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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면 우리도 마음 아파요," 유기동물들의 아우성한해 8만여 마리...무책임하게 입양했다 버리는 주인 때문에 두 번 상처 입기도 / 양서윤 기자

직장인 김현수(57, 부산 연제구) 씨는 7년 전 강아지 분양 사이트를 통해 5세 된 ‘순심이’를 데려 왔다. 순심이는 유기견이 아니었고, 전 주인의 건강 문제로 김 씨에게 오게 된 것이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 주인과 강제로 떨어지게 된 순심이의 상처는 깊었다. 새 가족을 낯설어 했고, 사료도 잘 안 먹으면서 현관 앞에 우두커니 앉아 전 주인이 나간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순심이는 꼬박 한 달을 앓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4년 유기동물 실태조사 보도 자료에 의하면, 한 해 버려지는 우리나라 유기동물의 수는 8만 1,000마리나 된다. 전체 유기동물의 수는 2010년 10만 마리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한 해 8만 마리의 동물들이 주인에게서 버려지고 있는 것.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 정부도 2008년부터 유기동물의 실태와 처리 현황을 자료로 만들어 공표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 보호관리 시스템’이라는 포털정보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유기동물 발생을 막기 위해 <2015 반려동물 유기 예방 홍보 영상>, <소중한 가족, 반려동물> 등의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유기동물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거리에서 사람에게 구조된 후, 부산 청조 동물병원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보호되어 있는 유기동물들. 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눈빛을 한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양서윤).

2015년 기준,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국내 전체 가구의 21.8%에 이른다. 평생 함께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신중하게 생각한 뒤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자신이 외로워서, 반려동물이 귀엽고 예뻐서 키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늙거나 아프거나 싫증나면 쉽게 버린다.

 

(자료: 농림축산검역본부, 본지 제작)

사연이 어떻든, 유기동물들은 운이 좋으면 사람에게 붙잡혀 유기동물 보호소로 가게 되지만, 운이 나쁘면 길거리에서 병에 걸려 죽거나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2014 유기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유기동물 처리는 분양(31.4%), 자연사(23%), 안락사(22.7%), 주인에게 인도(13%) 순으로 나타났다.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93.2%가 찬성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이고, 실제로 유기동물 중 31%가 새 가족을 만난다. 새 가족을 찾은 많은 동물들은 주인의 사랑을 받고 산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 만난 주인에게 유기동물이었던 이전의 삶을 무의식 중에 보여줘 새 주인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최민지(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8년 전 동물병원에서 어미개가 새끼 강아지를 낳은 뒤 주인이 새끼 강아지만 데려가고 어미 개는 놔두고 도망가 유기됐던 어미 개를 입양했다. 그 어미 개가 올해 13세 된 ‘순이’다. 순이는 병원의 작은 케이지에서 몇 달이나 갇혀 있었다. 처음 최 씨에게 왔을 때, 순이는 기운이 없고 마른 데다 골절된 뒷다리는 치료를 못 받아 뼈가 휘어 있을 정도로 상태가 처참했다.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최민지 씨와 그녀의 반려동물 순이. 순이는 유기되었다가 민지 씨에게 입양되었다(사진: 취재기자 양서윤).

그렇게 상태가 심각한 와중에도 순이는 사람의 손길과 안락한 집이 그리웠는지 처음 최 씨의 집에 온 날 너무나도 좋아했다. 꼬리까지 흔들며 최 씨를 졸졸 따라다니고 품에 먼저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에 학대받은 주인이 남성이었던지 8년이 된 지금도 남자가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으르렁대는 등 경계심이 아주 강하다. 순이가 잘못해서 최 씨가 조금이라도 화를 내면, 순이는 최 씨를 무서워하고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버려졌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지금도 집과 조금만 멀어져도 몸이 굳어버리고 집 바로 앞에서 하는 산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등 외부 노출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김단비 씨의 반려동물 복실이. 복실이는 유기되었다가 단비 씨의 아버지에 의해 입양되었으며, 유독 자신을 구해준 아버지를 따른다고 한다(사진: 김단비 씨 제공).

