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노무현 길을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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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노무현 길을 가겠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5.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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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봉하마을서 추도식 열려
부시 "인권에 헌신한 대통령" 회상하며 추도
문희상 의장 "노무현 정치, 남은 우리의 몫"
이낙연 총리 "'깨어있는 시민' 되겠다" 다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됐다. 추도식 주제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 등 유족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등 각 정당 대표와 정치권 인사,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정부 인사들도 자리했다.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시민들도 자리를 빛냈다. 추도식이 진행되기 1시간 전부터 행사장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아이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부터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녀까지 면면도 다양했다. 이날 3시 기준, 17300명의 추모객(노무현 재단 추산)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이 진행된 가운데 시민들이 추도식을 지켜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송순민).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송순민).

추도식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사회로 국민의례,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의 인사말, 추모 영상 상영, 부시 전 미국 대통령·문희상 국회의장 추도사, 가수 정태춘 씨 추모공연, 이낙연 국무총리 추도사, 노무현재단 정영애 이사 인사말,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추모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추도식은 부시 전 대통령의 참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부시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기간 재임했다. 그는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노무현 대통령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를 방문했다고 운을 뗐다.

조지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었다(사진: 취재기자 송순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송순민).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식 전 권양숙 여사에게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했다. 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인권에 헌신한 노무현 대통령, 친절하고 따뜻한 노무현 대통령,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을 용기 있는 강력한 지도자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였고, 미국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면서 훌륭한 업적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그의 가족, 국가, 공동체였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소 먹먹한 표정으로 "10년 세월 동안 봉하에는 열 번의 여름, 열 번의 가을과 겨울이 지났다"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변함없는 세상이기에 더더욱 서러운 날이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최근 극심한 정치권의 분열을 겨냥한 듯 당신께선 '정치,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며 지역주의와 분열의 정치에 단호했다"고 회상하면서 "지금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정치는 길을 잃어 가고 있다.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추도사를 읽다 감정이 격해진 문 의장은 잠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60대 시절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저 문희상이 일흔 중반의 노구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다. 존경했다"며 추도사를 끝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송순민).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송순민).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다고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이 총리는 노 전 대통령 대선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의 도전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고, 대통령님의 좌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을 주었다면서 사람들은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깨어 있는 시민이어야 한다는 것을 각성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촛불 혁명을 언급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총리는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으로 작용했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님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통령님이 꿈꾸던 세상을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는 그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모친상으로 불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대신해 정영애 이사가 추도사를 대독했다. 정 이사는 "10주기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회한과 애도의 대상이 아닌 용기를 주는 이름,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대명사로 우리 안에 뿌리내리길 바란다"며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이날 추도식에서는 가수 정태춘 씨가 <떠나가는 배>와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상록수>를 부르며 참석자들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추모의 마음을 나눴다. 

추도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끝으로 내년을 기약했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 한 채 봉하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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