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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한국은 미국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2일 동아대서 특강 “미국인들은 한국에 무지...미국은 北 정권이 스스로 붕괴할 거라 전략적 오판 반복" 지적 / 조윤화 기자

 

‘제국의 기억상실증’ 강연 후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38선을 그은 이후 73년 동안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 정권 전복, 정권 붕괴를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엄청난 전략적 실패입니다.”

2일 오후 2시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서 ‘제국의 기억상실증’을 주제로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석좌교수가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커밍스 교수는 한반도 전문가이자 한국 현대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2권짜리 그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은 '존 K. 페어뱅크 상’, ‘퀸시라이트 도서 상’ 등을 받으며 한국전쟁의 역사적, 사회적 기원을 파고든 역작으로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침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반도 문제 석학인 커밍스 교수의 이날 강연은 수많은 참석자들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강연에 앞서 동아대 한석정 총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브루스 교수가 건강이 좋지 않아 해외 강연 요청엔 잘 응하지 않았지만 내가 시카고 대학을 다닐 때의 사제 간의 인연으로 초청에 응해 강연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나이를 먹고 한국에 찾아와서 하나 더 발견하게 된 것은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란 서두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전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이번 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았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한 아주머니가 그에게 “어느 나라를 여행할 계획이신가요”라 물었다고 한다. 커밍스 교수가 “한국, 홍콩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답하자, 아주머니에게서 “오, '한국홍콩' 좋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한국과 홍콩 두 나라를 전혀 알지 못하는 아주머니는 '한국홍콩'이 또 다른 하나의 나라 이름이었다고 생각한 것.

커밍스 교수는 이어 “미국 CNN 방송에서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아느냐?’고 묻자, 대다수의 미국인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으며, 심지어는 남아메리카를 가리키며 한국이라고 대답한 미국인도 있었다”며 “미국인이 한국전쟁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신화, 파편화된 기억, 그리고 정치적으로 형성된 판단들을 뒤섞어 넣은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교육받은 엘리트 미국인조차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미국인이 한국에 가지는 인식이 거의 무지에 가깝다"고 했다. 

북미 관계로 화제를 돌린 커밍스 교수는 “북한은 1930년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하지만, 수십 개의 나라에 신경을 쓰며 제국을 운영해야 하는 미국은 북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지도자들이 그동안 북한 지도자들을 과소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근거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김정일을 '피그미'라고 부르며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겠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키가 작고 뚱뚱하다'고 부르며 자신이 '더 큰 버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들었다.

커밍스 교수는 세계사에서 폭력과 그러한 위협과 관련된 큰 참사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한 전쟁’,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습’, ‘한반도 핵무기 역사와 위협’ 세 가지를 꼽았다. 이어 그는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위와 같은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미국에서 어떠한 심각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습과 한반도의 핵 역사’에 대해 강의할 때 학생들이 전혀 몰랐던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3년 동안 매일 24시간, 공중 폭격이 북한의 모든 인민에게 가해졌다”며 미국이 한국에 투하한 폭탄량은 63만 5000t으로, 이는 2차 세계대전 동안 태평양의 모든 교전 지역에서 사용된 50만 3000t보다 많다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은 전쟁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예”라며 "38선을 그은 이후 73년 동안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 정권 전복, 정권 붕괴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엄청난 전략적 실패”라고 꼬집는 것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성국 부산대 교수 사회로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대담을 펼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강연이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참석했다. 토론은 김동춘, 박형준 교수가 발언하고, 뒤이어 강연 참석자의 질문이 이어진 다음 브루스 교수가 종합적으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김동춘 교수는 브루스 교수가 강연에서 미국인이 한국에 대해 무지하다고 짚은 점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도덕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제국이 가지고 있는 속성의 문제로 본다"며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무지는 제국과 식민지, 종속국 간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북한과 미국의 긴장 관계는 무지가 아닌, 의도된 방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시민권자들은 미국 정부의 의도된 방치에 어느 정도 조종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의도된 방치’에 더 주목해야지 ‘미국의 북한에 대한 무지’에 질타를 가하는 것이 과연 북한의 핵 개발 대체에 효용이 있느냐"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어 박형준 교수는 “대학원 시절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책이 브루스 교수의 책이었다”며 “그의 저서는 한국 현대사를 해석하는 큰 흐름의 하나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의견과는 다른 부분이 생겼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뒤이어 그는 "역사라는 것은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 해석한 것을 어떻게 스토리텔링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역사의 해석이 그 시기를 살아가는 국가와 사회 내 집단의식으로 전승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때문에, “현재 미국인들이 한국,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를 미국 국민에게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김동춘 교수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강연을 마치고 웃고 있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한석정 총장(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뒤이어 청중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커밍스 교수는 여러 질문에 대한 종합적인 답변으로 “한국전쟁과 비교했을 때, 베트남 전쟁은 미국 내에서 여러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가지며 재조명되고 있다.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베트남에서 일어났던 이러한 일들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고 얘기하면 학생들은 깜짝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곤 한다”며 “질문해주신 여러 부분에 대해서 인정한다. 대다수 미국인이 한국전쟁 및 북한에 대해 알기 싫어하는 것 또한 '의도된 관심 구조'이며, ‘의도적 무관심’은 대다수 미국인이 한국에 대해서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몇 주 전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는 관계자와 나눴던,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문 대통령을 바짝 개 목줄에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브루스 교수는 “내가 알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당신의 개가 아니기 때문에 목줄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고 응수했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마친 뒤 강연자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한국이 미국에 맞서, 한반도에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해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강연을 마쳤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조동희(21) 씨는 “근래 들었던 강연 중 최고였다”는 호평을 남겼다. 두시간 가량 걸린 강연이 끝나자, 커밍스 교수에게 청중들이 몰려들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인과 셀카 요청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아이돌 인기 못지않다”는 말을 남겼다.

취재기자 조윤화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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