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부담스럽다"...신종 대안 소셜미디어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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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부담스럽다"...신종 대안 소셜미디어 ‘봇물’
  • 취재기자 이슬기
  • 승인 2015.09.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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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앱, 게시글 자동 소멸 앱, 끼리끼리 앱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속속 등장
▲ 익명 SNS ‘모씨’의 첫 화면(사진: 취재기자 이슬기).

대학생 조모(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미디어에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편이다. 추석을 맞아서도 어디 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소상히 알리는 인증사진을 꼬박꼬박 올릴 만큼 소셜미디어 활동에 적극적이었지만, 어느 날부터 조 씨는 소셜미디어 사용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조 씨의 게시물을 보고 친구들이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냐,” “정말, 잘 돌아다니네,” “그렇게 많이 놀러 다니는 데 쓰려고 아르바이트하냐?”라는 말을 수시로 듣기 때문이다. 조 씨는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릴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하나(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지만 게시물을 자주 올리지 않는다. 최 씨는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보고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으려는 감성팔이냐," "관심을 받으려는 관심종자냐"는 등의 험한 말을 듣게 됐다. 최 씨는 “이렇게 말이 많으니 소셜미디어에 하고 싶은 말 한 번 올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이들처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원인은 개인 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 여러 가지다. 상항이 이렇게 변하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떠나서 부담감을 보완한 신종 소셜미디어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페이스북을 대체하고 있는 첫 번째 신종 주자 소셜미디어는 가입할 때부터 자신의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되고 활동할 때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앱이다. 이러한 앱을 인터넷에서는 ‘익명 소셜미디어’라고 부른다. 익명 소셜미디어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앱을 사용하기 위한 회원가입 절차가 전혀 없고, 설치만 하면 자신의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익명 소셜미디어로는 한국에서 개발된 ‘모씨(Moci)’가 있다. 이 소셜미디어 앱은 이름도 안 물어 보고 이메일도 물어보지 않는다. 그래서 김 씨도 아니고 이 씨도 아니라는 의미에서 모씨다. 모씨는 ‘근처에,’ ‘관심 있는,’ ‘인기 있는,’ ‘새로운’ 등의 메뉴로 나누어져 있어 자신이 원하는 소식들을 모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모씨 앱의 인기가 높아져 페이스북에 모씨 캡처화면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세진(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익명이다 보니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게 되고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 같다"며 "모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꾸며낸 것 같은 게시물이 보이기도 하지만 허심탄회한 자신의 이야기, 또 익명으로만 할 수 있는 질문들을 볼 수 있어서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 소셜미디어 '블라인드(blind)'는 직장동료, 업계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앱이다.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선택한 뒤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력한 개인 정보들은 인증 후 블라인드 앱 서버에서 전부 삭제되며 익명으로 등록한 아이디도 계속해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익명 소셜미디어 '두리번'은 GPS 위치 기반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앱이다. 거주하는 지역의 소식을 접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이용을 위한 가입 절차가 없다. 대학생 조모(22, 해운대구) 씨는 "타 지역에서 맛집을 찾을 때 이 앱을 이용하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얼굴과 이름은 모르지만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과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불편한 건 익명이 아니라는 것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김모(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던 중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이전 글을 다 지웠다고 생각했던 김 씨의 페이스북에서 계속해서 예전 글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소셜미디어는 누구든지 들어와서 내 과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래된 게시물은 지우는 편인데, 가끔 나도 모르게 지워지지 않은 게시물이 있으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김 씨가 발견한 대체 소설 미디어가 소위 ‘휘발성 소셜미디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콘텐츠들이 지워지지 않고 보관되지만 휘발성 소셜미디어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휘발성 소셜미디어로는 ‘스냅쳇’과 ‘쨉’이 있다. ‘스냅쳇’은 상대방에게 사진을 보낼 때 정해둔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앱이다. 또 ‘쨉’은 공유한 사진과 글, 동영상 등이 24시간 뒤에 모두 사라지는 앱이다. 이러한 휘발성 소결미디어는 특히 '잊힐 권리'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잊힐 권리'란 온라인 상에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삭제 및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뜻한다.

페이스북은 친구들은 물론 페이스북 상에서 누구든 원하면 소통이 가능하다. 이렇게 특정 다수와 게시물을 공유하지 않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또다른 신종 소셜미디어를 인터넷에서는 ‘폐쇄형 소셜미디어’라고 부른다. 대학생 이누리(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폐쇄형 소셜미디어 앱 ‘비트윈’을 꾸준히 사용해오고 있다. 이 씨는 "연인과 둘이서만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기 때문에 애틋한 느낌이 들고 둘만의 공간을 꾸미는 느낌이 든다"며 "비트윈은 커플들에게 유용한 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법 쓰는 사람이 많은 '네이버 밴드'도 대표적인 폐쇄형 소셜미디어다. 네이버 밴드는 주로 동창, 친구, 가족 등 친근한 사람들끼리의 공간이다. 교육용 소셜미디어인 '클래스팅'은 교사와 학생들 간의 소통은 물론 교내소식과 학습자료 공유에 쓰이는 폐쇄형 소셜미디어다. 대학생 안주아(22, 부산시 북구) 씨는 "가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다보면 내 사생활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게시물을 올리기 꺼려지는데 폐쇄형 소셜미디어는 친근한 사람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정일형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소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교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같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꾸준히 적용하고 있는 것을 그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소셜미디어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겠지만 하나의 트렌드라는 측면에서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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