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이태원 압사 참사에도 책임의식 못느끼는 공직자들의 공감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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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이태원 압사 참사에도 책임의식 못느끼는 공직자들의 공감능력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2.11.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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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에 이태원서 158명이 숨진 압사 참사 발생했는데도 무책임 극치 보이는 공직사회
112, 119, 서울시 등에 "살려달라" "도와달라" "거짓말 아니다" 수백건 SOS에도 방관하던 그들
최고 책임자들은 집에서 쉬고, 캠핑장에서 자고, 먹을 밥 다 먹고 여유작작하고도 책임의식 못느껴
공직자들은 스스로 책임지는 정무적 판단을, 인사권자는 읍참마속의 서릿발같은 조치로 쇄신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와 정부는 국가의 존재가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서 발생한 젊은이들의 참혹한 죽음 앞에 어느 곳에서도 “내 잘못이오”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안에서 이번 일로 사표(辭表)를 낸 공직자는커녕 시늉으로라도 사의(辭意)를 표명한 공무원도 없다. 뻔뻔한 건지, 강심장인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국민들만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콘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을 듣고는 권력 핵심부가 이번 대형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는다. 김 실장은 ‘국무총리 장관 경찰청장 등 내각 구성원 중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있나’라는 야당 의원 질의에 “아직은 없다”, ‘대통령 참모진 중엔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없냐’는 질의에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문책 인사를 건의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답변했다.

이태원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11월 5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한 외국인이 헌화를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정부의 고위 공직자 누구도 이번 참사에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고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응당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내가 왜 사표를?” 하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고,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사람은 “내가 왜 악역을?” 하면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니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14일 현재)한 대형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참모라는 사람이 ‘웃기고 있네’ 같은 메모를 아무렇지도 않게 적는 것이다.

김대기 실장의 국회 답변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금 책임을 묻고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사고 원인 분석이 중요하다. 사람 바꾼 다음에는 청문회 열고, 그러다보면 두 달 흘러가고, 행정공백이 생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당시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어서 장관 바꾸면 다음에 즉시 또 할 수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같은 때를 보면 당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다 수습하고 8개월 후에 사퇴했다’

권력 핵심부에서는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감 보다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할 일이 더 걱정인 모양이다. 그래서 119, 112에 청년들이 숨넘어가도록 SOS를 외칠 때 집에서 쉬고 있거나, 캠핑장에서 술먹고 취해 자거나, 식당에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세월아 네월아 걸어갔던 공직자들을 책임을 물어 물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들에게 사고 원인 분석과 수사, 수습을 맡기겠다는 거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일단 사표를 내거나 사의를 표명하는 건 양식이 있고, 책임의식을 갖춘 정무직 공직자의 최소한의 도리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느냐 마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 그래야 수사도 되고 책임소재도 명명백백하게 가려지지 않겠는가? 책임질 위치에 있는 윗사람이 나갈 생각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아랫 사람들이 소신있게 수사를 하고 책임소재를 밝히고 대책을 세운단 말인가.

김대기 실장은 세월호 참사 때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사례를 들었지만 이주영은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명했다. 이미 사퇴를 표명한 상태에서 136일간 팽목항을 지키며 면도도, 이발도 하지 않은 채 간이침대에서 먹고 자며 사태를 수습했다. ‘울보 장관’으로 불리며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은 탄핵되고 정권도 교체됐지만 주무장관으로서 정치적 행정적으로 참사가 닥쳤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사표도 내지 않고 사태 수습한답시고 자리를 깔고 앉아 미적대고 있는 현 정부 공직자들과는 달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그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고 말했다. 도저히 상식적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발언이다. 사표를 폼 나게 던질 수 있으려면 자신을 고용해준 사람에게 떳떳하고 잘한 일이 있을 때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주무장관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으면서 무슨 폼을 잡고 사표를 던진다는 것인가. 지금 국민에 대한 도리, 고위 공직자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하루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장관이 없으면 행정안전부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차관 중심으로 이태원 사태 수습을 못할 것이라고는 이상민은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만약 장관이 없어 조직이 안돌아가는 그런 수준의 행정안전부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

세간에서 얘기하듯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믿고 이 장관은 저렇게 버티는건가? 이태원 참사 다음날 이 장관은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이 나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청과 소방청을 거느리고 있는 장관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경찰과 소방은 왜 있으며,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전’이란 명칭을 왜 직책에 달고 있는지 궁금하다. 행정안전부 장관 자리에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에 대한 도리는 물론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앞에서 공감의식과 도덕적 덕목이 부족하기는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신기자 회견에서 한 기자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고 지적한 데 대해 "경찰 수사에 의해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정부의 무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 답변을 한 뒤에 현장 동시통역 기기 음성 전송에 문제가 생기자 한 총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의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 이런 자리에서 행정부를 책임진 국무총리가 웃으면서 농담할 생각이 들었을까.

이태원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응능력과 공직자들의 업무태도를 보면 한마디로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일까 싶을 정도다. 마치 정부와 공직자들이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모두 손을 놓고 모른체 하기로 짬짜미를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나같이 그 시간에 무사안일 무능력 무감각 무사태평일 수 있었을까 싶다.

집권 6개월째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30%대 국정 지지율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지율이 전부는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믿음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하나둘 거둬들이고 있다. 원인은 집권초부터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반복되고 있는 인사참사, 독선, 무능, 콘트롤타워 부재 등이다.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의 인사 조치로 국정의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체된다면 참모와 내각을 향한 화살이 대통령에게 향할 수 있다. 이미 늦어도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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