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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의 대저택과 산속 빈민촌의 공존, 그리고 두 지역을 갈라 놓은 높이 3m의 '수치의 벽'/ 취재기자 이주현

페루의 산에는 나무가 없다.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집이 있다. 왜냐하면, 페루의 산에는 도시에서 생활할 여건이 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가 빈민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산속의 집들은 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져 한눈에 보아도 전기와 수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는 해안가를 따라 대저택들이 늘어서 있지만 멀지 않은 곳에 빈민촌이 공존하는 도시다. 나는 이곳에서 매 순간순간 페루 사회의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페루에 체류 중이었던 나는 리마에서도 신시가지에 집을 구해 페루의 빈민촌을 가까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사는 집의 페루 가족과 함께 농산물 시장을 가다가 크게 놀랐다. 멀게만 느껴졌던 빈민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얼마 가지 않아 도로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갑자기 페루 가족은 내게 밖을 보던 창문을 올려라고 하며 차의 모든 문을 열리지 않게 잠갔다. 빈민가가 있는 구시가지에서는 밖에서 차 문을 강제로 열고 절도를 할 정도로 치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빈민가 풍경은 이전까지 본 적 없는 페루였다. 희뿌연 모래 먼지가 바닥의 관리되지 않는 쓰레기 더미 사이로 끊임없이 날렸고 꾸역꾸역 들어선 산속의 집들은 곧 쏟아질 듯 불안해 보였다.

멀리서 보이는 산속의 빈민가 모습. 셀 수도 없이 많은 집들이 마치 산의 일부인 것마냥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페루 리마의 빈민가 주택. 산 속조차 그들의 주거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듯 조금의 여유도 없이 작은 주택들이 모여있다. 주택마다 널린 빨래가 그들이 산 속에서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하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내가 페루에서 지내던 집은 번화가의 중심에 있는 노란 지붕의 이층집이었다. 한국에서 늘 꿈꾸던 집이었는데, 페루의 번화가인 미라플로레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집이었다. 나는 페루에서 불가피하게 세 번 이사를 하면서 페루의 집에 이골이 나있었는데, 그곳의 집에는 하나같이 특이한 공통점이 있었다. 부엌이나 옥상에는 다른 방과 다르게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변기와 세면대가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화장실이 붙어있었다. 처음에는 이 방과 화장실의 용도를 알 수 없었지만 미라플로레스에서 세 번째 집을 구하면서 곧 알게 됐다.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방. 실제로 짐을 넣으면 공간이 거의 없다. 리마의 저택 집 구조 중 이런 침모의 방은 가장 외진 곳에 있는 탓에 저녁이 되면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사진: 박소희 제공).

그 방과 화장실의 주인은 집안일은 하는 분이었다. 내가 지내던 집에는 우리나라로 중학생 정도의 나이에 '프라니'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집안일을 도와주었다. 처음 나는 서투른 스페인어 때문에 프라니를 보고 페루 가족의 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프라니는 늘 집안일을 하고 있었고, 내가 아침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는 내 방을 마치 호텔방처럼 단정하게 청소해놓았다. 알고 봤더니 이 아이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내가 지내는 집에서 숙식을 하며 집안일을 도와주고 자신의 집에 조금의 돈을 보낸다고 한다. 페루에는 구시가지나 아마존과 같은 형편이 어려운 지역 사람들이 도시에 나와 일하며 가족들에게 경제적 보탬이 된다고 한다.  

페루에는 프라니와 같은 아이들이 많았다. 테라스가 있는 맥줏집에 앉아있기라도 하면 일고여덟 살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초콜릿이나 꽃송이를 가지고 계속해서 테이블을 들린다. 초콜릿이나 꽃송이를 팔아달라고 마음 아픈 눈을 하고 판매 행위를 한다. 어른들에게 보호받아야 할 페루의 가난한 어린아이들은 밤새도록 이렇게 술집 거리를 전전하며 밤을 지새운다.

페루 리마의 가게나 거리,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보이는 사람마다 초콜릿을 내민다.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 뒤로 어린아이의 표정 없는 얼굴이 또래 아이 같지 않다(사진: 박소연 제공).

2015년 10월 SBS에서 페루의 ‘수치의 벽’이 보도된 적이 있다. 이 벽은 리마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사유 재산에 빈민가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벽을 쳐 놓은 것이다. 이 벽의 높이는 3m로 어떻게 지었는지도 모르게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가난한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가두어 둔 것처럼 벽을 쳐 놓았다. 프라니와 맥줏집 어린아이들은 한 도시에서도 생계를 위해 가족과 떨어지거나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차가운 도시로 내몰렸다. 그래서 더욱 리마의 대저택과 산속 빈민촌의 공존은 더욱 안타까웠다.

취재기자 이주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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