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병사들 대상 '쪽집게 마케팅' 상품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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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병사들 대상 '쪽집게 마케팅' 상품 봇물
  • 취재기자 이도희
  • 승인 2016.01.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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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크림, 군인전용 적금 등... 기업들 '미래 고객 확보 전략' 일환

특별한 타겟을 정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홍보하는 마케팅 시대는 갔다. 최근의 마케팅 과학은 타겟을 극세분화해서 핀셋으로 집어내듯 특정 고객만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마케팅 기법을 만들어냈다. 이것을 핀셋 마케팅이라 부른다. 기업들은 상품을 팔 대상을 핀셋처럼 끄집어내어 구애한다. 최근 기업의 마케팅 핀셋에 걸린 대상 중 하나가 군인이다.

화장품 업계

군인 상대 핀셋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화장품 회사 ‘스킨푸드’의 위장크림이다. 이 크림은 2010년 최초로 여성 학군단이 선발된다는 점과 기존 군 보급품인 위장크림이 종종 남자 군인들에게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다는 점에 착안해 소량 제작된 상품이었다. 그러나 위장크림은 남성 병사들과 가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현재까지도 매달 수천 개씩 팔리는 스킨푸드의 효자상품이 됐다. 이후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아리따움 등 많은 화장품 업체들도 스킨푸드의 뒤를 이어 위장크림과 같은 군인들을 위한 피부 용품을 출시했다.

▲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스킨푸드의 위장크림(사진: 스킨푸드)

<뉴스토마토>의 2013년 4월 11일 자 보도에 따르면, 화장품 업체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요즘 군인들은 과거 여자 친구나 가족들에게 화장품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직접 찾는 등 적극적인 화장품 소비자로 변했다"고 말했고, 또 같은 보도에서 화장품 업체 네이쳐리퍼블릭의 관계자는 ”전체 남성제품의 판매량 중 군인 상품 판매량은 3%에 그치지만 미용에 관심이 많은 군인들이 제대후 미래의 잠재고객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해병대로 근무하고 있는 최인수(22, 경남 창원시 성산구) 씨는 장병들끼리 피부 관리에 대해 서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이번 휴가 때 최 씨는 선임과 동기들이 좋다고 알려준 화장 용품들을 구매했다. 최 씨는 “평소 스킨, 로션, 선크림은 항상 바르고 있고, 가끔 훈련할 때 햇볕을 오래 쬔 날이면 팩을 하기도 한다. 위장크림은 친구들이 이미 선물로 보내줘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업계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국군희망준비적금,’ 신한은행의 ‘신(新)나라사랑적금,’ 우리은행의 ‘우리국군사랑적금,’ 그리고 하나은행의 ‘베레모적금’은 주요 은행들이 내놓은 군복무 병사들을 위한 적금 상품들이다. 이 상품들은 금리가 낮게는 4.5%부터 높게는 5.8% 정도로, 시중 은행의 2년짜리 적금 금리가 1% 후반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금리가 매우 높다. 군인 전용 적금 상품들은 금리가 높은 대신 한 은행당 월 한도가 20만 원 정도로 낮다.

군인 적금은 고금리로 은행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품이지만, 은행들이 군인전용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이유는 미래의 ‘주거래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조선비즈>의 지난해 6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군인전용 적금 상품 개발의 이유에 대해 A은행의 마케팅 담당 부행장은 "20대 군인들이 적금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대 후에) 주거래 고객으로 유입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 군인 가족들에게도 '군인을 위하는 착한 은행'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고, B은행 관계자는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젊은이가 많은데, 이들을 우선 적금으로 유치한 다음, 제대 후 취업, 결혼 등 삶의 단계마다 맞춤형 금융 상품으로 이들을 묶어놓는 것이 궁극적인 (군인용 금융 상품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군인전용 금융 상품들은 아들을 위해 부모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원도에서 육군으로 근무 중인 백진욱(22, 서울시 서초구) 씨는 어머니가 평소 거래하는 은행에서 군인전용 적금 상품이 있어서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해뒀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평소 적금이나 금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어머니께서 적금을 하나 내 이름으로 들고 계신다니 기분이 좋다. 다른 적금들보다 금리가 높아서 만기 때 받는 금액이 많다고 하니까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

▲ 부대전화나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어도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로 표시되는 KT올레의 ‘나라사랑요금제’서비스

군인 마케팅으로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들은 이동통신 3사들이다. 작년, 이동통신 3사는 나란히 군인 고객들을 위한 상품과 혜택들을 마련했다. KT는 부대 내에 설치된 KT 전화기로 군인 고객이 전화를 걸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과거 휴대폰 전화번호가 표시되는 ‘나라사랑요금제’를 서비스하고 있고, SK는 군인들이 휴가나 외박 시 음성 통화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지켜줘서 고마워’를 출시했다. LG는 이동통신 서비스 대신에 군부대에 제공되는 수신용 휴대전화를 지원한다.

▲ 휴가나 외박 시 하루 2,000원(부가세 제외)의 금액으로 음성과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지켜줘서 고마워’ 서비스

휴가 중에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군인들은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메리트’가 있는 고객층은 아니다.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60만 장병들의 ‘고객으로서 잠재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복무기간 동안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고객들을 막고, 전역 후 제공하는 혜택으로 이탈 고객들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군인대상 핀셋 마케팅에 포함되어 있다. 전남일보의 지난해 12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60만 국군 장병은 잠재고객으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며, 향후에도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고려해 군(軍) 관련 서비스와 혜택 경쟁은 더욱 뜨거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군으로 경기도 평택에서 복무 중인 김찬진(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KT에서 서비스하는 ‘나라사랑요금제’를 이용 중이다. 김 씨는 “군대 안 공중전화로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수신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쓴 공중전화가 낯선 번호로 여자 친구 전화에 찍히기 때문이다. 휴가 때 군부대 공중전화로 걸어서 내 과거 휴대전화 번호로 상대방에게 번호가 찍히는 서비스가 있다는 광고를 보고 서비스를 신청한 후로는 그런 일이 없어 편하다. 그리고 무료로 두 시간 정도 무료 통화가 가능한 점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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