김단비(24, 부산시 수영구) 씨가 키우는 '복실이'도 유기견 출신이다. 7년 전, 김 씨의 아버지가 길에서 방황하던 복실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고작 7개월 된 강아지는 자신에게 관심 주는 사람이 그저 좋아서 꼬리까지 흔들며 반겼다. 복실이는 처음 집에 왔을 때 다른 가족들은 낯설어 했어도 유독 아버지만을 따르고 좋아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믿고 따른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일하러 집을 잠시 떠나면, 그 자리에서 빙빙 돌며 계속해서 짖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주인이 또 제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무서워 하는 듯했다.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복실이는 밥도 안 먹었다.

불쌍하다 해서 유기동물을 쉽게 데려 갔다가 키우는 것이 부담스러워 재유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소연(24, 부산시 수영구) 씨의 고양이 '미야'는 4년 전 비 오는 날, 다른 형제들과 함께 박스에 넣어 버려져 있었다. 이 경우는 어미 고양이가 잠시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보고 불쌍하다고 누군가가 집으로 데려 갔다가 부담스러워 재유기한 것. 어미 고양이는 사람의 손을 탄 새끼들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책임감 없이 안타깝다고 무턱대고 데려갔던 사람 때문에, 아기 고양이들은 두 번이나 버려져야 했다. 김 씨는 “내가 그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얼마 못가 미야는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야와 달리 재유기된 뒤 사람에게 입양되지 못하고 죽는 아기 고양이들도 있을 텐데, 그것만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 청조 동물 병원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케이지에 갇혀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는 유기동물(사진: 취재기자 양서윤).

각 시·도가 유기된 동물의 보호 조치를 위해 직접 운영하거나 보호 조치를 위탁하는 시설인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전국에 총 367곳이 있고, 부산에는 14곳이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 보호소가 입양된 동물이 어떻게 키워지는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산 청조동물병원 이장희 원장은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한 행정기관의 운영 방식이 아직도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 생명을 키우는 것은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장희 원장은 “동물은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다”며 “동물을 키우고자 마음먹었다면 그 선택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그들도 버림받았다는 걸 알고 상처를 입고 힘들어 한다. 특히 버림받은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고 지금도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 

취재보도 양서윤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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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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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현정 2017-01-08 21:11:13

    국내 애견인구가 천만명 시대를 맞았는데.. 버려지는 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그렇게 사랑하는 동물사랑 시대의 쓸쓸한
    이면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동물이라고 감정이 없을까요?
    유기동물들도 사람과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면..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까요? 위에 사진처럼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동물을 보면
    가슴이 메어오네요.ㅜㅠ 생명은.. 쉽게 물건 버리듯 버리는것이 아닌데
    말이예요. 그냥 단순히 강아지가 좋아서 나 개인의
    욕심으로 동물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삭제

    • 김동현 2017-01-08 18:43:19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요즘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은 그만큼 많이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삭제

      • 윤선영 2017-01-08 11:16:27

        정말 저 천사 같은 아이들이 매일 수치가 가늠이
        안될정도로 주인에게서 버려지는 기사를 접하고
        있노라면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주인이
        전부인 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라면 키우지 마세요. 단순한 호기심으로만
        절대 키워서는 안 됩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저 아이들이 기쁨을
        주는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내가 감내해야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 알아주셨음 합니다.   삭제

        • 지혜맘 2017-01-08 02:39:39

          예쁘다고 귀엽다고 쉽게 생각하고 데리고와서 책임지지 못하고 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동물들이 상처받고 있네요..유기견이 되어 상처받은 마음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아이들은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일텐데 또 한 번 상처를 준다면 그건 정말 나쁜일인거같다..버려진 아이들이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다시금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곳싶네요^^   삭제

          • 씬디 2017-01-07 23:33:48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올바른 정착이 시급한 것 같아요.
            아무런 책임감 없이 심심풀이로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안되죠.
            밤에 배고파서 우는 길냥이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삭제

            • 천사민희사랑 2017-01-07 23:09:04

              에고 이렇게 이쁜 아가들을 ㅠ.ㅠ 정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꺼라면 넘 무책임한 행동 하는 사람들 보면 넘 안타까워요 ~   삭제

              • 제리엄마 2017-01-07 22:32:27

                애견도 가족입니다 평생책임감이 따라야한다고생각합니다
                버림받고 상처입고 애견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꼭 책임질수있을때 결정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애견을 키우고 싶으신분들은
                사지말고 입양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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