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선 ‘학생의 교직원 화장실 청소,’ 뜨거운 논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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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터넷에선 ‘학생의 교직원 화장실 청소,’ 뜨거운 논쟁 중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09.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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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청소부냐” 반발에, 학교는 “교육의 일환”...예산난에 용역도 어려워 / 정인혜 기자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교직원 화장실 청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무료 이미지 Pixabay).

최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직원 화장실 청소를 놓고 인터넷에서 논쟁이 뜨겁다. 이를 문제 삼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생 인권 침해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논쟁의 발단은 한 학생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교직원 화장실을 왜 학생이 청소해요?’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게시물 작성자는 “학생들이 쓰지 않는 공간을 왜 학생들이 청소해야 하느냐. 우리는 학교에 공부하려고 온 것이지 청소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20만 건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부 학생은 “화장실 시설도 차이가 난다. 우리가 싸는 건 똥이고 선생님들이 싸는 건 금이냐”는 등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는 교직원 화장실 청소를 학생들에게 맡기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직원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은 오래 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직원용 화장실은 물론 교직원 휴게실까지 학생들에게 청소를 맡기기도 한다.

이전에는 관행이었던 것이 학생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일부 학생들은 이를 두고 학교 측이 학생들을 ‘아랫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보인다.

중학생 김주성(14, 부산 남구) 군은 “선생님들을 존경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가끔 공부와 상관없는 일을 과도하게 시키실 때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서 “일부 선생님은 우리를 하인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주현(17, 충북 청주시 오창읍) 군은 학교 측에서 교직원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이유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군은 “선생님께 이유를 여쭸더니, 학교는 ‘예비 사회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소를 시키더라도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 인권 신장도 좋지만, 예로부터 내려오는 미풍양속인 만큼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유교 문화권의 특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직장인 박수진 (32, 부산 남구) 씨는 “요즘 교권 침해가 심각한 문제라는데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청소하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기를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솔직히 우리 때는 이게 문제라는 생각도 못 했는데 요즘 애들은 유별나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교육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학교는 학내 청소를 담당하는 외부인력 고용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는 예산 문제로 청소 용역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예산은 한정적이고 여타 비용을 줄이기 힘든 상황에서 청소 예산을 따로 배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부산의 A 중학교는 지난해부터 청소용역 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하고 학급별로 당번을 정해 화장실 청소를 맡기고 있다. 교직원 화장실 청소도 학생 몫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예산 문제상 청소용역 업체를 쓰기가 어려워 학생들에게 청소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예산이 넉넉하면 용역 업체를 쓰겠지만, 돈이 없는데 어떡하나. 그렇다고 수업 기자재 예산을 줄일 순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시설을 쓰는 교직원들이 직접 청소를 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로 바쁘지 않나. 청소까지 하기에는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부산시 교육청 측은 이를 학생 인권 침해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학생 인권 담당자는 “학생들의 학업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청소를 시키거나, 체벌의 일환으로 화장실 청소를 떠넘기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교직원 화장실 청소 자체를 인권 문제와 연관 짓기는 힘들다”며 “각 학교별로 예산 문제가 걸려 있는 이상 교육청 측에서 이래라, 저래라 강제하기도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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