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 참여형 훈련제 도입...예비군 기강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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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 참여형 훈련제 도입...예비군 기강이 달라졌다
  • 취재기자 김승수
  • 승인 2015.08.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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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사용 등 실감 훈련에다 성과 따라 조기 퇴소...어영부영 시간때우기 없어져

예비역 대학생 안승인(24, 경남 김해시 장유면) 씨는 군에서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후 매년 학생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김 씨는 예비군 훈련을 받을 때마다 재미가 없고 힘들기만 했다. 사격 성과가 좋으면 조기 퇴소를 시켜주지만, 그건 극소수 예비군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이고, 나머지는 지루한 훈련을 하루 종일 받아야 했다. 다른 예비역 대학생 김도형(25, 부산시 남구) 씨도 학생 예비군 훈련이 따분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는 “대강대강 하려는 분위기 속에 이루어지는 훈련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재미없고 형식적이었던 학생 예비군 훈련이 올해부터 싹 바뀌었다. 이른바 ‘자율참여형 훈련’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국방부가 운영하는 예비군 홈페이지의 ‘예비군 뉴스란’에 실린 글에 따르면, 국방부는 예비군을 진정한 예비 전력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성과 위주의 자율 참여형 예비군 훈련 체계를 도입하고 훈련 여건을 대폭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학생 예비군 훈련은 형식적이었다. 훈련을 해도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고, 현역 조교들은 예비군들을 통제하는데 진땀을 빼기 일쑤였다. 각개전투나 사격 등 기초적인 훈련조차도 훈련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없으니 대충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조교와 교관 역시 지치기 마련이다. 예비역 대학생 박성준(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기존의 예비군 훈련은 교관도 지쳐보이고 훈련자들도 하기 싫어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훈련의 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바뀐 자율참여형 훈련은 시가지 전투, 목진지 전투, 수색정찰, 사격, 안보교육의 5단계로 이루어져있다. 시가지 전투는 타격조와 지원조로 나뉘고 적을 사살한 뒤 훈련장 끝에 있는 깃발을 흔드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목진지 전투는 분대원의 경계 속에 예비군들은 연습용 클레이모어에 뇌관을 연결한 뒤 터트려 보고 연습용 수류탄을 던지는 훈련을 실시한다. 수색 정찰을 위해 예비군들은 산악지형에서 엄폐하기도 하고 정찰 및 수색을 통해 적을 수색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여기서 실감 나는 적 발견 상황을 위해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동원되기도 한다. 사격은 실탄으로 실시되며 총 5발을 쏘는데 그중 3발이 탄착군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탄착군의 형성된 인원이 분대원 10명 중 6명이 넘어야 합격이다. 안보교육은 동영상 시청 후 시험을 통해 분대 평균 80점 이상이 나와야 합격이다.

우선, 새 제도에 의해 학생 예비군 훈련은 분대별로 진행되는데, 분대 편성은 훈련장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10명씩 1분대로 편성된다. 10명 중 다수결로 분대장 한 명을 지정하고, 분대장은 훈련 내내 분대를 통솔한다. 예비군들은 훈련장에 투입되기 전에 훈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훈련 요령을 배운 후 실제 훈련장에 배치된다.

각 분대는 각 단계별로 이동하면서 훈련을 실시하는데, 각 단계 훈련이 끝나면 1차시도 합격/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여기서 교관으로부터 합격판정을 받고 합격 도장을 받아야 분대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바로 재도전을 해도 되고 다른 단계 훈련 합격을 받고 난 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코스로 돌아 와서 재도전할 수도 있다. 5개 코스를 속속 합격 판정을 받으면 오후 3시경 퇴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2차 시도에 걸쳐 불합격 도장을 받으면 조기퇴소는 물거품이 되고 18시까지 훈련을 받아야 한다. 예비군들의 훈련 열기와 자발적 참여가 눈에 뜨일 정도로 확 바뀌었다. 합격 도장을 빨리 받기 위해 분대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안승인 씨는 새롭게 바뀐 훈련제도에 대만족한다. 안 씨는 “새 제도는 분대원 모두가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요술같은 제도였다”며 “이 시스템이 계속 유지디면 효과 만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련이 재밌어졌다고 강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각 훈련 코스의 교관이 합격의 기준을 엄정하게 판단한다. 대충하는 시늉만 하는 훈련이 아니라 실제 연습용 뇌관을 이용해 기관을 터뜨려 보기도 하고 연습용 수류탄을 던지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장난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훈련자가 있으면, 해당 분대는 즉시 훈련이 중단되고 불합격에 동그라미가 쳐진다. 이번에 바뀐 제도로 훈련을 받은 대학생 조모(24)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도형(25) 씨는 예전에는 예비군 훈련을 받은 뒤에도 군복이 깨끗했는데 이번에는 군복이 더러워져서 집으로 돌아갔다. 김 씨는 “더러워진 군복이 훈련이 정말 힘들고 제대로 실시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부대에서 조교로 근무하다 전역한 송문창(24,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씨는 이전 학생 예비군 훈련에 비해 새롭게 바뀐 학생 예비군 훈련은 효율적이라고 느꼈다. 송 씨는 “대강하던 예전 학생 예비군과는 달리 요즘 학생 예비군은 훈련자의 자세부터 확 바뀌고 실제 훈련의 성과도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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