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수변공원, 밤되면 '무법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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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수변공원, 밤되면 '무법천지'
  • 취재기자 조민지
  • 승인 2013.07.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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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무단 쓰레기 투기에 일부 취객 고성방가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은 한마디로 ‘명당’이다. 해운대와 광안리 중간에 위치해 광안대교의 야경과 넓게 트인 바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그런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수변공원이 불법 쓰레기, 불법 주차, 불법 놀이 등 ‘불법의 명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9일 오후 6시 무렵, 해가 길어진 탓에 주위가 환했음에도 수변공원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인근 횟집에서 포장해온 음식들과 술을 먹으며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8시가 되자, 공원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공원 입구부터 주변 도로는 양쪽 빽빽이 주차된 차량들 탓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공원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에는 차량이 다 차지 않아 곳곳에 빈곳이 눈에 띄었음에도, 시민들은 돈을 내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도로변에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공원 주변을 맴돌았다. 양쪽 길가에 주차돼 있는 차량들 때문에 진입하는 차량들이 애를 먹었다.

이는 엄연히 불법 주차임에도 불구하고, 단속하는 공무원도 없고,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변공원 관리소 관계자는 “구청에서 도로변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불시에 단속하긴 한다”면서도 “여름엔 공영주차장도 만차가 될 때가 많아서 눈감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밤이 더 깊어지자, 취사가 금지된 이곳에는 텐트를 치거나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됐고, 불꽃놀이로 인해 연기와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수변공원 관리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다가가 “여기서 텐트 치고 취사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자 시민들은 “이제 곧 정리하려던 참이다”라고 말만 할 뿐 그후로도 몇 시간 동안이나 텐트를 철거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관리인도 그 후로는 별 말 없이 지나쳤다. 마치 형식상 주의 한 번 주면 그것으로 끝인 듯했다.

수변공원 관리인은 “원래 이곳은 취사는 물론이고 음식도 먹을 수 없지만, 워낙 사람들이 몰려와 이젠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며 “불꽃놀이를 하거나 고기를 구워먹을 때, 텐트를 치고 있을 때만 찾아가서 말로 주의를 줄뿐”이라고 말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시민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떴다.

공원 중앙 출입구 분리수거하는 곳에는 시민들의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기 위해 구청에서 나온 공무원들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 일부 시민들은 먹다 남은 음식물을 그대로 놔두고 도망치듯 공원을 빠져 나가거나 공무원들 눈을 피해 공원 화장실 앞에다 몰래 투기하고 떠나기도 했다.

수변공원은 작년 여름에 하루 5t의 쓰레기가 나올 만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 관할 수영구청은 올해부터 특별히 공원 쓰레기 단속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청은 작년에 ‘말하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공원 중앙 출입구에 일명 '쓰레기 조형물'을 설치해 투명한 재질의 조형물 안에 맥주병과 일회용 용기 등 각종 쓰레기를 담았다. 시민의 양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것은 어제 수변공원에 버려진 쓰레기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도 붙였다.

또 수영구는 올해부터 심야 시간대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에 필요한 감시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인근 음식점들과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를 직접 산 음식점에 다시 가져다주면 그곳에서 처리해주기로 하는 협약도 맺었다.

먹은 음식을 치우지 않고 그냥 두고 가는 얌체족들을 위해 공원 중앙 출입구에 “먹다 남은 음식을 산 음식점에 다시 들고 가면 처리해줍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걸었지만, 여전히 일부 비양심적인 시민들은 공무원의 눈을 피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있는 것이다.

▲ 멀리 광안대교가 보이는 수변공원에 사람들이 빼곡히 둘러 앉아 있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나, 이들은 밤이 깊을수록 다량의 쓰레기를 남기고 고성방가를 일삼는다(사진: 조민지 취재기자).

밤이 더 깊어지자 멋진 전망을 자랑하던 수변공원은 길가에 뒹구는 술병과 무단쓰레기들, 취객들의 오가는 고성들로 어느새 질서 없는 무법지로 변했고, 공원을 순찰하는 관리인이나 경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CCTV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녀와 함께 공원을 찾은 사하구 거주 주부 한모(30) 씨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쉬는 것은 좋지만 너무 무질서하게 노는 탓에 아이들의 교육에는 좋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부산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호주인도 “이곳은 전망이 너무 훌륭해서 친구들과 자주 찾는데, 가끔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다가와 이유 없이 큰소리로 욕을 할 땐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무질서한 공원 실태에 대해 수영구청 수변공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름에는 아무래도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무단 투기 단속을 위해서 CCTV를 설치했고, 신고 앱까지 도입했다”며 "아직 도입 초기라서 두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또 불법 주차 문제에 대해서는 “불시에 단속을 나가지만 그때 뿐”이라며 “관광객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8월 초에는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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