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 본격 농사 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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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 본격 농사 준비 시작
  • 취재기자 명경민
  • 승인 2024.03.0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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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천둥에 땅속 벌레가 놀라 나온다고 하여 '경칩'
조상들, 1년 농사 시작하는 절기로 중요하게 여겨
경칩을 맞이한 2024년 3월 5일, 전국에는 눈과 비가 내리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경칩을 맞이한 2024년 3월 5일, 현재 전국에는 눈과 비가 내리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우수와 춘분 사이, 연잎 같은 연못 속에 돌아온 탕아의 모습, 개구리 한 마리가 천지간 진동하는 봄빛, 황홀하게 보고 있다.” 이해완 시인의 시 ‘경칩’ 중 한 부분이다.

3월 5일, 오늘은 경칩이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은 어떤 날이고, 또 얽혀있는 전통풍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이다. 본래 열 계(啓)와 숨을 칩(蟄)을 써서 땅속에 있던 벌레들이 나온다는 의미로 계칩(啓蟄)이라 불렀다. 그러나 한나라 경제의 이름에 계(啓)가 있어 글자를 피해 놀랄 경(驚) 자를 쓴 것이라고 한다.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쳐 벌레가 놀라 땅속에서 나온다고 하며, 경칩을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는 날이라 여기는 것도 바로 계칩에서 유래했다.

경칩 무렵에는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며 기온을 상승시켜 봄이 찾아온다. 쑥과 냉이 같은 봄나물이 자라나는 시기이며, 보리와 밀 같은 월동작물이 생육을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경칩을 1년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로 여겼다. 매년 경칩이 지나고 첫 해일(亥日) 선농단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를 올렸다. 선농단 남쪽의 ‘적전(籍田, 임금이 직접 경작하던 농지)에서 직접 임금이 밭을 갊으로써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농사를 권장했고, 갓 나온 벌레와 풀이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보리싹의 성장을 보며 그해 농사를 예측했다고도 한다.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허리에 좋다고 여겨 개구리와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기도 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칩에 흙 일을 하면 탈이 없다며 일부러 흙담을 쌓았다. 경칩 10일 전후로 고로쇠나무의 밑동에 상처를 내서 나오는 수액을 뼈와 속병의 약으로 마시기도 했다.

이렇듯 경칩은 오래전부터 대대로 만물이 깨어나는 절기며 본격적인 봄의 시작으로 여겨져 왔다. 경칩인 3월 5일 현재 전국 대부분에 많은 눈과 비가 내리고 있지만, 겨울잠에서 깨고 나온 개구리처럼 기지개를 피고 일어서 먼지 쌓인 봄옷을 털고 곧 다가올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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