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담긴 세계사', 퓰리처상 부산전시회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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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담긴 세계사', 퓰리처상 부산전시회 성황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5.02.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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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수 234점으로 크게 늘고, 한국전쟁 특별사진전도 함께 열려

▲ 퓰리처상 사진전이 열리는 전시장 내부. 많은 사람들이 전시 작품 사진들을 보면서 감상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당신을 웃게 하거나, 울게 하거나, 가슴 아프게 하는 사진이 있다면,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사진입니다.” 이는 1969년 퓰리처상 스팟 뉴스 사진(spot news photography) 부문 수상자 에드워드 애덤스가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부산 시민들은 ‘제대로 된’ 사진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금 부산에서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KNN 월석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 부산’은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다. 작년 12월 5일 시작된 사진전은 올해 2월 22일까지 열린다. 지난 번 우리나라를 찾을 때 전시 작품이 145점이었는데 이번에는 234점으로 크게 늘었다. ‘6·25, The Forgotten War’라는 제목의 한국전쟁 관련 특별 전시도 포함돼있다.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가 기증한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부터 시작됐다. 퓰리처상은 저널리즘 14개 부문과 그 외에 문학,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에 걸쳐 시상된다. 퓰리처 상은 90여 년을 지나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저널리즘 부문 수상자가 되려면 미국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문학, 드라마, 음악 부문 수상자가 되려면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퓰리처상의 사진 부문은 1942년에 신설됐다. 이후 사진 부문은 1968년 스팟 뉴스 부문과 특집사진(feature photography) 부문으로 구분됐으며, 2000년에 스팟 뉴스 부문은 특종사진(breaking news photography) 부문으로 명칭이 바뀌어, 현재 사진 부문은 특종 부문과 특집 부문 두 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선정되고 있다.

전시장은 평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전시장에는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깔려 있다. 관람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시간 순으로 진열된 수상작들을 보면 된다.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전시작들이 모여 있다. 사진 옆에는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 사진들. 사진 설명은 기사 안에 소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전시작들은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1989년 발생한 화재사고로 죽어가는 아이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소방관의 모습(프리랜서 론 올슈웽거 기자 촬영, 1989년 스팟 뉴스 사진 수상작, 상단 왼쪽), 한국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82년에 숨진 남편의 시신이 묻힌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한 국립묘지에서 오열하는 아내의 모습(<덴버 포스트>의 안소니 수오 기자 촬영, 1984년 특집 사진 수상작, 상단 오른쪽), 2006년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 불법 정착민들이 지어놓은 집을 부수려는데 불법 정착민인 한 여성이 수십 명의 군인들을 혼자서 막아서는 모습을 담은 사진(AP의 오뎃 밸릴티 기자 촬영, 2006년 특종 사진 수상작, 하단)들도 있다. 특히 이들 사진 앞에서는 관람객 몇 명이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감성적인 여성들은 그런 사진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일쑤다.

▲ 충격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 이들 사진의 상세한 성명은 기사 속에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퓰리처상 수상 사진들은 대개 이미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 많다. 그러나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 중에는 충격적인 모습을 담은 것들도 있다. 1979년 이란의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 이후 정권을 잡은 세력이 반대파를 총살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UPI의 자란지르 라즈미 기자 활영, 1980년 스팟 뉴스 수상작, 상단), 199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프리카 민족회의와 줄루당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반대파의 한 사람을 불 태워 죽이는 장면(AP의 그레그 마리노비치 기자 촬영, 1991년 스팟 뉴스 수상작, 하단) 등이 그 예다. 몇몇 관람객들은 이들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아!”, “헉”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1970년대까지의 전시작들은 흑백사진이다. 1980년대가 돼서야 칼라사진이 드문드문 등장한다. 흑백사진이 멋스럽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면, 칼라사진은 사실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세간에 잘 알려져 있거나 역사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 23점은 특별히 전시장 입구에서 빌려주는 MP3와 이어폰을 이용해 자세한 음성 설명이 제공된다. 해당 사진들은 사진 옆에 조그맣게 1부터 23까지 숫자가 적혀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음성 설명을 제공해,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들도 MP3 대여는 필수다.

▲ 한국전쟁 특별사진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2010년대 수상작의 전시가 끝난 곳에서 마지막으로 ‘6·25, The Forgotten War’ 한국전쟁 특별사진전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여기에는 한국전쟁 당시 무너진 대동강 철교와 피난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195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맥스 데스포 작가가 한국전쟁 때 찍은 32점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한국전쟁 특별사진전은 크게 서울수복, 평양탈환, 중공군의 개입, 흥남철수 등 4개 주제로 구분된다. 공포와 굶주림에 이골이 난 피난민의 모습, 적과 대치하거나 적을 공격하는 미군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있다. 최근 인기 영화 <국제시장>의 모티브가 된 흥남철수를 찍은 그 유명한 사진도 이곳에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오래 머무르는 경향을 보인다. <국제시장>을 본 사람들은 아마도 더 오래 머물 것이다.

한 관람객은 혼자 전시관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는 “234점이나 되는 사진을 감상하고 그 사진들에 딸린 설명을 읽는 속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혼자 와서 자유롭게 즐기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부에는 3~4명의 운영요원이 중간중간에 배치돼 있다. 이들은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해주거나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하지만, 매일 오후 2시와 4시 정각에는 가이드 역할까지 맡는다. 신청자들이 있을 경우, 이들 운영요원 중 한 명이 시대별 대표적 사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한 운영요원은 “전시작을 다 둘러보는 데 평균 2~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전시장을 둘러보고 싶은 관람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대구 계명대생 박준형(29) 씨는 “사진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좋은 사진들을 보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부산대생 김지영(25) 씨는 “누구든지 노력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여기 와서 버렸다”며 “누군가를 잃었을 때 애써 담담한 척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경성대 사진학과 오승환 교수는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퓰리처상 사진전이 가진 가치”라며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들은 세상의 비극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사진전 관람시간은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전시종료 1시간 전 입장을 마감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 2,000원, 중고등학생은 1만원, 초등학생과 유아는 8,000원이다. 관람 안내 및 할인 혜택 등 관람 관련 문의는 전화(☎1577-7600)나 인터넷 홈페이지(www.pulitzerprize.co.kr)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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