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배기 아기 데리고온 부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상태바
네 살배기 아기 데리고온 부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10.31 0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빅 기자 청계광장 촛불 집회 참관기...외국인도 참가, "민주국가에서 상상도 못할 일" / 정인혜 기자
지난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이후 첫 주말인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는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주최로 저녁 6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됐다. 시위에는 애초 주최 측이 예상했던 2,000명을 크게 웃도는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석했다. 집회 장소인 청계광장이 가득 차 주변 청계천로를 넘어서까지 인파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집회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 의원, 정의당 노회찬·김종대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개발언을 통해 “국민의 머슴인 박 대통령이 최순실을 끼고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우롱했다. 통치 권한을 근본도 알 수 없는 무당 가족에게 줬다”며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이 몰려들었다. 초등학생 참가자가 마이크를 들고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에서 만난 여고생 김모(17) 양은 “시험 기간인데도 나왔다. 교과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삼권분립이 이뤄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던데, 요즘 보면 제정일치 국가인 것 같다"며 "나라의 얼굴이어야 할 대통령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시위에 참가한 40대 부부는 “나라가 이 판국인데 집에 있으려니 죄책감이 들어서 밖으로 나왔다. 내 자식은 절대 이런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번 일로 청와대 내각을 개편한다는데, 개편 제1순위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인 루이스 스미스 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G20 경제 대국 한국에서 이런 일이 생겨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 언론에서도 이번 상황을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미국의 주요 언론은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번 시위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이번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며,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성장과 국가 경쟁력이 타격을 받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후 7시께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거리행진에 나섰다. 애초 계획은 종로2가를 거쳐 북인사마당으로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진로를 변경, 청와대 방면 광화문광장까지 진출했다. 이에 경찰은 72개 중대, 약 8,000명의 병력을 투입해 광화문 북단에 차벽을 치고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시민들은 “비켜라,” “경찰은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경찰과 맞섰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 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며, 오는 11월 12일에는 15만 명 규모의 민중총궐기 대회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