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은 맞고, 이해찬과 홍영표는 틀리다?②-확증편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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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맞고, 이해찬과 홍영표는 틀리다?②-확증편향의 시대
  • 대표 / 발행인 이광우
  • 승인 2019.03.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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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의 ‘황령산칼럼’ 3월 18일자에 ‘나경원은 맞고, 이해찬 홍영표는 틀리다?’란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법치주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법조계, 특히 판사와 변호사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할 말이 많은데, 참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칼럼은 그 후속 편이랄 수 있겠습니다.

#장면1-김경수 재판

지난 1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참혹한 민낯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속재판연구관을 지냈습니다. 이로 인해 김 지사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터였습니다. 발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각에선 판사들의 이력을 문제 삼아 재판 결과를 예단해 재판부를 비난하고 재판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명국가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 경우에라도 법정 밖 비난과 예단은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을 엄벌하라는 압박이나 무죄를 내라는 협박으로 보여서 그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예단 없이 공정성을 잃지 않고 재판하겠다.” 

“불공정 재판이 우려된다면 지금이라도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라.” 

#장면2-김은경 영장

법원은 25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김경수 지사 때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영장전담 판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미친 판사고, 또라이 정부다.”

“김의겸(청와대 대변인)이가 지켜보겠다고 협박하더니 법원이 꼬리를 내렸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심하고 문서로도 증빙된 건인데 왜 불구속? 괴상한 법원이고 요상한 판사네.”

확증편향을 경계한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관련 이론이 숱하게 많은 걸 보니 한번 정리가 되긴 되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일별해 보겠습니다(일부는 제가 다른 칼럼에서 다루었던 것들도 있습니다. 자기표절이 있습니다).

▶왜상=이화여대 김미현 교수는 언젠가 <세계의 문학> 여름 호에 평론 ‘수상한 소설들·한국 소설의 이기적 유전자’를 실었습니다. 김 교수는 “소설을 보는 독자들에게는 일정한 환상이 존재한다. 원하는 대로 읽거나 부분만 강조해서 비판하는 것도 환상에 포함된다. 이런 시각이 소설의 ‘왜상(왜곡된 이미지)’을 만들어낸다”라고 적었습니다. 
▶진실스러움(truthiness)=‘사실이라는 증거 없이도 무언가를 진실이라고 느끼는 특성’을 뜻합니다. 2005년에 미국의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고안해 낸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쪽의 정보는 맹신하지만 다른 쪽의 정보는 기를 쓰고 불신하기로 결심한다는 것입니다.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나는 액면 그대로의 세상을 본다, 나의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떠한 뒤틀림도 없다'고 믿는 경향성을 말합니다. 
▶허위합의효과(False Consensus Effect)=자신의 의견이나 신념, 행동 등이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믿기로 했으므로 그 내용은 진실이며, 설사 거짓이나 음모라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객관적 진실’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포스트 트루스(Post-truth)=‘탈 진실’로 해석됩니다. ‘감정에 대한 호소나 개인적 신념이 객관적 사실보다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영국 옥스포드 사전은 2016년에 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시대적 특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특이한 징후만 가지고도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제법 많이 알려진 ‘확증편향’과 ‘칵테일 효과’가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려는 특성을 말합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뉴스만을 찾아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비슷한 용어로 ‘선택적 관찰(selective observation)’이 있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은 언론이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자신이 관심을 갖는 말만 들리는 현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선술집은 왁자지껄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떠들고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자기나 자기가 아는 사람의 이름, 성적인 대화는 귀에 잘 들어옵니다. 생존본능과 생식본능 때문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이상 8가지 정도만 소개했습니다만, 관련 이론은 더 많습니다. 혹시 나는 몇 개나 해당되는지 세어보셨습니까? ^^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들리는 게 다가 아니다

이런 현상이 내포한 문제점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결속과 화합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정신이 무너진 정글에서 나와 내 가족이 성할 리 없습니다.

대니얼 새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잘못된 정보는 인간의 집단기억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여기에서 교수가 말하는 ‘집단기억의 왜곡’이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 공유하는 지식은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의견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험 수위에 이른 것 같습니다.

교수는 그러면서 정치적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악용될 소지가 있으니, 동의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집단의 주장에도 한 번쯤 귀를 기울이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의 주장대로라면, 인류는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 덕분에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유전자의 본체(DNA)에 허구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본능이 들어있다면 교수의 말을 좇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들리는 게 다가 아니다’란 평범한 말만은 늘 기억했으면 합니다.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드루킹, 손혜원, 미세먼지 등 어지럽고 거친 단어들의 탁류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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