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하는 소리에 진흙 접시가 산산조각, 클레이 사격장에서는 스트레스도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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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하는 소리에 진흙 접시가 산산조각, 클레이 사격장에서는 스트레스도 싹!
  • 취재기자 박신
  • 승인 2017.06.04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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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클레이 사격장 체험...산탄총으로 11cm 원반 쏘아맞히며 쾌감 만끽 / 박신 기자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총구를 정면으로 겨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둥근 접시 모양의 오렌지 색 클레이 피전이 산산조각 난 채로 공중에서 흩어져 내린다. 동시에 산탄총의 반동이 어깨로부터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사방으로 번지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클레이 사격의 한 장면이다. 사격이라면 대부분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이색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클레이 사격이 주목 받고 있다.

클레이 사격은 공중으로 날아가는 표적을 산탄총으로 쏘아 맞히는 스포츠. 표적으로 사용되는 클레이 피전은 흙으로 빚어서 구워 만든 것으로 지름 11㎝ 크기의 원반형 모양이다. 클레이 사격에 사용되는 산탄총은 흔히 말하는 샷건(shotgun)의 한 종류다. 이름 그대로 실탄을 발사하면 '수많은 탄알이 흩어져' 날아가게끔 만들어진 총이다.

지난 5일 클레이 사격을 체험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대구로 향했다.  대구 사격장은 중앙고속도로 옆 비교적 외진 곳에 있었다. 사격장 주변은 나무가 우거져 잘 관리된 공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깔끔했다. 날씨가 우중충한 탓인지 사격 체험을 하러 온 손님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격장 군데군데 친구, 연인,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구 사격장 안내 표지판(사진: 취재기자 박신).

클레이 사격장으로 향하기 위해서 셔틀버스에서 내려 10분가량 길을 따라 올라갔다. 길을 따라 푸르게 줄지어 있는 나무를 보며 걷다 보면 금방 클레이 사격장이 나타난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경쾌한 총소리가 클레이 사격장이 눈앞에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클레이 사격장에 올라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탁 트인 푸른 잔디밭이었다. 잔디 밭 위에는 제 임무를 다한 오렌지 색 클레이 피전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격장 구조는 잔디밭이 가로로 쭉 길게 이어져 있었다. 각 구역은 A, B, C, 사대로 나누어져 있었고 제일 안쪽에 관광객을 위한 클레이 관광 사격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격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클레이관광사격장에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A, B, C 사대로 나가 사격을 하려면 사격 실력이 어느 정도 숙련되어야 한다.

탁 트인 잔디밭 위에 펼쳐진 클레이 사격장(사진: 취재기자 박신).
클레이 사격 동호회 회원들이 사격에 열중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클레이 사격 동호회 회원들이 사격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클레이 사격을 체험하기 위해 클레이 사격장 바로 아래 있는 매표소로 향했다. 클레이 사격은 실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청서 작성 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친다. 간단한 확인 절차가 끝난 후 표를 예매했다. 요금은 실탄 발수에 따라 다르다. 25발에 2만 4000원이고, 10발은 1만 1000원이다. 기자는 10발을 예매한 후 관광 사격장으로 다시 올라갔다.

실탄을 사용하는 사격은 사격신청서 작성 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친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관광 사격장 안에는 클레이 사격을 체험하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격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기자는 군대에서 사격했던 기억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차례가 다가올수록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덧 차례가 되어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사로 앞에 섰다.

산탄총의 소음을 막이 주는 귀마개는 무료로 대여해 준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사격 전 안전 요원이 사격 요령과 안전 수칙에 관해 설명해 준다. 안전 요원은 사대마다 한 명씩 배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안전 요원의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드디어 산탄총을 들었다. 나무 재질처럼 까칠까칠하게 느껴지는 산탄총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산탄총에 실탄 두 발을 장전하고 안전 요원에게 신호를 주면 클레이 피전이 사로 앞 출구에서 튀어나온다. 기자는 "악!" 하고 안전 요원에게 짧은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바로 앞 사로에서 오렌지색 클레이 피전에 튀어나왔다. 찰나의 순간 총구는 클레이 피전을 향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결과는 불발. 아쉽게도 클레이 피전을 빗겨나갔다.

호흡을 가다듬은 후 다시 클레이 피전이 나오는 곳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악!" 다시 안전 요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클레이 피전은 전방을 향해 날았다. 빠르게 총구 끝을 움직여 클레이 피전에 겨냥했다. 총구의 끝이 클레이 피전을 가리키는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클레이 피전이 산산 조각나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짜릿했다. 온몸에서 산탄총의 반동이 춤을 추는 듯했다. 오래 묵은 스트레스가 클레이 피전처럼 산산이 조각나서 부서졌다.

사격 후 매캐한 산탄총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명중했던 느낌을 살려 계속해서 사격을 이어나갔다. 총 열 번의 사격 중에서 기자는 두 번 명중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작은 클레이 피전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못 맞췄다는 아쉬움보다는 사격 그 자체에서 오는 짜릿함이 온몸 가득 채웠다.

사격 특유의 쾌감을 잘 살린 클레이 사격은 주말이면 1500여 명의 시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대구 사격장을 방문한 정용주(40, 경북 칠곡군) 씨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대구사격장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사격 만한 것이 없다”며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많은 시민들이 사격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경기 중계 보는 것보다 실제 하는 클레이 사격은 정말 시원하고 통쾌하다. 클레이 사격장은 스트레스 해소에 적격이다. 현대인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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