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문화 메카 '경대앞'서 한마음 음악축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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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문화 메카 '경대앞'서 한마음 음악축제 열린다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4.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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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광고홍보 전공 기획팀 '청진기, '29· 30일 재능기부로 '노래하는 옥상' 세 번째공연
▲ '노래하는 옥상' 공연에서 가수들이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사진: 청진기 제공).

부산 남구 대연동 지하철 1호선 경성대 역 부근의 유흥가. 바로 근접해 소재한 경성대, 부경대의 '경'자를 따서 '경대앞'이라 불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 동명대도 있다. 해가 떨어지면 이곳에는 언제나 젊음을 발산하는 대학생들로 넘쳐난다. 대학생들은 각종 주점에서 삼삼오오 술잔을 부딪칠 뿐 아니라 다양한 소규모 공연장에서 인디 문화를 즐기기도 한다. 서울의 홍대앞이 그러하듯 경대앞은 부산 청년 문화의 메카다. 그래서 '부산의 홍대앞'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경대앞 한 2층 건물의 옥상에서 오는 29일, 30일 이틀간 특별한 공연이 펼쳐진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광고홍보학 전공 학생들이 모인 '청진기'의 ‘노래하는 옥상’이다. 청진기는 "청년들의 진짜 소리에 귀 기울이기"의 머릿글자 모음이다. 청년들의 꿈, 희망, 아픔과 소통하겠다는 게 이 팀의 설립취지다.

노래하는 옥상은 청진기의 첫 번째 대학 문화 만들기 프로젝트다. 이들은 부산의 최대 대학가란 명성과 달리 경대앞의 빈약한 대학가 문화를 '업 그레이드' 하기 위해 뭉쳤다. 서울의 홍대가 길거리 공연으로 유명하듯이 경대를 대표할만한 독특한 대학가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노래하는 옥상은 작년 여름 첫 공연을 벌였으며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29일 오후 6시 30분, 30일 오후 5시 30분 경대앞 음식점 '트레디타'의 옥상에서 열린다. 공연은 말 그대로 노천 옥상에서 진행된다. 관객은 의자대신 넓게 펴진 돗자리에 자유롭게 앉는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는 없다. 때로는 가수들과 관객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하기도 한다. 이 행사는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사회자와 관객간의 토크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에게는 맥주와 간식거리도 제공된다. 공연시간은 3시간 30여분 정도로 다소 길지만, 관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칠 때가 됐다는 사회자 코멘트가 나오면 관객들 사이에선 "벌써?"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노래하는 옥상 1회 공연을 보고 팬이 된 경성대 학생 조기쁨(25) 씨는 “노래하는 옥상은 보통의 버스킹 공연과 달리 옥상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데다 가수들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면서 어울릴 수 있어서 친구들끼리 파티를 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을 이 공연의 매력으로 꼽았다.

▲ '노래하는 옥상' 공연에서 사회자와 관객들이 토크를 하고 있다(사진: 청진기 제공).

관객들이 만족하는 공연을 선보이려면 준비 과정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청진기 멤버들이 기획에서부터 가수와 장소 섭외 등 공연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다 준비한다. 협찬이나 스폰서도 없다. 관람료로 받는 5,000원은 포스터 제작, 담요와 간식거리 구입 등에 모두 소진된다. 가수들의 노래도 모두 재능 기부다.

재정 문제는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우선 공연장소인 옥상 섭외부터가 힘들다. 지금까지 모두 경대의 상가 건물 옥상에서 공연했는데, 이를 무료로 내어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 청진기 일원인 조한나(23) 씨는 “대부분이 옥상 대여료를 요구해서 무료로 빌려줄 곳이 없는지 찾아다니느라 발품을 팔아야했다. 여러 상가 주인을 만났는데 그 중에서 우리 취지를 이해하는 분들이 고맙게도 무료로 옥상을 빌려줘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에 필요한 악기도 지인들에게 빌려 겨우 마련하고 있다. 키보드 같은 고가의 악기를 빌릴 곳이 없어 가수가 부를 노래를 바꾼 적도 있다고 한다. 홍보비도 없기 때문에 공연을 알리는 일도 힘들다. SNS의 유명 페이지에 문의를 해봤지만 고액의 광고비를 내야 해 포기했다. 할 수 있는 일은 발로 뛰는 것뿐. 대학가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개인 SNS와 지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남는 것도 없고 어렵기만 한 공연을 왜 이어갈까. 청진기 멤버들은 하나같이 "재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진기에는 취업에 목메고 스펙에만 열중하는 다른 대학생들과 달리,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또 다른 청진기 일원인 제강모(25) 씨는 “우리 팀은 모두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준비 과정이 힘든 만큼 결과에 보람을 느끼고 또 다음 공연에 설렌다. 이런 친구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노래하는 옥상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진기의 앞으로의 목표는 계속해서 경대의 대학 문화를 개척해 가는 것이다. 노래하는 옥상뿐만 아니라 이후에 또 다른 프로젝트도 계속해서 기획할 계획이다. 제강모 씨는 “대학가 문화의 유형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지치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잠시나마 치유받을 수 있는 문화가 앞으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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