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기가 너무 어려워"...'입영 낭인'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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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가 너무 어려워"...'입영 낭인' 넘친다
  • 취재기자 이지후
  • 승인 2015.12.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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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 많아 추첨 탈락 일쑤...타군 기웃거리지만 경쟁률 높아 하늘의 별따기

대학생 문유일(21,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동) 씨는 '육군 입영 23수생'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22번 입영신청했다가 22번 탈락 통지를 받은 것이다. 문 씨는 "나에게 하자가 있어 탈락한 게 아니고 추첨에서 떨어진 것이라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되지만, 하도 자주 떨어지다보니, 이제 가족들, 친구들 얼굴 보기가 민망해질 정도다"고 말한다. 김 씨는 "빨리 병역의무를 마쳐야 인생설계를 차분히 할 수 있을 텐데 슬슬 걱정이 된다"며 푸념했다.

요즘은 추첨을 통해 당첨돼야 군에 갈 수 있다. 원한다고 아무데나 가능한 게 아니다. 입영 희망 장정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원하는 입대 시기에 신청했다가 떨어지기 다반사다. 추첨에서 떨어진 장정을 대학생들은 '입영 낭인'이라 부른다. 대학시험에 떨어진 재수, 삼수생을 지칭하는 '낭인'이란 말이 입영 경쟁에도 적용된 것이다.

하도 육군 입영추첨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입영예정자들은 아예 정식 시험을 치뤄야 하는 해군, 공군, 해병대로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만만치 않다. 입영 낭인들이 몰려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타군에 입대하기는 거의 하늘의 별따기다. 남자들은 대부분 20세 때 대학생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하기를 원한다. 1학년 말 겨울방학은 입대 예정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기라, 이 기간에 입영 예정자로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대학생 노회창(22,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2년 전부터 휴학하고 입대 지원 시기가 올 때마다 계속 지원하고 있다. 재작년에 1학년을 마치고 남들처럼 곧 입대할 줄 알고 미리 휴학했지만, 생각처럼 합격은 쉽지 않았고, 타군인 해군, 공군 해병대 시험에도 응시했지만, 돌아오는 건 모두 불합격 통지서뿐이었다. 노 씨는 “군대 갈 시기를 이미 놓쳐서 앞으로가 걱정이다. 주위 친구들은 벌써 전역했거나 대부분 병장인데, 나는 아직 입대도 못했다. 나만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 기술병과 시험에 응모했다가 합격자 조회를 하면 이런 식의 불합격 통지서가 뜬다(사진: 병무청 홈페이지 캡처).

입영 시기별로 입영예정자들이 지원하고, 추첨에 의해 특정 입영시기 입대자를 선택하는 추첨제는 최근에 실시된 제도다. 이전까지 병무청은 선착순 제도를 통해 육군 일반병을 입대시켰다. 선착순 제도란 입영예정자들이 병무청 홈페이지에 입영일자가 뜨면 그 순간에 선착순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마치 명절 기차표 예매나 대학교 교양과목 수강신청을 선착순으로 자르는 것과 동일하다. 이 제도는 지원자가 동시에 한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태를 유발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고, 또 입영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사양이 느려 피해를 보는 사람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병무청은 자동 추첨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군은 육군 일반병 입대 예정자들이 선호하는 매년 2월과 6월 지원자들을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랜덤으로 입대 예정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확률상 22번이나 입대 시기를 배정받지 못해 1년 이상 군에 가려고 해도 가지 못하고 병무청을 서성이는 '입대 낭인'을 낳기도 한다.

추첨제뿐만 아니라, 입영 대상자가 군의 수요 인원보다 많아진 점도 입대 낭인을 낳는 원인이다. 출생 연도별 남성 인구를 통계청의 자료로 살펴보면, 1990년생 남자가 34만 9,000여 명이던 것이 1992년생 남자 38만 8,000여 명부터 1994년생 남자 38만 6,000여 명에 이르기까지 남자수가 급증했다. 1992년부터 1994년생들이 20세 입대 연령이 되는 요즘, 군대에서 필요한 인원보다 입영대상자가 많아지니, 자연스레 1994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군대 입영 시기 추첨에서 합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입대한 사람들이 전역해야 군대에 필요한 인원을 다시 보충하는데, 입영대상자만 많고, 군인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 출생 연도별 남성인구수(자료: 국가통계포털)

대학생 박건(20, 울산시 중구 태화동) 씨는 “벌써 입대 추첨에서 4번이나 불합격했는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군대를 못가면 자신이 생각해놓은 계획을 다 바꿔야 할 것 같다. 어디든지 상관없으니 군대에 가게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병 입대 예정자가 쌓이자, 자연스럽게 시험을 통해 입대자를 선발하는 모집병제도를 노크하는 입대예정자들 수가 증가했고, 육군 기술병과, 해군, 공군, 해병대 등의 모집병과 시험 경쟁률이 치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병무청 관계자는 "(모집병과 시험의 )성적 반영을 폐지하고 평가요소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군 생활이 직장 및 학업에 연장선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시스템에서는 본인의 자격·면허 및 전공학과를 바탕으로 지원 가능한 군사특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병무청은 현역병 입영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2년간 입영 정원을 2만명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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