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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자만 보면, 페루 사람들은 'china(치나)!!'라고 외친다

멀게만 느껴졌던 페루가 내 발밑에 닿았을 때도 그곳이 한국인지 페루인지 실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리마(페루의 수도)에 도착한 지 채 3시간도 되지 않아 아찔한 신고식을 치르며 나는 한국과 남미의 문화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작년 3월, 나는 페루 UPC 대학의 교환학생에 선발되어 우리나라로부터 정반대 편에 위치한 남아메리카로 향했다. 미국 LA를 경유해서 30여 시간의 오랜 시간 비행에 나와 교환학생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라면을 생각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부엌에 물을 올리고 각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굉장히 큰 폭발음이 났다.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를 바라볼 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뉴스에서만 봤던 테러라도 일어났을까?' 엉뚱한 상상도 잠시,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그 폭발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둔 냄비와 냄비 뚜껑은 분리되어 저만치 날아갔고 어디 있었는지 모를 유리 파편이 온 부엌을 덮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페루의 가스레인지는 유리 덮개가 있었다. 가스레인지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때 위생상과 안전상의 문제로 유리 덮개를 덮어둔다고 한다. 그것을 알 리 없던 우리는 숙소에 있던 가스레인지의 검은 유리 덮개를 보고 인덕션(불을 이용하지 않고 유도가열 원리를 이용한 조리용 가열 기구)으로 착각했다. 그 덮개를 올리지 않고 위에다 물이 든 냄비를 두어 불을 올린 탓에 유리덮개가 폭발한 것이다.

폭발한 후의 가스렌인지 모습. 아래 사진과 비교하면 그 변화를 금방 알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폭발하기 전의 가스레인지 모습. 가스레인지 위에 유리 덮개가 올려 있다. 우리 일행은 이게 먼지 않지 말라고 위생상 사용하는 덮개인데 이를 가스레인지의 일부로 생각하고 이 위에 냄비를 올려 놓고 라면을 끓였다. 열기가 가해지자 이게 폭발하고 만 것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혹시라도 주위에 누구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위험천만했을 아찔한 신고식으로 환영을 받은 우리는 400솔(우리 돈 약 14만 원 정도)이라는 처음 보는 가스레인지의 유리덮개 값을 치르며 페루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china(치나)’는 내가 페루에서 인사말인 ‘hola(올라)’보다 더 많이 들은 말이다. ‘china’는 스페인어로 '중국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China에서 유래한 듯하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페루에서 대부분의 아시아인을 중국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동양 여자에게는 China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이라 생각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실제로 이 단어를 동양인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페루 사람들은 정말 당황스럽게도 굉장히 반가워하며 순수한 얼굴로 나에게 ‘china’를 외쳤다.

한 번은 버스정류장에서 한 아기와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아기가 너무나 예뻐 눈을 떼지 못하는 나에게 아기의 엄마는 굉장히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아기에게 “¡ Mira! ¡ Mira! ¡ China! (아가야, 여기 봐라, 중국인이네!)”라고 외쳤다. 악의 없이 그렇게 좋아하는 아기와 엄마를 보며 나는 그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버스를 탔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아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아시아인이 잘 없어 중국인이라 오해할 수 있는 페루의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들었던 ‘china’라는 단어는 기본적인 외국인에 대한 배려나 예의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그들의 언어 문화인 듯했다. 그리고 나 역시 가스레인지 유리 덮개의 폭발처럼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문화 차이를 배우며 의도치 않게 페루 가족과 친구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았는지 고민하고 노력하게 됐다.

취재기자 이주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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