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위생 점수 ‘빵’점
상태바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위생 점수 ‘빵’점
  • 취재기자 최위지
  • 승인 2014.03.31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기한 표시 안한 채 오래된 제품 버젓이 팔기도

 ‘신선한 베이커리’를 지향한다는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 중 일부 점포에서 제조일자 및 유통기한도 표시하지 않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팔고 있어 소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자녀의 생일 케이크를 샀던 한 구매자가 환불을 하기 위해 다시 매장을 찾았다. 집에 가서 확인해보니 케이크 겉에 묻어 있던 생크림과 케이크 시트 속의 생크림의 상태가 확연히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케이크를 구매했던 정모(21) 씨는 유통기한을 확인하기 위해 케이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케이크는 본사에서 만들어지는 완제 케이크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케이크로 나뉜다. 완제 케이크의 경우에는 케이크 받침에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지만, 점포에서 직접 만드는 케이크의 경우 유통기한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정 씨는 해당 점포로부터 "직접 만드는 케이크는 생산한 날로부터 3일만 판매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구매했던 케이크에는 제조일자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상태가 불량해 점포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정 씨는 “겉의 생크림만 걷어 내고 다시 발라 새 케이크처럼 판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제작된 케이크인 것 같아 꺼림칙했다” 며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라서 믿고 구매했는데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판매되는 샌드위치도 역시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본점에서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장이 직접 만든 제품이다. 그런데 역시 본점이 제조한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적혀 있으나 매장이 직접 만든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젹혀있??않은 점포가 많다. 두 종류 모두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찍혀 있는 비닐 포장을 사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손님들이 비닐 포장의 앞뒤를 자세히 살피기 전에는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2년 가량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이영숙(가명, 24) 씨는 점주로 부터 완제 샌드위치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폐기하지 말고 포장을 새로 해서 매장에서 만든 것인 양 재판매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씨는 “샌드위치 속 야채가 시든 경우 떼어내거나 새로 집어넣어서 다시 포장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새로 만들어진 제품 같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점주들이 사적으로 이런 식의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들을 처리하는 팁들을 주고받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베이커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빵도 역시 두 종류가 있고, 이것도 점포가 직접 제조한 것에는 프랜차이즈 비닐을 사용했지만 제조일자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여러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은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만 판매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 모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포장된 빵. 유통기한이나 제조일자는 찾아볼 수 없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다. 가족들과 먹기 위해 집으로 빵을 사갔던 김모(52) 씨는 빵 포장지 끄트머리가 잘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그는 해당 매장을 찾아가 "멀쩡한 포장 비닐이 왜 잘려나가 있느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물음에 점포 측에서는 이리저리 말을 바꾸다 결국 "전날 만들어진 빵을 따로 표시해 둔 것" 이라며 "전날 저녁에 만들어진 빵이라 오늘 빵과 별 차이가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모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제빵기사로 근무했던 김모(27) 씨는 점주들의 요구에 못 이겨 빵을 재사용한 경험이 있다. 김 씨는 보통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할 수 없는 식빵은 피자빵이나 토스트, 샌드위치 등으로 사용하고 바게트는 마늘빵이나 크림바게트로 만들었다. 김 씨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식빵은 방부제가 많이 들어있어 그런지 곰팡이도 잘 피지 않는데, 심한 경우 점주가 식빵에 곰팡이가 피지 않은 이상 어떻게든 사용하라고 지시했었다” 고 털어놨다. 또 “이런 지저분한 수법들이 일부 점포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마땅한 관련 법령이나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식약청에 따르면, 유통기한 표시의 기준은 유통 유무로 결정되기 때문에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제품은 유통기한 의무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가운데 오히려 일부 대형마트 내 베이커리들은 즉석빵에 대해서도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정확하게 표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모 대형마트에서 빵을 고르고 있던 한모(26) 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더 전문적이고 위생적일 것이라고 생각에 자주 이용해왔다. 그는 “마트 빵은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느낌에 전문성도 없어 보여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조일자 표시를 보니 차라리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 한 대형마트 내 베이커리.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한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49) 씨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명성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라도 고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 씨는 “요새 지역 명품빵집들이 대세로 떠오르다 보니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점주들이 줄어든 매출에 높은 가맹비와 점포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 같다”며 “먹는 것 가지고 나쁜 짓을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