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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 실종을 예방한다"...틀니 속 칩 심은 ‘스마트 틀니’ 개발스마트폰을 틀니에 대면 보호자 주소 등 정보 한눈에...사용법 홍보가 과제 / 박주영 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노인 수는 올해 약 72만 명에서 2024년에는 1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중앙치매센터는 2030년에는 치매인구가 전체 노인의 10%인 127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치매환자가 늘면 자연히 치매 노인 실종자도 늘어나게 마련. 경찰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치매 노인 실종 건수는 2014년 8207건, 2015년 9046건, 지난해 9869건을 기록,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연도별 치매환자 실종 현황(그림: 보건복지부 제공).

도대체 치매는 왜 걸리는 걸까? 치매의 발병원인으로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최근 흥미로운 가설이 등장했다. 구강건강과 치매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 일본 규슈대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60세 이상 노인 1566명의 치아 상태와 치매발생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치아가 1~9개 있는 노인은 치아가 20개 이상 있는 노인보다 치매가 생길 확률이 81% 높고, 치아가 10~19개인 노인 역시 치아가 20개 이상 있는 노인에 비해 치매 위험이 6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서 치아가 많이 남아 있을수록 치매에 덜 걸리고, 치아가 적게 남아 있을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도 확인됐다. 경북대 치과대학 조민정 등의 공동연구(2015년 ‘대한구강보건학회지’ 39권 3호)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184명을 조사한 결과 치아가 0~10개 남아있는 사람은 치아가 모두 존재하는 사람보다 치매위험이 약 2.64배 높았다.

왜 치아수와 치매발병률이 상관관계를 나타낼까? 그 근거는 음식을 씹는 행위가 뇌혈류 증가를 가져오고, 동시에 두뇌 피질을 자극하며, 이 과정에서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치아로 씹는 행위가 정상적이지 못하면 기억력이 그만큼 손상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틀니 개발자 배병수 씨(사진: 취재기자 박주영)

배병수(57) 씨는 부산시 수영구에서 치과기공소를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치과기공사다. 그는 보철기나 금니는 물론 노인들을 위한 틀니를 만들어 왔는데, 어느 날 우연히 치매와 치아건강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그가 만든 틀니가 노인들의 씹는 운동을 도와 뇌의 혈류량을 늘리고 기억력 증가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치아와 치매와의 상관관계가 배 씨의 상상력을 다른 곳으로 발전시켰다. 치매 노인들은 대개 틀니를 끼는 경우가 많고, 수시로 틀니를 어디에 두었는지 본인도 모르고 주변 사람도 찾느라 애를 먹기 일쑤란 사실이 떠올랐다. 또 틀니를 낀 치매노인이 집을 나가 실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여기서 배병수 씨는 틀니 속에 칩을 넣어서 이를 누군가 핸드폰으로 읽어내면 틀니를 주인에게 찾아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더욱이 틀니를 끼고 실종된 치매 노인을 발견한 주변 사람들이 실종 노인의 틀니 속 칩을 핸드폰으로 읽어서 보호자를 찾아줄 수도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배병수 씨가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개발한 것이 ‘스마트 틀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 틀니의 성능을 틀니 착용자에게 임상실험을 해준 분은 부산대 치과병원 보철과 허중보 교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스마트 틀니의 공동개발자가 됐다.

틀니에 스마트칩을 장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주영).

배 씨가 개발한 스마트 틀니는 기존의 틀니에 환자의 각종 정보가 내장된 ‘NFC Tag’를 삽입한 것이다. NFC는 근거리 무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로 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이다. NFC가 내장된 틀니에 아무 스마트폰이든 NFC를 켜고 가까이 대면 바탕화면에 칩 속의 정보, 즉 틀니 주인의 성명, 보호자 연락처, 혈액형, 앓고 있는 지병 등이 스마트폰에 뜨게 된다.

원래 배병수 씨는 10년도 넘게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치매노인요양병원 애광원에 봉사를 다녔다. 그의 봉사활동은 애광원에서 노인들의 틀니를 세척해주고 수리해 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틀니를 세척하기 위해서 요양사들이 치매노인 분들의 틀니를 수거해 각각 별도의 종이컵에 담아 온다. 하지만 세척하는 과정에서 틀니가 바뀌어 주인을 찾아 주는데 혼란을 겪는 어려움이 자주 생겼다. 배 씨는 또한 길을 잃고 배회하는 치매노인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배 씨는 “대개 실종된 치매 노인들이 틀니를 끼고 있었고, 또 요양원 노인들의 틀니가 바뀌는 일을 자주 경험하다 보니, 틀니에 칩을 넣어서 잃어버린 틀니도 찾고, 틀니를 끼고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는 묘안이 떠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씨는 허중보 교수와 함께 개발을 끝낸 스마트 틀니를 애광원에서 처음으로 실제 노인들에게 착용시켰다. 이들은 대한치과보철학회가 ‘틀니의 날’로 지정한 7월 1일을 기해 애광원에 있는 20여 명의 치매 노인에게 스마트 틀니를 새로 맞춰드린 것이다. 물론 기존의 틀니에도 칩을 넣을 수 있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애광원에 근무하는 한 요양보호사는 “틀니가 바뀌어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에 틀니를 가져다대면 어르신들 이름이 뜨니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칩이 장착된 틀니 부분에 스마일스티커가 붙어져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NFC를 켜고 대면 틀니 주인의 정보가 바탕화면에 뜬다(사진: 취재기자 박주영).

스마트 틀니는 치매환자가 아닌 일반 틀니 이용자들에게도 유용하다. 틀니 이용자들은 하루에도 식사 전후로 틀니를 여러 번 빼고 다시 끼우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틀니가 분실되는 경우가 많다. 틀니는 보험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 그러나 스마트 틀니를 이용하면 분실된 틀니 칩에 저장된 연락처로 발견자가 전화를 결어줘서 주인에게 돌려 줄 수 있다. 틀니는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이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 단지 주인이 누군지 몰라 발견한 사람은 대개 주은 틀니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 틀니를 사용하는 신영순(85, 부산시 서구) 씨는“큰 돈 주고 틀니를 맞췄는데 식당에 두고 나와 틀니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스마트 틀니를 사용하니 잃어버릴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 틀니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노인이 착용한 틀니가 스마트 틀니인지, 거기다 스마트폰을 대면 틀니 주인의 정보가 뜨는지를 아직은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배 씨는 스마트 틀니 스티커가 붙은 틀니는 ‘스마트 기능’이 있음을 널리 홍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 씨는 “병원, 요양원, 119 등에는 쉽게 홍보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일반인들까지 홍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체계적인 홍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틀니의 칩에 저장하는 정보는 이용자가 동의하는 정보만 입력시킨다. 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므로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스마트 틀니의 정보에는 이용자의 혈액형과 평소 앓고 있는 지병도 기입할 수 있다. 배 씨는 “스마트 틀니를 착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스마트 틀니를 읽어서 환자 보호자와 연결해주거나 응급조치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 씨와 허 교수의 스마트 틀니 개발의 최종 목표는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배 씨는 또 스마트 틀니를 통해서 우리나라 치기공 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그는 스마트 틀니가 치매 노인 발병률을 줄이고 실종되는 치매 노인 수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취재기자 박주영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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