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줄 그어진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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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줄 그어진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위험천만'
  • 취재기자 김영백
  • 승인 2015.04.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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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기현(25, 부산 북구 만덕동) 씨는 최근 사상구간 낙동강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칠 뻔했다. 일직선으로 뻗은 자전거도로를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는 도중 옆, 산책로에서 강아지가 갑자기 자전거 쪽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김 씨는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관성에 의해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흙이 쌓인 곳으로 넘어지면서 큰 부상은 피했으나, 그는 지금도 자전거를 타면 그 때의 아찔한 순간이 생각난다. 김 씨는 “만일 그 때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정확히 구분되어 있었다면, 강아지가 갑자기 뛰어드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 김 씨가 사고를 당한 낙동강 자전거도로는 여전히 자전거와 사람이 섞여 다니고 있었다. (사진: 취재기자 김영백).

우리나라에는 전국 34개의 자전거도로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4대강 종주 자전거길이 있다. 이 중 부산에는 수영강 자전거도로와 온천천 자전거도로, 그리고 북구에서 사하구 낙동강 철새도래지로 이어지는 북구-사하구 구간 종주 자전거도로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조성되어 있으면서도 허술하게 운영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로 구분된다. 대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운영된다. 이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도로라는 뜻이다. 언제든지 자전거와 보행자 간의 사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현행법 상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어떤 방식으로든 구분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페인트를 통한 시각적인 구분만 할 뿐, 분리대나 연석과 같은 시설물을 통한 실질적인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도로가 대부분이다.

김 씨가 사고를 당한 사상구간 낙동강 자전거도로의 경우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페인트로 표시만 되어 있다. 분리대와 같은 시설물에 의한 구분은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보행자와 자전거가 섞여있는 위험천만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낙동강 자전거도로 뿐 아니라 온천천 자전거도로와 수영강 자전거도로 대부분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온천천 시민공원이 가까워 자주 들른다는 이승현(35,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는 전에 자전거가 보행로로 침입하여 달리다가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를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자전거가 보행로에서 보행자와 함께 섞여 달리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하다. 이 씨는 “사고가 나도 여전히 자전거와 보행자가 섞여 다닌다. 자전거가 보행로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자전거 및 보행자도로 분리 사업을 2009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기존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복층으로 만들거나 시설물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행자와 자전거를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임동범(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씨는 “보행로와 분리되기 이전에는 보행자를 신경쓰느라 속도를 낼 수 없었다”면서 “자전거도로가 분리되니 좀 더 안전하고 즐겁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 (왼쪽)한강 자전거도로, (오른쪽)온천천 자전거도로(사진: 취재기자 김영백)

부산의 자전거도로의 위험성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보행과 자전거가 물리적으로 동일 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추가 보행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당분간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추후 예산 확보 후 도로의 확장을 추진 할 것”이라며 “사용자 간의 상호배려로 안전하게 이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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