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의 효도 신 풍속도, '랜선효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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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의 효도 신 풍속도, '랜선효도' 등장
  • 취재기자 박신지
  • 승인 2015.11.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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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 통해 부모 가게 홍보, 농작물 등 생산품 판매 대행하기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부모 속을 썩이지 않고 바르게 자라는 것, 돈을 벌어서 호강시켜 드리는 것, 타지에 있신 부모를 자주 찾아뵈는 것 등이 있다. 이런 전통적 효도와는 다르게,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새로운 효도방식이 생겨났다. 인터넷 연결망을 뜻하는 랜(LAN)을 통해 온라인에서 효도한다는 뜻의 ‘랜선 효도’가 그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에 자식이 부모의 가게나 장사를 홍보하면,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 혹은 리트윗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타임라인으로 넘어 가게 된다. 전단지나 광고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으로 몇 백 명, 혹은 천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부모 가게를 홍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랜선 효도이다.

홍보하는 내용은 다양하다. 부모의 농작물이나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부모 가게를 홍보하는 자녀도 있다. 이들은 아래 사진처럼 “랜션 효도하려고 트윗해 봅니다,” “여러분 소문 좀 내주십시오. 아버지가 요새 개업한 곳인데...” ”제주도에서 부모님이 키운 귤 판매를 도우려 합니다“는 식으로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린다.

▲ SNS를 통해 부모님의 가게를 홍보하거나 직접 키운 농작물을 판매하는 내용의 글(사진: SNS캡쳐)

트위터를 통해 부모 가게를 홍보하는 백예진(21, 서울시 구로구) 씨는 부모 가게가 시내가 아닌 변두리에 있어서 어떻게 홍보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 광고보다 SNS 소셜 미디어가 더 힘이 있다고 생각한 백 씨는 본인이 사용하는 트위터 타임라인을 통해서 부모 가게를 홍보했다. 백 씨는 “홍보하고 싶을 때마다 광고비용 걱정 없이 홍보할 수 있는 게 트위터의 장점이다. 자연스레 가게 수입도 눈에 띄게 올랐다”고 말했다. 부모가 키운 농작물을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포도, 사과, 배 등을 판매하는 남모(24) 씨는 “주변 분들이 나를 믿고 부모님 농작물을 구매하고, 입소문을 내주어서 SNS를 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부모가 감 농장을 운영하는 한 SNS 이용자는 풍년이라 남는 감이 많아 고민했다. 날이 더 추워지고 서리가 내리면 감이 다 죽기 때문이다. 이 이용자는 본인이 사용하는 SNS에 부모가 키운 감 판매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300회 가량 리트윗됐고, 그 아래에는 감을 사려는 사람들의 멘션(다른 소셜 미디어의 댓글과 유사한 개념)이 연달아 달렸다. 계속 주문이 이어지자, 이 이용자는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감을 따러 간다. 가위랑 바구니를 챙기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SNS이용자가 올린 글과 그 밑에 연달아 달린 멘션(사진: 트위터 캡쳐).

대학생 박수진(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SNS 지인의 부모 가게 홍보 글을 보고 직접 그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박 씨는 “지인 부모님 가게라 믿고 가봤는데, 음식 맛도 훌륭했고, 아는 사람의 집이라는 생각에 신뢰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에서 소개된 남 씨의 사과를 주문해 먹어본 최세영(22, 부산시 북구) 씨는 “아는 사람 부모가 파는 사과라 믿고 주문해봤다. 저렴하게 맛있는 사과를 산 것 같아서 좋다. 다음에 또 홍보하면 또 사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선 효도는 단순히 부모 장사를 홍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의 선거 운동을 돕는 역할로도 활약했다. 2014년 7월 30일에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새정치 민주연합 박광온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딸의 랜선 효도로 화제가 됐다.

▲ 박광온의 딸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다양한 형태의 홍보글인데, 하나는 본인임을 밝힌 트위터에 직설적으로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홍보성 글이고, 다른 글들은 시뮬레이션 게임 중 게임이용자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버지를 홍보한 글들이다(사진: 트위터 캡처).

박광온의 딸은 SNS에 본인임을 밝히며 랜선 효도를 하기 위해 계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본인을 ‘랜선 효녀’로 지칭하며 “이 계정은 오로지 머리가 크고 못생겨서 유명해지지 못한 박광온 씨가 트위터에서나마 유명해지길 바라며 트잉여(트위터 잉여의 준말: 남아도는 시간인 잉여 시간을 이용해서 트위터를 하는 사람을 뜻함)인 딸이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계정일 뿐”이라는 글을 남겨 남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같은 지역에 출마한 천호선의 아들도 질 수 없다며 SNS에서 아버지의 좋은 이미지를 부각하는 일이 있었다.

잘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랜선 효도가 한 번의 실수로 랜선 불효가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정몽준 씨 막내아들은 의도치 않게 랜선 불효를 저질렀다. 지난해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해 한 SNS 유저가 글을 썼다. 그 글에 정몽준의 막내아들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을 샀다. 그 후 6.4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 시장 후보였던 정몽준 씨는 공개 석상에서 아들의 발언을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 당시 논란이 됐던 정몽준 아들의 SNS 댓글(사진: 페이스북 캡처)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부서를 신설해서 새로운 SNS홍보에 대처하고 있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본인들이 할 수 없는 SNS 홍보를 젊은 세대인 자녀들이 맡게 되면서 랜선효도가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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