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객들 등쌀에 밤만 되면 '쓰레기 대란' 일어나는 민락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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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락객들 등쌀에 밤만 되면 '쓰레기 대란' 일어나는 민락 수변공원
  • 취재기자 백창훈
  • 승인 2018.07.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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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쓰레기 하루 4~5t, 수영구청 수거에 골치... 청소년 음주·폭력 사건도 빈발 / 백창훈 기자
금요일 밤 젊은이들이 찾아들어 북적거리는 민락 수변공원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백창훈).

여름철을 맞아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수변공원은 회를 먹으며 광안대교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곳. 젊은 남녀들의 즉석만남, 일명 헌팅이 이뤄지는 장소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피서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수영구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락 수변공원은 1997년 5월 총 3만 752㎡ 규모로 완성됐다. 초기에 수변공원은 부산 시민들의 산책 공간으로 음주를 하거나 즉석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온 유금상(25, 인천시 미추홀구) 씨는 “어릴 때는 여기에서 부모님이랑 게를 잡곤 했었는데, 그동안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민락 수변공원의 쓰레기통 앞에 함부로 버린 쓰레기 더미가 나뒹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백창훈).

4월 중순 이후 피서객들이 늘어나면서, 민락 수변공원은  7~8월에 최고 성수기를 이룬다. 금요일이나 주말에는 4t에서 최고 5t까지의 쓰레기가 버려진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낮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밤에는 SNS 영향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버려지는 쓰레기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수영구청은 쓰레기 처리를 위해 환경미화원을 집중적으로 배정하고 있다. 성수기에는 환경미화원을 최대 6명으로 늘리고 있지만, 쓰레기를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인원이 부족하다.

수영구는 또  쓰레기 근절을 위해 ‘민락 수변공원 양심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쓰레기를 방치하지 않고 지정 쓰레기통에 직접 버리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수영구청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430명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그러나 큰 효과는 없는 편.

행락객들이 몰려들다 보니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2012년부터 최근 5월까지 수변공원은 폭력, 청소년 비행, 음주 신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단속이 쉽지 않은 야외에서라는 점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음주도 잦다. 

광안해변로에 위치한 광민 지구대 김진호 팀장은 “현장을 방문해 청소년의 음주 여부가 포착되면 술 구매 경위를 확인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변공원은 방파제 위험방지시설이라 음주를 하기에는 위험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민락 수변공원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네덜란드에선  쓰레기통 앞에 ‘투표’라는 글자를 적어 놓았다. 긴 원통형의 쓰레기통 두 개를 설치하고 뒤에는 그때 그때 단순한 주제를 내세워 관광객들이 쓰레기로 자신의 생각을 투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투표에 재미를 느껴 자신의 의견에 해당하는 쓰레기통에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넛지 전략.'

서울시는 길거리 쓰레기통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시민들이 간단한 쓰레기를 맡길 수 있는 ‘환경지킴가게’를 내놓았다.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대학로 주변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시행되고 있다. 시민들은 ‘환경지킴가게’ 로고가 부착된 상점을 찾아 담배꽁초 같은 작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버릴 곳이 없어 늘어나는 거리의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

수영구도 접어드는 7~8월 성수기에 대비해 이와 같은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변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의 시민의식 제고가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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