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 전시회가 말하는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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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 전시회가 말하는 서사
  • 취재기자 명경민
  • 승인 2024.01.17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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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내달 26일까지 전시
사소하고 가까워 잊히는 '역사'를 되돌아 보는 기회
'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 전시회의 공식 포스터이다(사진: 부산 근현대역사관 제공).
'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 전시회의 공식 포스터이다(사진: 부산 근현대역사관 제공).

지난 5일 문을 연 부산 근현대 역사관(이하 역사관)에서 개관 기념으로 ‘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는 내달 26일까지 진행된다. 

역사관에 따르면, 거대 서사만이 ‘역사’로 인정되었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개인의 작고 ‘은밀한’ 서사 역시 존중되고 기록되는 시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4명 작가의 작업을 통해 가장 최근의 사건이자 숨어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전시공간에 풀어냈다고 한다.

낙동강 하구의 모습을 담은 박한샘 작가의 수묵화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박한샘 작가의 '낙동강_9'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조정현 작가의 '제로 아일랜드'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조정현 작가의 '제로 아일랜드'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PART 1: 존재하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자연 이야기

역사관의 정문을 열고 안내에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제일 먼저 ‘2 금고’가 보인다. “세상은 연속성을 띠며 변화하기 때문에 나의 감각으로는 완벽하게 포착되어 고정될 수 없다”하는 박한샘 작가의 설명과 함께 낙동강 하구의 모습을 담은 수묵화 3점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림을 감상하고 있으면 정면에서는 부산의 풍경과 작업을 진행 중인 작가의 모습이 영상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대로 돌면 쨍한 푸른 조명과 함께 박제 왜가리와 화폐 오브제가 쌓여있는 조정현 작가의 ‘제로 아일랜드’ 작품이 보이는데, 이 작품은 부산의 과거와 현재까지 자연이 어떻게 함께해 왔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조명 하나 없는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나미아 작가의 ‘잊을 수 없는’이라는 작품이 있다. 나미아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연 우리가 기록해 온 기억과 역사를 통과하여 마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PART 2: 사라지고 있는 내밀한 원도심의 이야기

긴 복도를 따라 걷다가 코너를 돌면 웬 낡은 문들과 철컹거리는 낯선 소리가 사람을 맞이한다. 낡고 버려진 문들은 우리에게 버려졌고 멀어 져버린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걷다 보면 천장에 매달린 큰 장판과 함께 벽면에는 노인들의 편지가 있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하는 최원규 작가의 질문과 함께 그곳에는 분명히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다. 평생 살아온 집에서 재개발로 떠나야만 하는 노인과 평생을 바쳤건만 자녀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던 노인. IMF로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노인 등 다양한 독거노인 들의 이야기가 그들이 살던 집의 장판에 각인되어 있다. 그것들은 쓸모없어 버려지는 것들과 점점 희미해져만 가는 사소한 ‘역사’들을 다시 기억하게 만든다.

'김수, 정작까' 작가의 '아무도 살지 않는다'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김수, 정작까 작가의 '아무도 살지 않는다'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최원규 작가의 '망각의 각인'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최원규 작가의 '망각의 각인'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PART 3: 숨겨져 있지만 가볍지 않은 사적 이야기

그렇게 빠져나와 ‘1 금고’로 들어가면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하고 다채롭고 인상적인 많은 작품이 보인다. 옛 한국은행이라는 공간의 특성에 맞춰 수 천 장의 연기 이미지와 함께 담아낸 화폐를 담은 정안용 작가의 작품, 한 사람씩 모여 힘을 더해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내길 희망하는 김채용 작가의 작품.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살아오며 직면했던 각종 차별과 낙인, 돌봄에 대한 현실을 담아낸 문지영 작가의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과 경험을 갖도록 만든다.

정안용 작가의 'RISING FROM series'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정안용 작가의 'RISING FROM series'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문지영 작가의 '언니는 작업중이야'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문지영 작가의 '언니는 작업중이야'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명경민).

우리는 기억들을 아무렇지 않게 중요함을 재단하고 기억하며 기록한다. 분명 우리 곁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이야기라 치부하고 기억하지 않는다. 그 ‘사소’하고 ‘은밀’한 ‘역사’를 다시금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가깝고 은밀한 역사’ 전시회를 통해 그 잊힌 기억의 먼지를 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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