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흥정은 필수, 바가지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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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행, ‘흥정은 필수, 바가지는 덤‘
  • 김예은 시빅뉴스 필리핀 특파원
  • 승인 2015.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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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을 여행할 때 흥정은 필수다. 이곳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자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는 속칭 바가지를 씌우는데, 개인이 돈을 받고 운행하는 트라이시클(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대중교통)부터 회사에서 정찰제로 운영 중인 택시까지 그 바가지의 범위도 넓다. 이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다.

▲ ‘지프니’라는 필리핀 고유의 운송수단 내부 사진. 트럭을 개조해서 만들었으며, 한국의 지하철처럼 마주보고 가는 구조로 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은).
▲ 트라이시클.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옆에 좌석을 추가해 승객을 태운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은).

필리핀에서 법적으로, 회사에서 금액을 규제하는 대중교통은 택시와 지프니(트럭을 개조해 만든 대중교통 수단으로 한국의 시내버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운행된다)가 있다. 택시의 기본요금은 40페소(한화 약 1,000원), 지프니의 기본요금은 7페소(약 180원)이다. 하지만 택시와 지프니 기사들은 손님들을 상대로 ‘장난’을 친다.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켜지 않고 큰 금액을 요구하고, 지프니 기사들은 종종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다. 필리핀 유학 중인 김유나(25)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꾸야(오빠, 아저씨) hello’라고 따갈로그(필리핀 언어)어를 쓰면 기사들의 수법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다. 지프니를 이용할 때는 정확한 금액을 준비해 내는 것이 좋다”며 팁을 전했다.

유명 여행지에서 ‘바가지’는 더욱 심해진다. 기자가 거주하는 세부에서 조금 떨어진 카모테스 섬은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이름난 섬이다. 세부 섬에서 배를 타고 2시간여를 가야하는데, 기본 뱃삯은 180페소(약 4,500원)이다. 하지만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암표상들로 인해 티켓을 구매하는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암표상들은 티켓 창구 앞에서 따로 매수한 구매자들에게 티켓 개수를 확인한 뒤 개수만큼 티켓을 구매한다. 그리고 그 티켓을 뒤 늦게 와서 표를 못 구한 구매자들에게 팔면서 기본 값보다 두 배 많은 300페소(약 7,500원) 정도를 받는다. 암표상들에게만 표를 파는 줄이 티켓 창구에 따로 있을 정도지만, 이것을 제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티켓 창구 앞은 암표를 팔기 위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은 금방 줄어들 것 같은 티켓 창구 줄을 바라보며 2-3시간을 허비한다.

▲ 카모테스로 가는 배를 티켓팅하는 곳. 빨간 동그라미 속 필리피노가 티켓 창구 앞에서 암표를 팔기 위해 승객들과 대화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은).

긴 기다림 끝에 암표 바가지를 쓰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여행자들은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바로 여행지에서 이용할 대중교통 수단을 잡는 것인데, 보통 여행자들은 지프니나 트라이시클, 또는 오토바이를 이용하게 된다. 역시나 기사들은 큰 금액을 먼저 부른다. 실제 사례를 예로 들면, 오토바이 가격을 흥정할 때, 기사들은 1인당 100페소(약 2,500원)를 요구한다. 그리고 흥정을 통해 1인당 50페소(약 1,250원) 정도에서 타협을 본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말이 달라진다. 기사들은 “50페소라고 한 적이 없다. 70페소를 달라”고 말한다. 속수무책으로 달려드는 기사들에게 여행자들은 그냥 요구하는 금액을 주고 만다. 이 사례의 주인공인 유학생 김민지(24) 씨는 “흥정 때문에 필리핀 여행하기가 꺼려진다. 정찰제로 운영되면 편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필리핀에는 정찰제 아닌 정찰제가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세부의 유명한 가와산 폭포로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자국민은 무료, 외국인은 40페소(약 1,000원)다. 이곳을 여행한 이진주(23) 씨는 “입장료가 40페소라고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피노는 돈을 내지 않고 지나갔다. 자국민은 무료라는 표시도 없다. 외국인만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필리피노에게 물어보니, 자국민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황당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 폭포는 시내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트라이시클이나 지프니 기사들에게 “시내로 돌아갈 때도 이용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이 때 근처 필리피노들은 주차료를 요구한다. 아무데나 세워도 무방한 곳인데도 말이다. 제대로 된 주차장 간판과 안내문도 없는데 주차비를 요구하는 돈에 여행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와산 폭포에 다녀온 정푸름(25) 씨는 “갑자기 주차료를 요구하기에 주지 않겠다고 했더니 필리피노들이 끈질기게 돈을 달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포기하더라. 원래는 주차료 같은 것이 없는 듯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찰제가 아닌 필리핀 문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여행자들에게서 이익을 보려는 필리피노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택시의 기본요금과 지프니 이용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전 여행자들의 여행 후기를 통해 얼마나 흥정했고 얼마를 지불했는지를 인지해두는 게 좋다. 세부의 어학원 선생인 필리피노 아리엘(24, Ariel) 씨는 “나쁜 필리피노들로 인해 기본 금액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유학생들을 많이 봤다. 무조건 조심해야한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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