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18년 옥살이...당시 판사 여상규 의원 "책임감? 웃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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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18년 옥살이...당시 판사 여상규 의원 "책임감? 웃기고 있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1.2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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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고문 끝 무기형 선고..."책임감 느끼지 않느냐" 방송 제작진 질문에 막말 응대 / 정인혜 기자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사진: 여상규 의원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과거 판사 시절 내린 간첩 조작 사건 판결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 의원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2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1980년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형사로 근무하던 석달윤 씨가 당시 안기부에 의해 고문 수사를 당하고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을 다뤘다. 당시 판사였던 여 의원은 석 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석 씨는 18년간 옥살이를 하다 풀려나 지난 2009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 의원의 판결로 1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제작진은 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러나 여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 대꾸하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석달윤 씨를 혹시 기억하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여 의원은 “재판을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매주 한 열 건 정도씩 하는데 1년 이상 된 것은 기억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나온 대답이 충격적이다.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낸 발언도 이것이다.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기고 앉아 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고 화를 내고는 전화를 끊었다.

방송 직후 여 의원의 발언은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28일에도 온종일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여 의원의 이름이 올랐을 정도다. 여 의원의 이름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날 ‘여 의원을 처벌해달라’며 청원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어쩜 저리 뻔뻔할 수 있나. 죄송하다는 말을 해도 모자랄 판에 ‘웃기고 앉아 있네’라니 정말 기가 찬다”며 “피해자의 18년은 누가 보상해 주나. 광화문 광장으로 끌어내 공개 재판받게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여 의원을 성토하고 나섰다. 다만 여 의원이 소속된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상규 의원은 현재 자유한국당 '정치 보복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이라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사형까지 당하게 만든 세력이 또 전쟁을 막고 신경제 성장의 기회인 '평화올림픽'에도 추악한 색깔론의 누명을 씌워 폭망시키려 합니다. 절대 불가!"라고 적었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내고 여 의원 비판에 가세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권성주 대변인의 논평을 내고 “1980년대 불법 구금과 고문 속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던 당시 판사가 그 책임을 묻는 기자에게 '웃기고 앉아 있네'라며 대화를 끊던 모습은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며 "억울하게 인생을 망친 피해자에게 사과와 위로의 한마디를 할 수 없는 것인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제1야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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