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양합니다”...‘노 키즈 존’ 내건 음식점 논란
상태바
“아이는 사양합니다”...‘노 키즈 존’ 내건 음식점 논란
  • 취재기자 유혜민
  • 승인 2015.09.23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의 권리 유린이다" vs. "음식점의 고유 영업 방침이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생 윤소연(21,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씨는 영유아 동반 고객이 가게에 오면 한숨을 짓는다. 그들이 다녀가고 난 뒤의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반입이 금지된 외부 음식물을 들고 와 아이들에게 먹이고 자리를 엉망으로 해둔 채 그냥 가는 보호자도 있고, 화장실에 가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아이 기저귀를 가는 보호자들도 있다. 윤 씨는 “아이들은 귀엽지만, 아이들이 왔다 가면 가게가 엉망이 된다”며 종업원의 고충을 토로했다.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한 적 있는 윤인정(21,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도 영유아 동반 고객이 가게에 와서 피해를 주는 일을 여러 번 경험했다. 몇몇 부모들이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제지하지 않아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거나, 냄새나는 기저귀를 의자 구석에 끼워놓고 가는 등 종업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일부 영유아 동반 고객의 이런 민폐 행동이 문제가 되면서, 몇몇 카페나 식당, 극장 등은 일정 나이 미만인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을 도입하고 있다. 출입문 입구에 “○세 미만 아이들의 출입을 금합니다”라고 써 붙여 놓아 직접적으로 노 키즈 존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유아용 의자를 준비하지 않는 등 어린 고객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영유아 동반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어 간접적으로 노 키즈 존임을 표현하는 가게도 있다.

   

▲ 요즘 식당에는 이런 표시를 걸어 놓고 아이 출입을 막는 것을 영업 방침으로 정한 업소들이 늘고 있다(사진: google 이미지 검색 imgarcade.com캡처).

   
▲ 어떤 업소들은 아이의 나이를 적어 놓고 식당 출입을 금하는 방침을 내걸어 놓기도 한다(사진: 2014년 8월 15일 자 KBS 뉴스 캡쳐).

부산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 씨는 고심 끝에 노 키즈 존 도입을 결정해 작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박 씨는 “노 키즈 존 도입 후 아이들로 인한 다른 고객들의 불만이 없어져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 앞의 노 키즈 존 표기를 보고 박 씨에게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고객도 있다. 서울의 노 키즈 존 식당 종업원 강모 씨는 한 손님에게 “돈은 내가 내는데 왜 당신이 애들을 못 오게 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강 씨는 손님에게 다른 고객들을 위한 영업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으나, 손님은 강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게 노 키즈 존이 생기면서 업주와 영유아 동반 고객 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노 키즈 존에 대한 찬반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두 살 된 아들이 있는 김양희(25,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 씨는 노 키즈 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도 아이가 있지만,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는 다른 아이들 때문에 인상을 찌푸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윤정민(21, 부산시 사하구 당리동) 씨는 남자 친구와 식당에 갔다가 화상을 입었다.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허벅지에 뜨거운 국물을 쏟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어 아이 부모에게 항의했으나, “아이가 그럴 수도 있죠”라는 무책임한 말을 들었다. 윤 씨는 결국 식당 주인의 중재로 아이 부모에게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는 노 키즈 존이 당연히 필요하다며 “무책임한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오는 식당에는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박정은(23, 부산시 서구 부민동) 씨는 아이들이 카페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닐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다른 손님들의 항의가 두려워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있는 테이블에 행여 아이들이 부딪혀 다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가게는 아이들의 출입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대 외식서비스경영학과 김학선 교수는 노 키즈 존에 대해 “운영자가 결정하는 ‘서비스 차별화 전략(고객 세분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개념 엄마나 우는 아이, 책임 배상 등의 위험을 품으면서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는 경영주와 그런 위험을 피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경영주 개인의 판단이 노 키즈 존의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동명대 유아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지해(23,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노 키즈 존 도입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가게에 출입할 권리를 빼앗아가는 일종의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노 키즈 존 설정이 부당하다며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 살 된 남동생이 있는 김수민(20, 서울시 중구) 씨는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노 키즈 존 때문에 한숨을 짓는다. 평소에 동생을 데리고 다닐 때,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는데도 불구하고 노 키즈 존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몇몇 몰상식한 부모들 때문에 다른 부모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9월 3일 <뉴스천지>의 기사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 학부모 지원과 이은정 씨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을 정해서 부모가 아이를 통제해야 할 것”이라며 “허용할 점과 단호하게 할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해 알려주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강정한 교수는 2015년 3월 14일 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키즈 존은 갈등과 분노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 분쟁처럼 일상을 통해 다시 갈등이 증폭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