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 지뢰에 두발 잃은 하 하사, 의족 달고 재활 비지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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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 지뢰에 두발 잃은 하 하사, 의족 달고 재활 비지땀
  • 취재기자 성하연
  • 승인 2015.11.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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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3개월만에 '걸음마' 시작, 내년 중사 진급... "군 복귀해 조국에 몸 바칠 터"
▲ 하재헌 하사가 의족을 착용한 뒤 걷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두 손을 놓고 걷는 모습(오른쪽)(사진: 하재헌 하사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지난 8월 4일 오전 7시 35분경, 육군 1사단 소속 수색대원들이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에서 수색작전 도중, GP 인근 철책 통문 근처에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를 밟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김정원(23) 하사와 하재헌(21) 하사가 수색하기 위해 철책 통문을 나란히 통과하는 순간, 하 하사가 먼저 지뢰를 밟았다. 사고당한 하 하사를 통문 밖으로 끌고 나오던 김 하사도 곧이어 지뢰를 밟았다. 김 하사는 한 쪽 발목 아래를 잃었고, 하 하사는 두 발목 아래를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은 8월 10일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고, 북은 마침내 우리에게 8월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그리고 20일 북한군은 우리 군을 향해 확성기 중단을 요구하며 포격 도발했다. 그날 우리군도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이렇게 양측이 극단을 향해 군사적 긴장상태가 치닫던 그날 20일, 양측은 남북당국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그후 8월 23일부터 25일에 걸쳐 남북 고위급회담이 진행됐고, 남북공동합의문이 발표됐다. 합의문 내용 중 하나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두 차례 진행됐다. 그리고 이상가족 상봉의 아쉬움 속에 발표문의 주요 골자인 남북당국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라던 중, 다음주 목요일인 이달 26일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는 것에 남북 양측이 합의했다는 보도가 21일 나왔다.

이 모든 긴박한 남북 대치 상황이 연출된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는 지뢰로 신체 일부를 잃은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 두 사람이 있었다. 당시 80여 명의 우리 국군 장병들이 자진해서 전역을 연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기성세대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더욱 대한민국 국민들을 감동케 한 것은 이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 일부를 잃은 김 하사와 하 하사가 당시 극한 상황 속에서 보여준 일사불란한 행동과 빛나는 투혼이었다. 그 장면은 CCTV 화면으로 국민들에게 생상하게 전달됐다. 이때 두 다리를 잃고도 ‘영원한 군인’으로 남기를 희망한 하재헌 하사도 온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하재헌 하사는 사고 이후 지뢰 파편을 제거하고 피부 이식을 하느라 총 17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마친 뒤 현재는 의족을 달고 재활 운동을 하며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전 의족을 착용한 지 2주 만에 처음으로 손을 놓고 걷는데 성공했다. 하 하사는 당시 그의 소셜 미디어에 “이제 두 손 놓았다~ 의족 착용한 지 2주만에 손놓고 걸었다! 아기 걸음마 떼듯이 다시 연습 중, 손 놓고 걸으니, 이마이 좋구만! 8월 4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걷는다!”고 적었다. 그게 10월 27일의 일이었다. 

<시빅뉴스>가 영웅 하 하사를 만났다. 하 하사는 <시빅뉴스>의 인터뷰 제의를 기꺼이 받아 주었다. 하 하사는 의족으로 막 걸음마를 시작할 당시의 기분을 “약 2개월을 누워만 있다가 걸으니 걷는 법을 잊어버렸는데, 어렵지만 한발 두발 내딛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두 발로 걷는다는 게 남들에게는 일상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 하사는 부산사람이다. 그의 부모님은 부산에 살고 있고, 그의 형은 부산 경성대에 재학 중이다. 하 하사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 야구 선수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두고 부모님과 미래의 꿈에 대해 상의를 하던 중 아버지가 ‘군인’을 추천했다. 이후 군에 대해 알아보며 군인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고3 시절부터는 군인을 꿈꾸다가 마침내 2012년 3월 동부산대 부사관 학과에 진학해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졸업 후, 2014년 3월 군으로 입대했고, 그 해 7월 하사로 임관했다. 현재 그는 대한민국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소속이다.

▲ 대한민국 육군 1사단 전진 수색대대 소속 하재헌 하사 (사진: 하재헌 하사 제공)

하 하사는 이번 사고로 멀쩡하던 두 다리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그가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자들은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 하사는 “지난 과거를 생각해봐야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이득이 될 것 없다”며 “지뢰를 밟고도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일지라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는 “부모님과 형이란 가족의 힘으로 지금까지 견뎌내고 있고,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 지난 일에 후회 또한 없다”고 덧붙였다.

하 하사는 퇴원 후 앞으로도 평생 ‘군인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혀 많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하 하사의 병실 머리맡에는 하루빨리 군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의 마음을 담은 군복이 걸려 있다. 그는 “저는 지금도 군인이고, 제가 해야 하는 임무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복귀하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 하사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사람은 바로 가족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처음으로 응급실에서 부모에게 군으로 복귀하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 그의 부모는 ‘제 정신이냐?’며 깜짝 놀라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군 복귀를 희망하는 아들의 모습에 부모들은 걱정스럽지만 허락했고, 지금은 그런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하 하사는 자신이 속해있는 수색대대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수색대대는 제가 처음으로 군 생활한 곳이고, 군에 남아있는 저의 전우들과 제가 데리고 있던 용사들을 떠나는 게 불가능했다”며 “군으로 복귀하면, 가장 먼저 전우들과 구령을 넣어 발맞춰 뜀걸음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민구 국방부장관, 최근에는 의족 육상 선수 출신의 에이미 멀린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로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사고 이후 거의 2~3일에 한 번 꼴로 큰 수술을 견뎌내야 했던 하 하사는 전신마취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병문안을 왔던 수많은 방문객들을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방문객들 가운데 두 사람을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꼽았다. 먼저, 최근 37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이종명 대령의 방문이 그에게는 뜻깊었다. 이종명 대령은 15년 전 하 하사와 같은 장소에서 지뢰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기 때문에, 군에서 근무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리가 없어도 군 생활을 할 수 있다”며 하 하사에게 용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또, 하 하사는 6.25 전쟁 휴전회담에서 한국군 대표로 참석했고, 6.25전쟁의 영웅으로 알려진 백선엽 장군을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꼽았다. 그는 “평소 존경하던 분이었고, 역사 속에서만 보던 분을 직접 만나 영광스러웠다”고 설명했다.

하 하사는 이번 일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는커녕 오히려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데 감사한다. 군에는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있다. 제가 비록 이번 일로 화제가 되어 언론에 자주 등장했지만, 수많은 군인 장병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땀 흘리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 하사는 “저는 평소처럼 제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군에서 필요로 하는 군인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꽃다운 나이에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단 한 번도 군을 원망하거나, 군인이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하재헌 하사. 그가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과 조국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투철한 사명감, 그리고 굳건한 정신력은 우리 국민과 많은 군인 장병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20일, 군은 하재헌 하사가 같이 부상당한 김정원 하사와 함께 군의 정기 진급 심사를 통과해서 중사로 진급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하 하사는 내년 말 중사 계급장을 달고 하재헌 중사로 군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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