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성공률 100%"...부산 서면에 헌팅전문 술집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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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성공률 100%"...부산 서면에 헌팅전문 술집 우후죽순
  • 취재기자 이승주
  • 승인 2019.03.25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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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두어 시간 줄서야 입장... 휴대폰 앱으로 매칭해주는 술집도 / 이승주 기자

“몇 명이서 오셨어요? 제 친구들이랑 합석하실래요?” 3월 중순 어느 날 밤 씩씩하게 한 남성이 여성 3명이 자리를 차지한 테이블로 다가와 말을 건다. “저희끼리 술 마시러 온 거에요. 죄송합니다.” 여성들은 남성의 제안을 거절한다.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짓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 다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용감하게 다른 테이블로 다가가 같은 수법으로 수작을 건다. 요즘 작업의 메카로 각광받는 전문 헌팅 포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장면이다.

많은 남성이 여성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가 합석을 제안한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결국 이 남성의 작업이 먹혀들어간 듯 그와 그의 친구들은 다른 여성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3대3 남녀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이들은 이름이 무엇인지, 사는 곳은 어딘지, 나이는 몇 살인지 서로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술 한 잔씩 오고가며 남녀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 시간쯤 흐르자, 남성들은 자리를 옮겨서 술 한 잔 더하자며 얘기를 꺼낸다. 그들은 그렇게 헌팅포차를 빠져나갔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길거리, 클럽, 수변공원, 해운대 해수욕장같은 특정 장소가 헌팅의 메카로 각광받았다. 헌팅은 미디어를 통한 성폭력, 성추행과 같은 여러 사건사고의 보도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산의 중심지 서면에는 전문 헌팅 술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면의 번화가 전문헌팅포차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청춘폰팅포차라고 광고하고 있는 전문헌팅포차의 간판(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3월 중순 금요일 밤 오후 10시, 서면 대로 한복판에 술집 입구, 말쑥한 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이 술집들에 입장하기 위해 기본 1시간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줄을 선다고 한다. 입간판에는 폰팅 포차라고 적혀져있고 술집입장을 위한 공지사항이 크게 붙어있다.

이 술집은 나이제한 시스템이 있다. 20세부터 29세까지 20대 손님만 받고 입장할 때 손에 도장을 찍어준다. 또한 입장하기 위해선 전용 휴대폰 앱을 설치해야한다. 휴대폰 앱에는 각 테이블의 번호와 해당 테이블에 남자가 몇 명인지, 혹은 여자가 몇 명인지가 표시되어있다. 앱을 통해 주문과 호출은 물론 다른 테이블에 개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태블릿을 이용해 주문과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태블릿이 설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서면에 있는 또 다른 헌팅술집 또한 입구부터 남녀들이 줄을 서있었다. 이 술집은 전용 태블릿으로 주문과 헌팅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각 테이블마다 태블릿을 배치해놓았다. 이 태블릿으로 다른 테이블과 안주 및 음료를 걸고 내기를 할 수 있고, 수시로 단체 게임을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술집과 다르게 시간제한이 있고 남녀가 합석 시 각자 테이블을 계산하고 한 테이블에 앉게 하는 등의 운영방침을 내세우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에 테이블마다 남녀가 앉아 술을 먹거나 중앙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헌팅포차 안으로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조명과 시끄러운 노래 소리로 바로 앞자리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술집 중앙 무대에는 클럽처럼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클럽과 달리 50분은 헌팅을 위한 대중가요, 10분은 클럽노래로 댄스타임을 따로 두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사람들에게 흥을 유도한다. 남성들은 다른 테이블의 여성에게 합석을 제안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닌다. 여성들은 도도한 표정으로 자신의 테이블에 오는 남성들과 술을 먹기도 거절하기도 한다. 이미 몇 테이블에선 서로 모르는 남녀가 함께 술을 먹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헌팅문화에 열광하고 있을까. 대학생 김모(24) 씨는 “이른바 각자 살아가는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이 재밌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강모(24) 씨는 "서로 마음이 들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보낼 필요가 없다"면서 ”이것은 하나의 청년 문화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헌팅 술집을 찾은 여성 차모(22) 씨는 “남자가 잘 생겼고 재미있으면 같이 술을 마시며 즐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랑없이 원나잇스탠드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불가능하다’의 답변보다 2배 이상 많다(사진: 알바천국).

소셜데이팅 앱 '정오의 데이트'에서 전국의 남녀 3만 1944명을 조사한 헌팅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헌팅을 당한다면 여성 중 39%가 ‘속으로 기뻐하며 연락처를 준다’고 답했고, 남성 중 80%는 ‘속으로 기뻐하며 연락처를 준다’고 했다. 헌팅을 당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여성 26%, 남성 11%에 불과했다.

또한 '알바천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랑 없이 원나잇스탠드가 가능할까?’라는 조사에서 68.75%가 ‘가능하다’고 말했고, 32.15%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엘리사 바이트브렛 교수의 연구에서 원나잇 경험이 있는 대학생 348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다시 만난 적 없다’는 17%, ‘성관계만 한다’는 32.2%, ‘친구로 혹은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결과는 전체의 50.9%나 됐다. 지구촌의 많은 젊은 남녀들은 자유로운 성관념을 가지고 헌팅문화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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