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호환 교통카드제, 방방곡곡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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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호환 교통카드제, 방방곡곡 '구멍 숭숭'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5.11.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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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구축 제대로 안돼...일부 시외 버스, "단말기? 폼으로만 설치했죠"

정부는 작년 6월부터 '전국 호환 교통카드 제도'가 시행된다고 이미 발표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전국의 승객들은 시외버스를 탈 때 창구에서 티켓을 사지 않고, 대신 교통카드를 시외 버스 내부에 부착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탑승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전국 대부분 지역 승객들은 여전히 시외버스에 부착된 교통카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다. 단말기가 아직 설치되어있지 않거나, 설치되어 있어도 전원이 꺼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국 호환 교통카드 제도'는 과거 지역별로 달랐던 교통카드를 통합하고, 전국 버스∙지하철∙고속도로∙철도에서도 교통카드를 사용 가능하게 하는 편리한 제도다. 물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 같은 후불교통카드도 사용 가능하다. 현재 전국 호환 교통카드는 캐시비, 티머니, 한페이, 원패스, 레일플러스 카드로 총 다섯 가지이며, 경남도 이 정책에 따라 2012년 7월부터 1,500여 대의 시외버스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설치했다.

▲ 전국호환 교통카드제도를 홍보하는 만화(사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전국 호환 교통카드 제도'를 실생활에 적용해보면 이렇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시민이 부산 서면으로 출근하려면, 전국 호환 교통카드를 사용해 창원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 시외 버스 터미널로 간다. 그 시민은 시외버스 매표 창구를 거칠 필요 없이 앞서 사용했던 교통카드를 시외 버스 내부에 부착된 단말기에 대고 요금을 결재한 다음 부산 사상행 시외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그리고 창원에서 출발한 시외버스가 부산 사상 터미널에 도착한 후, 다시 그 교통카드로 서면 행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부산의 직장으로 향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교통카드 전국 호환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으면, 시민들은 한 가지 교통카드로 전국 어디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편리하게 갈아 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버스 내부에 카드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있어도 꺼놓은 상태여서 대부분의 카드 단말기가 장식에 불과하다.

▲ 전국의 시외버스에는 사용하지 않고 전원을 꺼놓은 단말기가 대부분이다 (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11월 현재, 전국의 시외버스 교통버스 단말기 사용이 가능한 곳은 일부 시범지역을 제외하고는 극히
드물다.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왜 이 제도가 아직 시행되지 않을 것일까? 사상 터미널의 A 버스기사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버스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말기는 사실 폼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문제에 대해, 마산 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 B씨는 국토 교통부의 정책에 따라 단말기는 설치했지만, 터미널 측과 버스 회사들 간의 결제 시스템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남도 교통과는 터미널 관계자와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터미널과 버스 운행 회사들 간의 협의가 지체되는 점도 있지만, 터미널 내부 사정이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을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이 실행되면, 터미널 측은 터미널 매표소에서 표를 팔거나 시외버스에서 티켓을 걷는 일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수를 줄여야 하는 등의 내부적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경남 교통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남, 충남을 제외한 우리나라 모든 시외버스에서 교통카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경기도에서는 '후불' 교통카드로는 교통카드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장유-해운대 등 경남 지역 몇 군데의 노선에서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 시범 운행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을 실행하는 지역 중 경남과 충남이 제외된다고 했지만, 경남도청 교통과는 다른 지역이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면 경남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문제에 대해, 충남도청 교통과는 국토부에서 정한 연차별 우선 순위에 충남이 밀린 것이며, 충남도 터미널과 버스 사업자 사이에서 '난처한 처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도는 터미널과 버스 사업자들이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할 때 그 지분율에 관한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해 미뤄진다고 말했다.

시외버스로 통학하는 대학생 권혜림(23, 경남 창원시 성산구) 씨는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단말기를 버스 안에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비쳤다. 권 씨는 “매일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표창구로 가서 표를 끊는 것도 불편한 일”이라며 "단말기가 있으면, 표를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 결제하기 간편하니 하루 빨리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버스회사 C 버스기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교통카드 단말기를 설치했지만,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상태이며, 그래서 손님들에게 홍보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C씨는 "사실 이 시스템을 잘 알고, 또 사용하기를 원하는 손님은 여태까지 한 명도 없어서 문제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외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신상욱(26, 부산 동래구) 씨는 "시외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의식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기계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며 "세금을 써서 국민들을 위해 제도를 만들었으면,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나 지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버스 사업장은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경남버스운송사업조합, 충남버스운송사업조합, 그리고 나머지 지역을 아우르는 전국버스사업운송조합회로 총 네 곳이며, 다른 지역은 해당 도가 관리하지만, 전국버스사업운송사업조합은 국토부가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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