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수정(26,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곳의 지명과 가게명을 해시태그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낯선 사람에게서 게시물을 통한 다이렉트 메시지가 온 것. 메시지의 내용은 “예쁘다, 보기 좋다” 따위 성희롱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보낸 익명의 계정은 이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것이어서 기분이 나빠진 이 씨는 가게를 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모바일 SNS인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를 사용해 검색 기능을 수행한다. 검색창에 해시 기호(#)와 특정 단어를 띄어쓰기 없이 붙여 쓰면 해당 단어를 해시태그 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 검색된다. 검색되는 게시물은 크게 인기 게시물과 최근 사진으로 나뉜다. 이 씨의 경우는 누군가가 최근 사진 게시물을 보고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이 어디 있는지 파악한 후 인스타그램 내 기능인 게시물을 통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낸 것. 이처럼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검색 기능을 이용한 성희롱 다이렉트 메시지 보내기, 또는 인스타그램 스토킹이 만연하고 있다.
부산대 의대에 재학 중인 황현성(23) 씨는 “요새 음식점에서는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올리기만 해도 음료수나 서비스 음식을 주기 때문에 음식점 사진을 올리는 이벤트에 많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해운대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최재영(48) 씨도 가게 홍보를 위해 SNS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최 씨는 “해시태그로 가게명과 가게 위치를 적어서 올리게 해야 실질적인 홍보가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SNS 이벤트에 참여해 홍보 효과를 톡톡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의 범행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음식점들의 SNS 이벤트이다. 음식점에서는 해당 점포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람들의 입소문이 빠른 SNS를 통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벤트는 음식, 가게 전경, 가게에 있는 모습의 셀카 사진 등을 찍어 가게가 위치한 지명과 가게 이름의 해시태그를 올리면 특정 사은품이나 식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의 모든 음식점이 게시물을 전체 공개로 올릴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위치가 모든 이에게 공개된다. 그런 만큼 음식점 사진을 올린 사람에게 스토킹이나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범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터 커지는 것.
‘인스타그램 스토킹’은 최근 젊은이들의 인스타그램 사용이 늘면서 더욱 만연하고 있다. 게시물의 태그를 보면 누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범인들은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피해자들은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가진 지인과의 약속이나 술자리에서도 내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는 범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음식점 앞에서 기다렸다가 귀갓길에서 실제로 접근해 스토커처럼 성적인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킹 피해자 이수정 씨는 “익명의 사람이 메시지를 보낸 후 실제로 접근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이 나중에 우리 집 위치까지 알아낼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도 인스타그램 스토킹에 대한 관련 뉴스나 피해 사례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SNS의 특성상 위치 정보, 전화번호, 생년월일, 다니는 학교나 회사까지 알 수 있어 주로 젊은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페이스북을 이용해 개인 정보를 알아내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며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는 스토킹도 만연하고 있다.
대학생 이선정(23 부산 남구) 씨도 몇 달 전 ‘인스타그램 스토킹’을 당한 이후로 인스타그램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당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한동안 밖에 나가지도 못했고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는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킹이 실제 주택 침입 등의 스토킹으로 이어지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주거 침입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IT 전문 변호사인 정관영 변호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오늘날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신종 사이버 범죄를 일일이 규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SNS 관련 스토킹 범죄가 발생해도 가해자 처벌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이런 범죄는 SNS상에서 가짜 계정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기 때문이다. 가계정의 소유자를 알아내려면 당사자가 어디에서 활동했는지 IP 추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스타그램사는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우리나라 사이버수사대의 개인 IP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결국 신고를 해도 실질적인 제재나 조치가 어렵다.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SNS 외국기업들이 수사를 위한 IP 제공에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가계정을 쓰는 범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승인한 친구와만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음식점의 SNS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게시물에 지명과 가게명을 태그하는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약 모르는 사람에게 성희롱적 메시지가 온다면 곧바로 화면을 캡처해 증거를 남긴 후 사이버수사대 혹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계속 메시지가 온다면 상대방 차단 기능을 이용해 차단 후 지인과 함께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있다.
사용자는 늘어나지만 계속해서 피해는 급증하고있으니...
얼른 대책이 생겼으면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