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맛집 소개, 알고 보니 거의 '뒷돈 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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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맛집 소개, 알고 보니 거의 '뒷돈 댄 광고'
  • 취재기자 조민영 최은진
  • 승인 2016.04.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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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들, "SNS 홍보 안하면 바보"...손님들, "SNS 믿고 가면 바보"

요즘 외식하려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페이지에서 맛집 검색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SNS를 통해 맛집 소개가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맛집,’ ‘부산 맛집’ 등 SNS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팔로우 수가 수만 명이 넘고, 좋아요 수는 게시된 맛집마다 수천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맛집 페이지들은 도시별, 지역별 맛집 순위를 매기는 등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게 해 페이지에 소개된 맛집들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SNS에 소개된 맛집에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심지어 이들 맛집 페이지들이 광고비를 받고 음식점을 소개하는 일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페이스북 페이지에 맛집으로 올라온 홍보글과 사진. 소개 내용의 진실성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리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대학생 임연희(22,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씨는 며칠 전, 저녁밥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SNS에서 맛집 정보를 검색해 그 음식점을 찾아갔다. 음식점에 도착한 그녀는 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십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임 씨는 “SNS에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집이라고 소개된 글을 보고 갔는데, (명성 그대로) 사람이 너무 많아 1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배채윤(22, 부산시 진구 양정동) 씨는 여러 개의 SNS 맛집 페이지를 팔로우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SNS에서 ‘핫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SNS에 올라온 맛집들은 후기 댓글, 순위 등이 있어서 신뢰를 하는 편이다. 배 씨는 “실제로 내가 가본 맛집들은 거의 후회한 적이 없이 맛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사진과 실제 서빙하는 음식의 비주얼이 다르고, 맛에 대한 댓글에서 과장이 심한 곳도 적지 않아 많은 식객들이 SNS 맛집 소개에 실망하고 있다. 최근 최성우(19,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맛집 중 고깃집 한 곳을 친구와 함께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방문했다. 최 씨가 본 사진의 고기는 2~3cm는 되어 보이는 두께였지만, 실제 서빙된 고기는 1cm도 채 되지 않았다. 최 씨는 "고기가 두꺼워 보여서 이 집으로 왔는데, 실제와 사진과 너무 달라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남호(23, 울산시 남구 신정동) 씨도 최 씨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윤 씨는 SNS에서 맛있다고 올라온 양식집을 찾았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사진과 달리 가게 내부가 좁고 허름했다. 주문한 음식은 더 실망스러웠다. 사진에서 보던 와양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윤 씨는 "SNS에 올리는 맛집들이 진짜 맛있어서 올리는 건지 돈을 받고 올리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맛집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32) 씨는 맛집에 대한 팔로우의 제보를 받아서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보 글에 대해서 따로 검증을 거치지는 않으며, 사람들이 맛집이니까 올려달라는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주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먹어 본 음식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제보를 받아 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성대 커뮤니케티션 학부 정일형 교수는 SNS에 올라오는 홍보성 글에 대해서 쉽게 믿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SNS에 홍보해주는 조건으로 가게로부터 돈을 받는 곳도 있기 때문에 SNS에 올라오는 정보가 완전히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페이스북 맛집 페이지들은 실제로 음식점 홍보나 맛집 페이지 순위에 올려주는 명목으로 음식점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있었다. 상위 순위에 자신의 음식점 이름을 올리려면 더 많은 광고비를 내야 한다. 어떤 맛집 페이지들은 직접 음식점에 연락해서 광고비를 요구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대상인 맛집 페이지 운영자들은 광고 단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려했다.

많은 음식점들이 SNS를 이용한 홍보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SNS 홍보가 전단지를 돌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입소문을 타 많은 고객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음식점은 손님들이 SNS에 ‘#맛집#음식점이름’과 같은 방식으로 해시태그를 올리면 서비스 음식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음식점 홍보 해시태그. 일반인들이 올린 이런 사진들은 대개 음식점이 벌인 이벤트 상품의 대가로 올린 것들이 많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대학생 윤모(24, 부산시 동래구 낙민동)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한 음식점이 맛집으로 해시태그 되어 있는 것을 봤다. 그 음식점이 유독 맛집으로 해시태그가 많이 되어 있어 진짜 맛있는 집이라고 생각한 윤 씨는 친구들과 해당 음식점을 방문했지만, 맛은 그다시 신통하지 않았다. 윤 씨는 “해시태그가 많이 돼 있었던 이유가 서비스를 주는 이벤트 때문이었다. 음식 맛은 평범했다”고 말했다.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5,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SNS를 통해 자신의 가게를 홍보한 적이 있다. 김 씨는 주위의 말을 듯고 SNS 홍보에 나섰더니 실제로 전보다 손님들이 두 배 정도 늘었다. 그는 “요즘 가게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SNS 홍보를 하고 있다. 요즘 음식점 주인들은 이 방법으로 홍보해서 더 많은 손님을 불러 모았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일형 교수는 최근 음식점 홍보를 위해 SNS 홍보글, 경품, 시식 등의 이벤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사람들은 SNS에 소개된 음식점이 정말 유명하고 맛있는 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음식점 홍보는 자칫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다. 손님들이 이들 홍보성 SNS 글에 대해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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