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NN 월석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 부산’은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다. 작년 12월 5일 시작된 사진전은 올해 2월 22일까지 열린다. 지난 번 우리나라를 찾을 때 전시 작품이 145점이었는데 이번에는 234점으로 크게 늘었다. ‘6·25, The Forgotten War’라는 제목의 한국전쟁 관련 특별 전시도 포함돼있다.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가 기증한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부터 시작됐다. 퓰리처상은 저널리즘 14개 부문과 그 외에 문학,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에 걸쳐 시상된다. 퓰리처 상은 90여 년을 지나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저널리즘 부문 수상자가 되려면 미국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문학, 드라마, 음악 부문 수상자가 되려면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퓰리처상의 사진 부문은 1942년에 신설됐다. 이후 사진 부문은 1968년 스팟 뉴스 부문과 특집사진(feature photography) 부문으로 구분됐으며, 2000년에 스팟 뉴스 부문은 특종사진(breaking news photography) 부문으로 명칭이 바뀌어, 현재 사진 부문은 특종 부문과 특집 부문 두 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선정되고 있다.
전시장은 평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전시장에는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깔려 있다. 관람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시간 순으로 진열된 수상작들을 보면 된다.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전시작들이 모여 있다. 사진 옆에는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1970년대까지의 전시작들은 흑백사진이다. 1980년대가 돼서야 칼라사진이 드문드문 등장한다. 흑백사진이 멋스럽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면, 칼라사진은 사실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세간에 잘 알려져 있거나 역사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 23점은 특별히 전시장 입구에서 빌려주는 MP3와 이어폰을 이용해 자세한 음성 설명이 제공된다. 해당 사진들은 사진 옆에 조그맣게 1부터 23까지 숫자가 적혀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음성 설명을 제공해,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들도 MP3 대여는 필수다.
한 관람객은 혼자 전시관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는 “234점이나 되는 사진을 감상하고 그 사진들에 딸린 설명을 읽는 속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혼자 와서 자유롭게 즐기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부에는 3~4명의 운영요원이 중간중간에 배치돼 있다. 이들은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해주거나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하지만, 매일 오후 2시와 4시 정각에는 가이드 역할까지 맡는다. 신청자들이 있을 경우, 이들 운영요원 중 한 명이 시대별 대표적 사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한 운영요원은 “전시작을 다 둘러보는 데 평균 2~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전시장을 둘러보고 싶은 관람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대구 계명대생 박준형(29) 씨는 “사진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좋은 사진들을 보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부산대생 김지영(25) 씨는 “누구든지 노력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여기 와서 버렸다”며 “누군가를 잃었을 때 애써 담담한 척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경성대 사진학과 오승환 교수는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퓰리처상 사진전이 가진 가치”라며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들은 세상의 비극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사진전 관람시간은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전시종료 1시간 전 입장을 마감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 2,000원, 중고등학생은 1만원, 초등학생과 유아는 8,000원이다. 관람 안내 및 할인 혜택 등 관람 관련 문의는 전화(☎1577-7600)나 인터넷 홈페이지(www.pulitzerprize.co.kr)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