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었네"
상태바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었네"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9.13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주 강진에 전국민이 전전긍긍 ....카카오톡 불통 사태도 / 정혜리 기자
경주에 위치한 한 회사의 천장 구조물 일부가 이번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모습(사진: 최연정 씨 제공).

어제 저녁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8시 32분 같은 지역에서 우리나라 관측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추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부산, 경남을 비롯해 전라도, 경기도, 서울까지도 진동이 전해졌다. 특히 부산, 경남에서는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아파트, 상가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올 정도였다. 지진이 감지된 후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은 가족, 지인에게 전화하거나 카카오톡을 사용했는데, 일부 통신사의 휴대전화가 불통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도 보내지지 않아 불안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트위터를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고 친지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에 가까운 경주 지역에서 문화재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경주시,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12일 지진으로 보물 1744호인 불국사 대웅전의 지붕 기와 3장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탑동에 있는 사적 제172호 오릉 외곽 담장 기와 일부도 흘러내려 파손됐다. 또 평소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첨성대의 상단부가 흔들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경주를 비롯한 각지에서 천장이 무너지거나 벽에 금이 갔다는 목격담도 속출하고 있다. 회사원 최연정(25, 경북 포항시 유강리) 씨는 “처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다가 건물 전체가 울리면서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또 "잠시 뒤 천장 석고보드들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결국 우리 직원들은 밖으로 비상탈출했다. 그 와중에 전화나 메신저가 되지 않아 불안감은 더 커졌다. 가족과 연락이 닿은 후 자택으로 겨우 피신할 수 있었다"고 당시의 충격을 회상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시빅뉴스 구독자 이하림 씨는 지진 발생 직후 “온 동네 개들이 짖고, 우리 집 고양이들이 뛰어 다니고, 나는 놀라서 소리 지르고, 온 집안이 난리”라며 “카카오톡도 안 되고 너무 불안하다”고 시빅뉴스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을 제보했다. 서울에 사는 김의헌(24, 서울시 관악구) 씨는 “이렇게 갑자기 카톡이 먹통 되면 큰 일 아닌가?”라며 불안해했다. 이 같은 카카오톡 불통에 카카오톡 측은 “지진의 영향으로 네트워크 지연 현상이 있었고 트래픽이 폭증해 서버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정은(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지진이 났을 때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할지 책상 밑으로 숨어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며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인숙(56, 부산시 영도구) 씨도 카카오스토리에 “지진이 나자마자 아파트 사람들이 밖으로 다 뛰쳐 나왔다”며 “영도는 대피할 공터도 없고 산사태, 쓰나미도 걱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2016년 09월 12일 20시 32분 54초 기상청 발표 자료(사진: 기상청 제공).

안전불감증도 심각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진동을 감지하고 식당에서 장사하는 부모 걱정에 연락하니 “가게가 바쁜데 지진을 어떻게 느끼냐”며 "별일 아닌 듯이 넘어가셔서 오히려 걱정됐다"는 글을 올렸다. 시민 한민지(24, 부산시 사하구) 씨도 지진이 난 직후 부모님에게 집 밖으로 대피할 것을 권했지만 “부산은 지진 안 났다”며 집에 있으면 잦아들 거라 말하는 부모님이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추가 지진 발생이 우려되는 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실내에 붙잡아 놓고 공부시킨 학교도 있었다. 부산의 한 고교 3학년생은 야간자습 중 1차 지진이 발생하자 학교 측에서 1, 2학년 학생은 귀가시켰지만 3학년은 계속 남아서 공부를 하게 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왔는데도 학교측은 자신들이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가 2차 지진이 일어나서야 귀가 조처를 내렸다고 한다. 이 학생은 “아무리 입시가 중요하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집에 오는 길에 보니 부모님들이 모두 길가에 서서 휴대전화만 부여잡고 있었다”며 학교의 잘못을 꼬집었다.

학교 뿐 아니라 학원가에서도 학생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계속 공부하게 했다는 글이 SNS에 다수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 정은영(29, 부산시 동래구) 씨는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아직도 안전불감증이 고쳐지지 않은 모양”이라며 비판했다.

이 외에도 2주 전 지진운을 봤다는 경험담이나 부산 전체에 났던 가스 냄새가 정말로 지진 전조 현상이 아니었냐, 북한의 핵실험이 약한 지반에 영향을 줘 지진을 일어나게 한 게 아니냐는 등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주장이 SNS에 돌고 있다.

어제 밤 9시 30분 기준으로 119 신고상황은 3만 7,267건, 인명피해는 부상자 2명이 접수되었고, 일부 가벼운 건물 균열, TV 엎어짐 등 사고 34건이 신고되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