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으로 돌아온 이정명 작가의 열정 강의 '세종처럼 창조적으로, 혜원처럼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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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으로 돌아온 이정명 작가의 열정 강의 '세종처럼 창조적으로, 혜원처럼 열정적으로'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11.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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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으로 한국인 최초 이탈리아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 상 수상 / 김예지 기자
15일 경성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이정명 작가의 '세종처럼 창조적으로, 혜원처럼 열정적으로!'라는 제목의 강연이 열렸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15일 오후 3시 경성대학교 중앙도서관 7층 프레지던트 홀에서 이정명 작가 초청 강연회 ‘세종처럼 창조적으로, 혜원처럼 열정적으로!’가 열렸다. 이날 강연은 경성대학교 학생과 지역 주민등 다양한 청중이 자리를 메웠다.

이정명 작가는 "제가 쓴 <바람의 화원>과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꿈을 꾸고, 창조적으로 타개해 나갈 수 있는지 같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최근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가 처한 암울한 현실을 걱정했다. 그는 사회가 어려울수록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개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연대한다면 밝은 내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상상력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가 상상력의 상징으로 제시한 인물은 세종대왕이었다. 그는 세종이 조선의 태평성대를 연 성군이나 왕가에서 태어나 편안하게 옥좌에 앉아 세상을 다스렸을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세종의 가족사는 매우 극단적으로 불우했다고 지적했다. 세종은 역적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누이가 죽고, 형이 쫓겨나는 등 비극적이고 슬픈 개인사가 있다는 것. 이 작가가 강조한 것은 이런 개인사를 돌파하면서 우리 민족의 지식 유산인 한글을 만들고, 수많은 천문 기기와 과학 혁명이라고 할 만한 업적들을 이뤄낸 세종의 저력이 바로 상상력이라는 것. 

그렇다면, 그가 설명하는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그는 상상이란 말을 한자로 쓰면 서로 상(相)에 마음 심(心)이 합쳐져 생각할 상'想', 사람 인(人)에 코끼리 상(象)이 합쳐져 형상 상'像'자라고 풀이했다. 코끼리는 히말라야 산맥 남쪽 인도 지역에서 살았지만, 당시에도 교역이 있어서 중국 사람들은 코끼리라는 신기한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거기서부터 사람들은 '코 하나가 사람 다리보다 굵다', '몸집이 집채만 하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했으며, 정확한 코끼리의 모습을 본 이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진정한 코끼리의 모습을 떠올리지는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상상이라는 건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코끼리의 모습"이라며 "이게 완전한 코끼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에 있는 코끼리들을 총합해야 완벽한 코끼리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명 작가는 상상력이 오는 소스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디선가에서 상상력이 와야 사람이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과 혜원의 각종 발명으로 나타난 상상력은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작가는 세종대왕을 주제로 책을 쓴 만큼, 세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언급했다. 그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는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놈이 많으니라. 내 이를 어엿비 여겨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이하 생략)"라는 부분이야말로 세종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창조하고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르는 것을 묻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꿈을 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모르고 질문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르는 것을 모르는 대로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알려고 하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게 오히려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듣는 것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잘 들어야 질문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 생활을 했던 이 작가는 수습 기자 시절 선배로부터 좋은 질문에 대한 조언을 들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가 들은 선배의 질문 요령은 많은 질문보다는 '간결하고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라는 것. 그는 "많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많은 말을 듣는 게 젊은이들에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작가는 인생의 교훈으로서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3막 제1장에 나오는 "To Be or Not To Be"를 인용하며, To Be는 무엇이 될 거냐의 고민이고 To Do가 바로 무엇을 할 것이냐의 고민이라는 것. 그는 젊은이들이 꿈을 꿀 때 무엇이 되겠다가 아닌 무엇을 하겠다는 과정 지향적이고 능동적인 꿈을 꿔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의사가 되겠다는 꿈' 대신 '아프고 병든 자들을 고치며 세상을 이롭게 만들겠다'는 꿈을 꿔야 한다는 것. 그는 "(봉사하겠다는 To Do의 꿈을 꾸면) 의사가 되지 않아도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하거나 UN에서 일하며 그 꿈을 평생 이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작가의 작품 중 '빛을 발하지 못한 작품'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작가는 “저는 제 글이 책이 되어 나왔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의 글이 빛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한 명의 독자라도 내 책을 통해 교감할 수 있다면 빛을 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어떤 책이든 나쁜 반응과 좋은 반응은 나뉘어 있다. 이런 시선과 저런 시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미 나온 작품은 어쩔 수 없지만, 다음 작품을 쓸 때 어떤 지적이나 비판을 수용해서 쓰면 좋아지겠다는 좋은 어드바이스로 받아드린다"고 덧붙였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겠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 작가는 어떤 실패나 슬럼프 교착 상태까지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적극적으로 받아드리고 슬기롭게 상황을 이겨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작가는 "슬럼프가 왔다는 것 자체가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더 값진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슬럼프가 올 수밖에 없고, 고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외면하고 어떻게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겠냐"고 답했다.

이날 강연은 애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로 예정됐지만, 포항 지진의 여파로 단축됐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한편, 애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로 예정된 강연은 포항 지진의 여파에 따른 안전상의 이유로 한 시간가량 단축됐다. 강연에 집중하던 청중들은 강연이 단축되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정명 작가 또한 준비한 이야기를 모두 하지 못해 미련이 남은 표정이었지만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며 "저나 여러분들이나 평생 잊지 못할 강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4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바람의 화원>을 처음 접했다는 박희현(20, 부산시 북구) 씨는 그때부터 이정명 작가의 팬이 됐다. 박 씨는 "강연 내용이 무척 알찼고, 글을 쓰려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지진으로 인해 강연이 단축돼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중의 '슬럼프 극복'에 대한 이정명 작가의 답을 언급하며 "(작품에 대해 독자들이) 지적한 것은 고치려고 노력하되, 자신의 색을 잃지 말라는 점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이 작가는 청중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셀카 요청에 직접 핸드폰을 들고 자세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에 청중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강연을 들은 청중들은 이정명 작가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그를 에워쌌다. 시종일관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이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 들여 사인을 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이날 강연에는 이정명 작가의 열성 팬들도 보였다. 사진 속 두 학생은 사인을 받고, 이 작가에게 악수를 청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이정명 작가는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여원과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1999년 <천년 후에>를 시작으로 집현전 학사 연쇄 살인사건을 통해 세종의 한글 창제 비화를 다룬 <뿌리 깊은 나무>,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비밀을 풀어가는 <바람의 화원> 등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두 작품은 각각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장편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으로 한국인 최초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Premio Selezione Bancarella) 상’을 수상했다. 이 작가는 올해 열린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이탈리아 작가가 아닌 외국인 작가로 후보에 올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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