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장소 정수기, 위생상태 못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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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장소 정수기, 위생상태 못 믿는다
  • 취재기자 이희운
  • 승인 2014.06.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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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업체 관리 소홀...악취나고, 벌레 등 이물질도

요즘엔 물을 끓여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를 주로 렌트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끗할 줄만 알았던 정수기에서 악취가 나고 이물질, 벌레 등이 발견되는 등 정수기 렌털 업체의 정수기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육군훈련소에 근무 중인 조윤행(23) 병장은 군대 정수기가 너무 더럽고 악취가 나서 정수기 뚜껑을 열어보니, 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가 그 안에 수두룩해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조 병장은 “바퀴벌레같이 더러운 것이 있으니 물맛도 이상한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4월 8일 자 신문에서 한국목욕업중앙회 인천지회는 4월 14일까지 시내 모든 목욕탕 안의 정수기를 철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공공장소의 정수기 청소상태가 문제가 된 것인데, 정수기 렌털 업체의 정수기 관리 소홀로 목욕탕 정수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검출되어 목욕탕들이 과태료를 물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정수기를 없애고 대신 생수를 팔고 있는 부산 지역의 한 목욕탕의 음료수 진열대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희운)

이러한 정수기 위생 불량 실태는 가정집보다는 공공장소에서 특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교, 대중목욕탕 등 공공장소는 정수기 수가 렌털 업체의 관리자 수에 비해 많아 관리자들이 철저하게 검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공공장소의 정수기는 점검 모습을 대여 업소의 누군가가 직접 입회해서 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경북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유통업 사장 정모(49) 씨는 정수기 관리업체가 가정집과 사무실에 있는 정수기를 다르게 관리한다고 주장한다. 정 씨는 자신의 집에서 사용 중인 정수기는 관리 업체 직원이 점검 왔을 때 자신이 옆에 붙어 있으니 필터를 교체하면서 스팀으로 내부 청소까지 해주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용 중인 정수기는 관리 업체 직원이 점검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 없어 관리를 대충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정 씨는 “우리가 식자재 유통업체여서 사무실 위생에 민감한데, 회사 정수기가 저렇게 더러우니, 시에서 우리 회사 위생 점검 나왔을 때 뭐라고 할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경북 경주시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정모(64) 씨는 현재 목욕탕에 정수기를 없애지 못하고 있다. 정수기 런텔 회사들은 렌털 기간 3년이 지나면 소유권을 렌털한 사람에게 이전시켜 준다고 한다. 문제는 소유권이 이전되니까 그후부터 정수기 관리가 소홀해지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경주시에서 한우고기집을 운영하는 정모(52) 씨도 정수기를 렌털해서 쓰고 있는데 식당일이 바쁘다보니 렌텔회사에서 정수기를 관리하는지 신경을 잘 쓰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수기 회사 직원이 와서 필터만 대충 갈아주고 점검표에 무언가 적고 가는 것 같다며 “ 렌털 기간이 3년이 지나 정수기가 가게 소유가 되자, 이번에는 새로 나온 정수기로 다시 렌털해서 쓰라고 권해서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정수기 렌털 업체들이 자신들을 광고할 때 A/S 서비스와 정기 점검 서비스를 약속하고 있지만, 그런 약속들이 형식적인 점검과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 코웨이 정수기 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43) 씨는 모든 정수기에 동일한 정기 점검 서비스를 해주고 있고 내부 청소를 해주고 있어 점검 서비스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점검일정표에 점검사항을 기록하고 있고, 문제가 있으면 관리자를 징계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장소의 정수기 위생 상태는 관리업체 직원의 말과 다르다. 대구의 한 대학에 다니는 정윤섭(23) 씨는 “솔직히 정수기 점검표에 점검했다고 쓰여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믿고 마시는 거지, 솔직히 더럽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믿고 정수기 물을 마실 수 있게 제대로 된 점검,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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