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한 볼라드, 오히려 보행자들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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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한 볼라드, 오히려 보행자들 안전 위협
  • 취재기자 안신해
  • 승인 2015.11.30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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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관만 중시, '충격 흡수 재질' 규정 등 어겨...보행자 부딪혀 다치기 일쑤

평소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대학생 이준혁(25,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늦은 밤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도중 바닥에 있는 낮고 동그란 물체들을 발견했다. 이 씨는 재빨리 방향을 틀었으나 균형을 잃어버린 자전거는 옆 물체에 부딪혀 바닥을 뒹굴었다. 이 사고로 그는 아끼던 자전거가 망가지고 팔과 다리 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씨는 “아무런 주의, 경고도 없이 낮게 설치돼 있어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길에서 볼라드를 볼 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이나 횡단보도 앞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있는 기둥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 일명 볼라드라고 불리는 이 기둥들은 도로나 잔디에 자동차의 진입을 막아 보행자가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설치된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볼라드로 인해 시민들은 오히려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주부 김영선(47,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아이를 안고 길을 걷다 볼라드에 정강이를 부딪혀 상처를 입었다. 아이를 안고 가느라 차마 바닥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김 씨는 “내가 중심을 못 잡았으면 아이도 다칠 뻔했다.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볼라드에 부딪힌다든지,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걸려 넘어진다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이면서 ”차량 진입을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보행자가 편하게 통행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 인도로 차가 넘어오지 못하게 볼라드를 설치한 모습. 인도 한가운데 위치한 볼라드는 보행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 (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이토록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데는 볼라드가 규정을 어기고 설치되는 문제도 한 몫 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볼라드는 보행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높이 80~100cm, 지름 10~20cm 크기에 볼라드 간 간격은 1.5m 내외로 설치돼야 한다. 또 보행자의 사고에 대비해 고무처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하며, 충돌방지를 위해 야간반사 시설물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블록도 함께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볼라드들은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설치되어 있다.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기보다는 미관적인 면만을 중요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길거리의 볼라드를 살펴보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석재나 스텐레스로 제작된 볼라드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석재 볼라드는 높이도 50cm 정도로 기준보다 훨씬 낮아서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고 모서리가 각이 져 있어 충돌 시 사고확률이 높다. 대형마트 앞에 설치된 볼라드는 카트를 바깥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간격을 촘촘히 설치해 1.5m 내외로 설치돼야 한다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고 너무 좁아 통행에도 불편을 준다. 또, 시각장애인에게 볼라드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점형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설치됐다 하더라도 점형블록 위에 볼라드가 위치해 있으나마나했다.

부산시청 교통운영과 관계자 이경미씨는 설치 규정을 위반한 볼라드에 대해 관련 법규가 2006년에 생겼다며 “기준에 맞지 않는 볼라드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4년에 걸쳐 광역시·도에 설치된 것은 정비예산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군·도에 설치된 볼라드는 자체적으로 정비해야 하고, 사유지에 개인이 설치한 볼라드는 구청 관할 대상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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