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비 따로, 파일값 따로... 사진관이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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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비 따로, 파일값 따로... 사진관이 기가 막혀
  • 취재기자 이정은
  • 승인 2015.02.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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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용 증명사진 한 장 만들어주고 "파일 전송비는 별도로 내라"

대학생 이수지(23,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씨는 며칠 전 아르바이트 온라인 지원서를 내기 위해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다. 이 씨는 촬영비와 현상인화비 명목으로 1만원을 냈다. 사진 촬영 후, 이 씨가 사진관에 사진 원본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자, 사진관 주인은 파일 전송비로 2000원을 요구했다. 디지털 사진을 찍기만 하면 생기는 사진 파일을 이메일로 그냥 보내달라는 데 별도로 파일값을 내라니 이 씨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씨는 “메일 보내는데 비용이 별도로 드는 것도 아닌데, 2000원을 요구해서 불쾌했지만, 그래도 내가 당장 파일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파일값을 냈다”고 말했다.

▲요즘 사진관은 증명사진을 찍을 때 대개 1만 원 정도를 촬영 및 현상비로 요구한다. 그러나 고객이 원본 파일을 달라고 하면, 파일 값을 별도로 청구한다(사진: 취재기자 이정은).

요즘 대부분 사진관이 소비자가 사진 파일을 원할 때 파일값을 어떤 종류의 사진이냐에 따라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2만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증명사진 등의 파일값 유료화의 정당성을 놓고 사진관 측과 소비자 측 사이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사진관들은 증명사진, 돌 사진은 물론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프로필 사진, 친구나 연인끼리 찍는 이미지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진관에서 촬영된 모든 사진 파일을 유료로 소비자에게 건네주고 있다. 이때 포토샵 등 별도의 기술이 가미된 사진 파일을 가지려는 소비자는 단순한 증명사진 파일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서면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사진 파일값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진 촬영 등의 노동 대가는 촬영비 등으로 청구되고 사진 파일 값은 사진관 직원이 포토샵 작업 등 전문적인 기술을 거쳐 원본 파일을 만든 대가이므로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씨는 “(사진 파일은) 우리 사진관의 독창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니까 돈을 지급해야 파일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일값을 따로 청구하는 사진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생겨나자, 일부 사진관은 촬영비용에 사진의 파일값을 아예 포함시켜 사진 촬영비 자체를 시중 1, 2만 원보다 3만 원 등으로 비싸게 책정해 놓고 소비자에게는 원본 파일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유성경(24, 부산시 북구) 씨는 파일값을 촬영비용과 별개로 청구하는 것이나 촬영비용에 포함하는 것이나 소비자에게는 조삼모사로 비친다고 생각한다. 유 씨는 “사진을 찍고 파일을 손에 쥐려는 고객이 을이 되고 파일을 가진 사진관이 갑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는 소비자는 증명사진을 포함한 모든 디지털 사진의 원본 파일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사진 현상 및 촬영업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진촬영업 사업자가 소비자의 촉탁에 의해 대가를 받고 촬영한 증명사진 원판의 인도 요구를 받은 경우 디지털 방식의 사진 파일은 소비자에게 인도하되, 인도에 드는 재료비(공 CD, 공 디스켓) 등 실비는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공하는 USB에 복사해주는 것이나 이메일로 파일을 전송해 주는 것은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재료비, 즉 실비가 없으므로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사진 원본 파일을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이메일 전송에 드는 실비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없어서 사진관들이 소비자에게 실비를 청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사진관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장비 유지 및 보수 등에 드는 비용을 파일 전송의 실비로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김성진(32, 부산시 진구 당감동) 씨도 작년에 친구들과 함께 이미지 사진을 찍었다. 당시 김 씨는 촬영 후 사진관 측에 파일을 달랬더니 값을 따로 달라고 해서 그럴 수 없다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진관 측의 태도가 하도 완강해서 결국 파일이 필요한 김 씨가 추가 사진 파일값을 내고 파일을 받았다. 김 씨는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 소재 법률사무소 변호사 박준식 씨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행정적 조정 기준이므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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