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는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 주는 어른 동화...주제가 'Remember Me'는 라틴 음악의 진수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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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는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 주는 어른 동화...주제가 'Remember Me'는 라틴 음악의 진수 / 조윤화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8.01.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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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모험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사진: 씨네21 제공).

디즈니,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코코>가 “디즈니, 픽사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고 있다. <코코>는 음악을 ‘죄악’처럼 여기는 가족들 사이에서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 미구겔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게 되는 모험을 그린 영화다. 나는 평소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뿐 만이 아닌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에 이끌려 작은 기대를 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코코>는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영화 후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라고 하길래, 신파적 요소가 가득한 가족영화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코코>는 매우 사랑스럽고 볼거리 가득한 감동적인 가족 영화였다. <코코>의 매력적인 요소는 이야깃거리, 영상미, 그리고 사운드 트랙이었다.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건...

미구엘의 증조할아버지는 살아 생전 음악을 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그 이후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한다. 단 미구엘 만큼은 예외다. 미구엘은 본인만의 아지트에서 멕시코의 전설적인 뮤지션 ‘델라 크루즈’를 동경하며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반대하는 주변 환경과, 이에 맞서 필사적으로 음악을 하려는 미구엘을 보자,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신조 중의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입시에 돌입할 때까지도 성적에 맞춰 진로를 정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수시를 쓸 때도, 나는 ‘어차피 어떤 학과를 가도 취업하기 어려운 건 매 한가지니, 가고 싶은 학과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희망 학과를 정했고, 나는 현재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그 학과에 왔다.

영화를 보며 뜻밖에도 내가 처음 느꼈던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도록 지지해준 가족에 대한 감사다. 내 부모님은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 "무엇이 돼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무엇이 됐으면 좋겠다"고 방향을 정해준 적도 없었다. 그저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그만이다"라고 말해주셨다.

미구엘의 가족은 미구엘을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에 음악을 멀리하고 대대로 물려 오는 신발 만들기를 하며 가업을 이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가족들은 결국 그 선택이 미구엘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그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뭔가 특별한 결정적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러 과정을 함께 겪어 나가며 서로 이해하는 미구엘 가족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황금빛, 주황빛 가득한, 기괴하지 않은 화려한 저승 세계

<코코>의 배경은 대부분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진행되는데,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날에 어떤 사건에 휘말려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의 최대 명절이다. 멕시코 전통에 따르면, 세상을 떠난 이들이 1년에 한 번씩 가족과 벗을 만나러 세상에 내려오는데, 바로 이날이 ‘죽은 자들의 날’이다. 이때, 멕시코인들은 금잔화 꽃잎으로 제단을 장식하는데, 영화<코코>는 어둠 속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잔화를 너무도 화려하게 잘 표현해놓았다. 수직으로 끝없이 뻗어 있는 화려한 건물들, 독특하게 느껴지는 해골, 수천 개의 촛불들을 보고 있으면, <코코>가 역대 가장 화려한 CG라고 홍보하는지 알 것 같다.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흥겨운 라틴 음악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코코>의 사운드 트랙은 멕시코의 흥겨운 라틴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이전,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좋은 노래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코코> 역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겨울왕국> <Let It Go>의 작곡, 작사가가 만든 <Remember M>라는 주제가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코>를 관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검색해서 다시 들어볼 것이다. 지금도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코코> 사운드 트랙 전곡이 들어있다.

<코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멕시코 인이다. 그래서 원어 대사 속에는 미국, 영국인들의 영어 발음이라기보다는 멕시코 사람들의 특유 억양이 잘 묻어나는데, 이 또한 영화를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코코>의 제작진들은 3년 동안이나 멕시코에 거주하며, 멕시코 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즐겨듣는 음악 등을 현지인에게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치서, 멕시코를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택에, 나에게 영화 <코코>는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뻔한 교훈을 뻔하지 않게 전달해 주는 감동적인 가족 영화로 다가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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