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책’이 아닙니다, ‘본 책’입니다"... 본책 장터 화제
상태바
"‘헌 책’이 아닙니다, ‘본 책’입니다"... 본책 장터 화제
  • 취재기자 김민경
  • 승인 2022.05.20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작은책방 주인들, '매일매일책봄 본책 장터' 열어
또 다른 사람들과 책을 나눌 수 있는 책 교류의 장 '훈훈'

“내가 직접 본 좋은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그 책이 또 누군가에게 좋은 책이 되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읽은 책을 나누는 '매일매일책봄 본책 장터' 현장에서 들려온 말이다.

지난 4월 30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비콘 그라운드에서 열린 '매일매일책봄 본책 장터'가 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방문과 큰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올해 처음 열린 '매일매일책봄 본책 장터'는 시민들이 직접 셀러가 되어 자신이 좋게 읽었던 책들을 팔고, 또 다른 사람들의 책을 사가는 책 교류의 장이었다. 알록달록한 돗자리에 펼쳐진 다양한 책들과 그 책들을 구경하고 사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장터 분위기를 더 들뜨게 만들었다.

본책 장터에서 책을 팔고 있는 셀러들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민경).
본책 장터에서 책을 팔고 있는 셀러들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민경).

이 장터를 ‘헌책 장터’라는 말 대신 ‘본책 장터’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행사 기획자인 이화숙(48) 씨는 “보통 헌책, 중고마켓이라고 하면 ‘떨이’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자기가 본 좋은 책을 새 주인을 만나서 보낸다는 의미로 ‘본책 장터’라고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화숙 씨는 더더욱 본책 장터를 준비하면서 책을 준비하시는 셀러 분들에게 헌책이 아닌 본책을 들고 와달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행사를 준비하며 홍보물을 만들 때에도 헌책이라는 말 보다는 ‘절판본’, ‘본책’, ‘귀한 책’을 들고 와서 팔아 달라는 멘트를 넣었다”고 말했다.

시끌벅적한 본책 장터의 한 곳에서는 이번 본책 장터 최연소&최고령 장터 판매자들이 나란히 돗자리를 펴 책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최연소 셀러 '어쩔책방'과 최고령 셀러 'NANA 할머니'이다.

평소 즐겨 가던 책방에서 이 본책 장터 행사에 대해 알게 된 책방 'NANA 할머니'의 주인 강희자(부산시 연제구) 씨는 다 읽고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강 씨는 “오늘 와서 다른 사람들이 갖고 온 책들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며 “꼭 새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책들을 많이 사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본책 장터에 나온 책방 'NANA 할머니'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민경).
본책 장터에 나온 책방 'NANA 할머니'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민경).

반면, 최연소 셀러 '어쩔책방'은 이모와 조카들이 함께 책을 판매하는 책방이었다. 처음으로 조카들과 함께 본책 장터에 참여하게 된 배은희(부산 기장군 정관읍) 씨는 최연소 셀러의 장터인 만큼, 초등학생 감성으로 책방 이름도 지었다고 설명했다. 배 씨는 “조카들의 책방이기 때문에 이름도 어쩔책방으로 지었고, 책들도 초6, 초3 조카들이 읽어보고 직접 골라온 책들이기 때문에 초등학생 또래 소비자들이 많이 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연소 셀러 '어쩔책방' 책방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민경).
최연소 셀러 '어쩔책방' 책방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민경).

본책 장터 행사를 통해 책을 사고파는 것 이상으로 더 크게 얻어가는 것은 바로 ‘동네 책방의 결속’이다. 행사에 참여한 책방 중 가장 오래 책방을 운영한 '책과 아이들' 공동대표 김영수 씨는 “이러한 행사를 같이 기획하고 활동하면서 동네 책방들끼리 서로 어려움도 얘기하고 책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다”며 “앞으로 매년 이 행사를 기획하고 다른 책방들과 함께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네 책방의 결속부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나눔과 교류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매일매일책봄 본책 장터'. 본책 장터 행사 참가자들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부산의 책방이 함께 하고 이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