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는 옛말? '처월드'에 못살겠다는 사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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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는 옛말? '처월드'에 못살겠다는 사위 급증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7.08.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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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사위 타박해 ‘장서(丈壻) 갈등’ 유발..."처가 간섭이 이혼 사유" 26% 응답 / 김지언 기자
고부갈등을 넘어 최근에는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을 일컫는 '장서갈등'이 번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결혼한 지 3개월 차에 접어든 회사원 최모(31) 씨는 처가와의 갈등으로 이혼 위기에 놓였다. 연애할 때는 서로 얼굴 볼 일이 많이 없어서 몰랐지만, 결혼하고 나니 장모가 자신이 잠을 얼마나 자는지, 집에는 언제 들어오는지 등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아내를 통해 알아내 타박을 주는 것이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몇 개월 동안 이런 일이 반복되자, 최 씨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최 씨는 “장모님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한테 잔소리를 하는데 아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내 이야기를 전한다”면서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짜증나서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딸의 결혼 생활에 친정어머니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장모와 사위 간에 일어나는 ‘장서갈등’이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시댁을 뜻하는 ‘시월드’에 빗댄 ‘처월드’라는 반대 개념의 신조어까지 나오며 새로운 이혼 사유로 급부상하고 있다.

장서갈등은 사회적인 성공을 거머쥐는 여성이 많아지고 맞벌이로 인해 집안 살림과 육아를 친정에 맡기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등장한 현상이다. 여성은 가정주부로 의무를 다하던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과는 달리 결혼한 뒤에도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거나 남성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사위에게 아까운 딸’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도 장서갈등을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가 35세 이하 재혼 상담 신청자 3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이혼 배경을 분류한 결과에 따르면, ‘처가의 간섭 및 갈등’으로 이혼한 남성이 26.1%로 ‘시가의 간섭 및 갈등’으로 이혼했다고 응답한 여성 17.2%보다 무려 8.9%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남성들이 주요 이혼 사유로 꼽은 처가의 간섭 및 갈등에는 가정 경제나 가사, 자녀 계획 등에 장모나 배우자의 가족이 개입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지난 4월 종영한 SBS 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는 사위 신세계(이완)와 장모 여시내(김혜선)의 갈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장서갈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드러냈다. SBS 예능 <백년손님-자기야>에서도 유부남 연예인이 장모나 장인과 24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장서 간의 일촉즉발 상황을 담아냈다.

이처럼 장서갈등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일반인들의 경험담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애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내의 산후조리를 도와주기 위해 올라온 장모님이 처음에는 은근히 눈치만 주더니 요즘에는 대놓고 ‘출산한 아내 옆에서 잠만 잔다’며 구박하는데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명절 때 내려가면 장모님이 매번 ‘누구네 남편은 이번에 뭐 됐다더라’, ‘누구네 남편은 뭐 해줬다더라’ 등 돌려 말하면서 압박을 줘 처가댁 가기가 꺼려진다”고 난색을 표했다.

장서갈등은 나아가 사돈끼리의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손영자(56, 부산시 금정구) 씨는 “내 아들도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입히면서 귀하게 키웠는데 사돈이 제 딸 귀한 줄만 알고 내 아들에게는 구박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얼굴도 안 보고 산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연미(59, 인천시 연수구) 씨는 “뭐 딱히 크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사위가 사돈한테까지 말을 전해서 일이 커졌다”면서 “싸움 날까 겁나서 앞으로는 아무 말도 못하겠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이러한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대해 한국가족상담연구소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친정어머니의 개입은 딸을 위한 모성애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제3자가 개입한다고 해서 부부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므로 친정어머니는 딸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하지 말고 딸은 중재자의 역할을 잘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원만히 소통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고 양측을 건강하게 이끌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

갈등을 풀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을 때는 법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혼 등 가사법 관련 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법무법인 '감사합니다' 송명호 변호사는 “장모가 무시성 언행을 계속하거나 육아를 도와주면서 부부 사이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바람에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민법 제840조 3항에 의거해 배우자의 직계 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갈등 해결에 협조하지 않은 배우자에 대한 유책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직계 존속에 의한 이혼일 경우 장모에 대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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