기간 동안 느꼈던 미숙한 부분들도 그 씁쓸한 마음에 한 몫을 더한다. 축제의 열기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화제의 아쉬운 부분을 다시 살펴봤다. 

레드 카펫은 여배우들의 노출 대회?

▲ 해가 갈수록 여배우들의 노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3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강한나, 한수아, 홍수아(사진: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영화제, 연말 시상식 등 빠지지 않는 것이 여배우들의 노출이다.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고자 하는 것은 어느 여배우나 마찬가지겠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노출로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여배우들이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천국제영화제에서는 배우 여민정 씨가 가슴 라인이 파진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다가 어깨 끈이 내려가 한쪽 가슴을 내보이는 다소 의도적인 노출사고를 겪었다. 이보다 쇼킹한 노출은 없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는 배우 강한나가 엉덩이 골이 드러나는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배우 한수아와 홍수아 역시 가슴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걸어 노출 경쟁에 합류했다.

덕분에 배우 강한나와 한수아, 홍수아는 포탈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올라 그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들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쯤 되면 과도한 노출 경쟁으로 세계적인 영화제로서의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 문화홀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드레스 코드를 정할 수는 없겠지만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할 수는 있다너무 지나친 노출은 민망한 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우 강동원과 영화제 측의 불협화음

영화제 시작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은 배우 강동원과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마찰이다. 이 논란은 강동원이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김지운 감독의 영화 <더 엑스> GV(관객과의 대화)에 개막식이 있던 하루 전날인 4일 돌연 불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영화제 측은 강동원의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고 주장했고 강동원 측은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에 안 올거면 영화제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하며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영화제 측의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4일 저녁 7시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식 직전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의 전당 인근에서 열리는 <더 엑스>의 기술시사에 강동원이 온다는 소식에 개막식 분위기가 분산될 것을 우려해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면 당일 센텀 CGV에 안 오는 게 좋겠다고 했을 뿐, “영화제 기간 부산에 오지 말라고 영화제 측이 했다는 강동원 측 주장은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강동원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GV에 참석했지만 영화제 기간 내내 뜨거운 진실 싸움이 이어지며 영화제, 강동원 양쪽 다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부산시를 위한 영화제?

3일 개막식 표가 43초 만에 매진됐다. 그 때문에 올해도 어김없이 개막식 표를 파는 암표 상들이 등장해, 정상가 2만원이던 표는 순식간에 4, 5배로 값이 뛰었다. 개막식에 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만큼 좌석이 넉넉지 않아서다. 야외의 전당 야외무대 5,000석 중 일반석은 1,500. 나머지는 3,500석은 모두 초대석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그 3,500장 중 2,000여 장은 영화제 측이, 1,500장 가량은 부산시가 가져간다. 부산시가 가져간 1,500장은 부산 각종 기관장에게, 또는 영화제와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 생색내기용으로 돌아간다. 43초 매진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표를 산 사람에게나, 간발의 차로 표를 얻지 못한 사람에게나, 거금을 들여 암표를 산 사람에게나 이런 실상은 힘 빠지는 얘기다. 당장 내년부터 부산시에서 가져간 좌석 중 1,000석을 일반인에게 나눠준다면 매년 되풀이되는 암표 상이 지금처럼 활개치지는 않을 듯하다.

지난 12일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폐막식도 아쉬운 모습들이 드러났다. 폐막식 행사 중 대형 스크린에 열흘 간 고생한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 뒤이어 퇴임을 앞두고 있는 허남식 부산시장의 사진이 비슷한 분량으로 나간 것. 이에 허남식 부산시장이 지난 9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지원한 것은 맞지만, 과잉 공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관객이 없는 영화관엔 자원봉사자들이 관객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총 관객수는 21 7,685명으로 2년 연속 20만명이 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관마다 국내외 관객들로 가득 찼지만, 영화제에서 주최한 여러 행사 중 텅 빈 객석도 있었다. 특히, 영화계 거장들과 함께 그들의 영화세계와 인생을 돌아보는 마스터클래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임권택, 이창동 감독을 포함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 상수상자인 리티 판 감독, 이스라엘의 문제를 소재로 다룬 아모스 기타이 감독, 아일랜드 특별전에 초대받은 짐 쉐리단 감독 총 5명의 감독이 참석했다.

이 중 국내 영화팬들에게 생소한 외국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시간에는 관객이 적어 자원봉사자를 관객으로 위장해 참석시켰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원봉사자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도 쉬쉬 되는 건데, 자원봉사자들 중 사복을 입은 사람이 일반 관객인 척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감독들을 모셔놓고 텅 빈 좌석을 보이기는 것도 민망하지만,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를 관객인 척 속여서 머리 수를 채우는 것도 억지스런 일이다. 관객들을 억지로 오게 할 순 없지만 앞으로는 영화제 측에서 해외 감독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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