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액괴 놀이'에 상황극 만들기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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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액괴 놀이'에 상황극 만들기 성행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4.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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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별로 역할 부여, 자신의 생각담은 자막입혀...."세월호 추모" 등 시사극도 / 정인혜 기자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액체괴물'(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액괴’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액괴란 ‘액체 괴물’의 줄임말로, 과거에는 동명의 영화에서 따와서 ‘플러버’라고 불렸다. 재료는 액체보다는 젤리나 푸딩 등을 연상시키는 고체와 액체 사이의 물질이다. 액체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괴물처럼 보인다고 해서 액체 괴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장난감을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완제품을 사서 놀았지만, 요즘엔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액괴를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를 통해 공유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액괴 동영상만 73만여 개에 달할 정도다.

최근에는 액괴 동영상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더하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 이른바 ‘액괴 상황극’이다. 액괴 상황극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만든 액괴에 이름을 하나씩 붙여 손으로 주물럭거리면 된다. 유튜브에는 ‘우리 반 남자애들 액괴’, ‘가수 에이핑크 액괴’, ‘짝사랑 액괴’ 등 여러 주제의 액괴 시리즈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최근 액괴 시리즈의 일부 소재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이 한창 진행됐던 3월 말.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가운데,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들은 손수 만든 액괴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세월호의 성공적인 인양을 소망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초등학생들은 액괴 색깔별로 ‘단원고 학생 언니오빠들’, ‘세월호 선장’, ‘정부’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자막을 입혔다. “단원고 언니오빠들 너무 안타까워용ㅠ.ㅠ”, “세월호 선장.. 정말 나빠용!!”,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어용 이민띠”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학생들이 만든 ‘액괴 동영상’이 추모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역사 액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얼마 전 올라온 ‘대한 독립 만세 시리즈’ 액괴는 유관순 열사, 이봉창 의사, 윤봉길 의사, 김구 선생 등을 액괴로 만들어 상황극을 벌였다. 해당 동영상에는 “챱챱챱 너무 느낌 좋은 유관순 액괴찡”, “이봉창 액괴도 탄성 쩔어용”, “윤봉길 의사만큼이나 좋은 윤봉길 액괴찡 기모찡” 등의 자막이 담겼다.

해당 동영상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액괴로 추모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특히 네티즌들은 역할을 부여한 액괴를 장난스럽게 손으로 주물럭거린다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세월호 액괴 동영상에 댓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이런 큰 사건을 말도 안 되는 장난감이나 주물럭거리면서 추모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세월호 사건은 액괴로 상황극이나 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의 역사 인식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 네티즌은 “아이들이 역사 속 위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까 역사 소재로 장난이나 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래서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을 향한 도 넘은 비판을 지양하자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듣고 보면서 잘못된 행동을 고쳐 잡는 게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제대로 가르쳐 이런 문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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