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인영(34, 충남 천안시 서북구) 씨는 초등학생 딸이 지우개를 쥐고 있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얼마 전 영국에 사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다. 지인은 영국 현지 학생들 사이에서 지우개로 자해하는 게 유행이라며 지우개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후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본 박 씨는 깜짝 놀랐다. 지우개로 살갗을 벗겨놓은 아이들의 사진이 수두룩하게 떴기 때문. 박 씨는 “딸아이의 지우개만 보면 걱정이 돼 죽겠다”며 “아직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 같진 않은데,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영국과 미국의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지우개 챌린지(eraser challenge)’라는 자해 게임이 유행하는 가운데, 국내 유입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우개 챌린지는 지우개로 피부를 강하게 문질러 상처를 낸 후 SNS에 인증하는 게임이다. SNS에 올라온 다른 상처들과 비교해 가장 크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된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eraser 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지우개 챌린지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지난 18일 “피가 날 때까지 이뤄지는 충격적인 자해법, ’지우개 챌린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신문은 “최근 지우개 자해법이 급증하고 있다”며 “부모의 각별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우개 챌린지를 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메트로는 “지난 2015년에는 지우개 챌린지를 하던 학생이 독성 쇼크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며 “자녀가 손에 밴드를 붙인다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도 지우개 챌린지의 위험성에 대해 보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23일 “지우개 챌린지는 통증, 피부 화상, 흉터, 국소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심각하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 피부 괴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아이의 팔 다리에 찰과상이 보인다면, 발견 즉시 아이들에게 지우개 챌린지를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메트로와 비슷한 조언을 했다.
SNS에서 유행하는 위험한 게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기절 챌린지(passout challenge)’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인증샷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절 챌린지는 기도를 강하게 압박해 의식을 잃게 한 다음 ‘#passout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게임이다.
기절 챌린지는 단순히 게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기절 챌린지를 통해 사망한 학생만 8명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2세 학생이 기절 챌린지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영국 메트로는 “기절 챌린지는 저산소증이나 뇌진탕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게임”이라며 “절대 따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