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를 노래로"...오는 9일 정가 가수 '제민이' 독창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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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어천가를 노래로"...오는 9일 정가 가수 '제민이' 독창회 개최
  • 취재기자 조수경
  • 승인 2023.10.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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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 580주년 맞아 용비어천가 독창회 열어
훈민정음 어제서, 서경별곡 등 학생들과 함께 꾸며
노래는 국악, 반주는 서양 악기로 관객 친숙함 이끌어
정가 가수 제민이의 사진이다(사진: 제민이 제공).
정가 가수 제민이의 사진이다(사진: 제민이 제공).

오는 9일, 정가 가수 '제민이'가 한글 창제 580주년을 맞아 세종대왕의 공덕을 기리는 '용비어천가 독창회'를 연다. 독창회는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위치한 '스페이스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으로 쓰인 최초의 책이다.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년)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그로부터 4년 뒤 1447년(세종 27년) 용비어천가를 간행했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이 건국돼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왕실의 업적을 읊은 한국과 국문(훈민정음)의 125장 장편 시다.

하지만 용비어천가는 시가 아니라 노래 가사다. 세종은 용비천가를 노래로 부르기 위해 만든 것. 용비어천가는 세종 당대부터 '봉래의(鳳來儀)'라는 가무악 작품으로 구성돼 공연됐다.

봉래의에서 용비어천가의 노래를 부르는 곳은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총 세 군데다. 여민락은 용비어천가 한문시를 1장부터 4장까지와 125장. 치화평은 용비어천가 국문시를 1장부터 16장까지에 125장. 취풍형은 용비어천가 국문시를 1장부터 8장까지, 그리고 125장을 노래 부른다. 다가오는 독창회에서 제민이는 여민락 전체, 치화평 1장에서 4장, 7장, 125장을 연주하며 취풍형은 선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제민이는 학생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전통 가곡은 조선의 사대부가 즐겨 부르던 성악인데, 남창 25곡과 여창 16곡이 전승되고 있다. 이 중 여창 가곡 편삭대엽에 원래 가사 대신 용비어천가 7장의 가사를 붙여 부르는 노래가 '두봉 이병성'의 악보집에서 발견됐다. 제민이는 동래 초등학교 정가반 학생 다섯 명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른다. 또한 '훈민정음 어제서'를 편삭대엽 악곡에 올려 정가반 학생과 함께 부를 예정이다.

용비어천가의 악보는 세종실록에 실려있다. '세종실록' 권136권에서 권146권까지 11권에 걸쳐 악보가 수록돼 있는데 이것을 보통 '세종실록악보'라고 부른다. 세종실록 악보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악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정간보로 표기한 최초의 악보집이다.

최근까지 용비어천가는 악보만 남아있을 뿐, 어떻게 노래를 부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용비어천가 음악은 전승이 단절되었기 때문. 하지만 2013년 숭실대학교 문숙희 교수가 용비어천가의 리듬을 해석해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을 복원했다. 문 교수는 박자해석을 정간보에 바탕을 두지 않았었다. 제민이는 세종실록 악보에 충실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악곡 리듬 구조를 해석했다. 제민이는 "이제 약 600년 전 세종대왕이 궁궐 연향에서 듣던 그대로 용비어천가를 부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학교 음악 교과서에 용비어천가가 실려 국민 모두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민이는 가시리, 청산별곡, 소월의 먼후일을 가사로 붙인 서경별곡도 학생과 함께 부를 계획이다. 서경별곡은 작년 12월 고려가요를 복원한 제민이의 독창회에서 선보이기도 했었다.

이번 독창회의 반주는 피아노와 기타다. 제민이는 "관객이 국악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래는 국악이지만 반주는 서양 악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가 가수 제민이는 부산대학교 국악과에서 전통 가곡을 전공하고 국가 무형문화재 가곡 이수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는 동래초등학교 국악음악 전담 교사다. 제민이는 2016년 '전통 가곡 독창회'와 2022년 '고려가요 독창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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