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아기 사진 좀 그만 올려라," 기혼 vs 미혼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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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아기 사진 좀 그만 올려라," 기혼 vs 미혼 갈등 심화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2.16 05: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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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자, " '아기 사진 폭탄'에 피로감 크다"...기혼자, "내 애 사진도 맘대로 못 올리나" 반발 / 정인혜 기자
지인들이 올린 아기 사진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SNS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직장인 오윤정(29, 부산 해운대구) 씨는 친구 5명과 함께 활동했던 SNS 그룹 채팅방을 최근 떠났다. 지난해 출산한 친구가 보내오는 아기 사진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 채팅방을 떠난 이유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사실대로 말하자, 곧 싸움으로 번졌고, 이는 미혼 친구 3명과 기혼 친구 2명으로 편이 갈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오 씨는 본인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미혼 친구들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아기 사진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부모에게나 예쁘지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그런 아기일 뿐”이라며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라고 푸념했다.

지인의 아기 사진 폭탄에 피로감을 느끼며 SNS를 차단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카카오톡 등 그룹 채팅방이 활성화된 공간에서는 채팅방을 떠나기도 하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는 아기 사진을 올리는 친구를 차단하거나 아예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갈등은 특히 기혼자와 미혼자가 함께 어울리는 그룹 채팅방 같은 공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하루에도 수차례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던 직장인 강모(31) 씨는 얼마 전에 앱을 지웠다. 강 씨는 “인스타그램은 친구들의 근황을 보는 공간이었는데, 출산한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인스타그램 피드가 아기 사진으로 도배됐다”면서 “아이가 샤워하는 모습에서부터 변을 보는 모습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올려대는 친구 때문에 불편하고 피곤해서 인스타그램을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에 대해 사진을 올리는 주부들은 미혼자들이 예민하다고 지적한다. 하루 평균 다섯 장씩 아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송모(27) 씨는 팔로워 2만 명을 가진 일명 ‘인스타그램 스타’다. 송 씨는 아이의 예쁜 모습을 최대한 많이 기록해 놓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애용한다.

그는 일각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아이가 귀여워서 남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올리는 건데, 이걸 꼬아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혼이나 임신에 문제가 있어 질투심으로 그러는 것 같다”며 “내 SNS에 내 아이 사진도 마음대로 못 올리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아기 사진이 보는 이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문제를 넘어 아이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진 업데이트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심코 올린 아이 사진이나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돼 잠재적으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에는 SNS에서 무작위로 수집한 아기들 사진을 놓고 “만지고 싶다,” “크면 데려다 살고 싶다”는 등 성희롱적인 댓글을 달아 온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경찰에 고발당한 사건도 있었다. 자기 아이 예쁘다고 올린 사진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적 놀잇감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미국의 온라인 잡지 ‘맘닷미’는 ‘온라인에 올리지 말아야 하는 아기에 대한 정보 9가지’를 소개하며 SNS를 이용하는 부모들이 지켜야 할 자세를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는 "아기의 똥오줌 사진은 흑심을 품은 괴한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으니 올리지 마라," "발가벗은 아이의 사진도 위험하다," "가까이서 찍은 아이의 얼굴 사진도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니 올리지 마라" 등의 조언이 포함됐다.

'대한민국사회문제연구소' 관계자는 “같은 주부끼리는 육아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지만, 기혼자와 미혼자 간에는 그렇지 않다”며 “육아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운 미혼자에게 도가 지나치게 아이 사진을 노출하는 것은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 사진을 악용해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부모는 아이의 사진을 올리기 전에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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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양 2017-02-19 13:26:45
저도 아직 미혼이지만 아기들 사진 보면 마냥 귀엽고 엄마미소 나오던데요.. 다만 과유불급이라고 매일매일 시도때도 없이 아기사진을 과하게 올린다면 거부감이 없지않아 생길 것 같기도 하네요.

붕스바운스 2017-02-17 23:40:46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사실 아이들 사진 보기 좋은데요~ 어찌보면 미혼자한테서는 너무 많은 아이들 사진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네요.. 아이들 사진이 또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하니.. 무섭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