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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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 부산광역시 안소희
  • 승인 2017.07.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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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영웅 스토리 보다가 군함도의 절규 못들으면 어쩌나... / 부산광역시 안소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좁은 갱도, 사람의 음식 같지 않은 저질의 식사, 극한으로 몰고 가는 노동의 착취 등 조선인 강제 노역이라는 끔찍한 역사를 지닌 지옥섬, 군함도는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445편에서 소개되어 큰 이슈를 몰고 왔다.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최초로 담은 영화 <군함도>가 7월 26일 개봉했다. 묵직한 소재의 영화들인 <베를린>(2012), <베테랑>(2015)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에 관객들은 '묵직한' 기대를 가졌다.

<군함도>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1945년 일제 강점기. 많은 조선인이 일본의 석탄 채굴을 담당하기 위해 군함도에 와서 강제 노역을 당한다. 여성, 깡패, 심지어 일할 수 있다면 어린아이도 모두 끌려온다. 섬에 도착한 조선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매일 언제 가스가 터질지 모르는 해저 1000m 깊이의 갱도에서 일한다. 그러다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 노역이라는 만행을 덮기 위해 모든 조선인을 갱도에 가두고 폭파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알아챈 ‘박무영’(송중기)은 모든 조선인을 데리고 군함도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부분에서 꽤 실망했다. 소재의 기대감보다 이야기 전개는 그저 일반 상업 영화처럼 평범했다. 정의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힘을 합쳐 악을 물리치고 지옥을 빠져나온다는 포맷은 아주 익숙하다. 이는 흥행하는데 무리가 없는 전형적인 스토리 구성이기 때문이다. 군함도라는 무거운 소재가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무언가 역사적으로 일본을 압박하고 반성하게 하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담겨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조선인들의 가혹한 탈출기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었다. 

또, 극중에서 독립군 출신 박무영이 등장하는데, 후반부터는 영화 자체가 박무영을 히어로로 만들려는 듯해서 불편하기도 했다. 물론 이 인물이 군사 훈련을 받은 독립군 출신이기 때문에 조선인들의 탈출을 전략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점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멋진 액션 장면들이 이 영화를 박무영을 위한 영화인 것으로 몰고갔다. 특히 박무영이 군함도에서 지도자 노릇을 하던 일본인 ‘야마다’의 목을 베는 장면은 그 의도가 이해가 가면서도 굳이 검으로 목을 베어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연출을 할 필요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주인공이 중심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영웅 같은 1인 주인공이 너무 빛을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군함도 폭정의 주인공은 강제 노역으로 끌려간 많은 조선인들이기 때문이다. 좀더 다양한 조선인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더 장식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군함도>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소재이고 대외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과감하게 선택했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 아직도 군함도의 존재를 잘 몰랐던 후손들에게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렸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 또 내용상으로 무너짐이 없고, 극 후반의 액션 장면도 볼만하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녹여놓은 작품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군함도>에 실망할 수도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모두 실제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극화가 지나치면 사실을 압도하고 만다. 역사적 사실의 중요성이 주인공의 극적 활약에 감춰지면, <군함도>는 재미 있는 것으로 기억되고 말 것이다. 군함도의 절규를 최초로 다룬 만큼, <군함도>는  숨겨져 있던 역사적 사실을 많이 밝혀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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