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의 사소한 규정위반 노리는 ‘팜파라치’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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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의 사소한 규정위반 노리는 ‘팜파라치’ 기승
  • 취재기자 임동균
  • 승인 2015.08.0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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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 잠시 벗었다고 몰래카메라 찍어 당국에 고발, 보상금 받기도
▲ 요즘 약국들이 약사들의 허점을 노려 포상금을 벌려는 얌체형 팜파라치에 표적이 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동균).

최근 전국적으로 약국 신고 포상금을 노린 ‘팜파라치’가 활개를 치고 있다. 팜파라치는 약국을 뜻하는 '파머시(pharmacy)'와 '파파라치(paparazzi)'가 합쳐진 말로 약국을 돌아다니며 약국의 불법 행위를 포착하고 신고하여 포상금을 챙기는 사람을 말한다.

팜파라치는 약국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를 시민이 고발하면 포상금을 주는 시민포상금제를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면서 생겨났다. 보건복지부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조제 행위나 병원과 약국 간의 담합 행위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팜파라치’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다르게 약사들의 업무 수행 상 소소한 허점을 노리고 보상금을 타내는 얌체형 팜파라치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약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약사는 위생복 착용이 법적인 의무 사항이어서 약국에서 항상 하얀 가운을 입고 있어야 했다. 팜파라치는 이를 노려 무더운 여름날이나 점심시간에 약국에서 가운을 잠시 벗고 있는 약사를 몰래카메라로 찍어 협박하거나 신고해서 보상금을 챙겼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약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약사 가운 착용 의무화 규정이 폐지됐고, 그후 가운을 입지 않은 약사를 노리는 팜파라치는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직도 약사법에 존재하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조제 행위’ 조항을 노리는 팜파라치가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 행위는 약사가 아닌 약사의 보조원이나 종업원이 약봉지를 환자에게 건네는 행위도 포함되기 때문에 팜파라치들의 포적이 되고 있다. 적발 시, 약사는 10일 간 영업정지를 받거나 과징금 57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이를 신고한 팜파라치는 과징금 570만 원의 20%에 해당하는 114만 원을 포상금으로 받게 된다. 한 약사는 “일반적으로 약에 대한 전문지식 없어도 손쉽게 신고해서 큰 액수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팜파라치들이 이점을 노린다”고 말했다.

포상금이 크다 보니, 팜파라치 양성 학원은 물론 팜파라치를 위한 카메라 등을 소개해주는 글이 인터넷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 인터넷 블로그에는 약국을 상대로 한 신고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팜파라치가 새로운 부업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팜파라치 학원과 장비를 알려주는 곳은 많다(사진: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팜파라치는 주로 큰 규모의 약국보다는 1인 약사가 운영하는 중소형 약국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2014년 12월 6일 자 <약사공론>지 기사에 따르면, 직원과 둘이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한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매대에서 감기약을 집은 후 직원에게 “이거 감기약 맞죠? 하루 세 번 먹으면 되는 것 맞죠? 계산해주세요”라고 종업원에게 답변을 유도한 후 약을 가져갔다. 이 모든 것이 약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사는 신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부산시 남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태일 씨는 팜파라치는 종종 2인조로 활동하면서 한 명이 약사의 시선을 끌고 한 명이 종업원에게 다가가 약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팜파라치가 종업원에게 자양강장제를 하나 달라고 한 뒤, 넌지시 두통약을 요구하여 약사가 바쁜 상황에서 종업원이 약을 건네게끔 상황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환자가 급하게 찾아와 종업원에게 처방전 없이 전문 의약품을 달라고 요구하여 응급 상황을 만들어 내는 등 팜파라치의 수법은 다양해지고 있어 약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를 요청받은 약사들은 팜파라치라는 단어를 듣고는 고개를 젓거나 조제실로 들어가 취재에 응하지 않는 등 팜파라치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국들은 종업원을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은 물론 불법행위를 유도하는 장면을 학보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약국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점심시간에 아예 약국문을 닫기도 한다.

▲ 요즘 약국들은 점심시간이면 문을 걸어 잠그고 팜파라치들의 표적이 될 위험 요소를 아예 없애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임동균).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익 침해행위에 대한 포상금은 건강 분야에 3억 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식품위생법 위반이 건강 분야 포상금의 58.2%,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건강 분야 포상금의 8.8%, 다음으로 팜파라치가 노리는 약사법 위반으로 받은 포상금이 건강 분야 포상금의 8.1%로 나타났다.

▲ 이 그래프는 권익위가 밝힌 2015년 상반기 건강 분야 공익침해행위 보상금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약사회 최헌수 기획홍보팀장은 팜파라치에게 대응하기 위한 협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에 따르면, 약사회는 전국의 약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보상금을 목적으로 공익침해를 저지르도록 유인, 조장해 위반 사실을 신고할 경우 보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공익신고 보상금 지급 기준'을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서 제도화를 정부에 요구해서 받아들여진 상태다.

최 팀장은 팜파라치에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약사들에게 약국 차원에서 종업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사가 조제 중이거나 다른 환자에게 복약 지도하는 중에는 종업원이 또 다른 환자에게 약을 판매하거나 전달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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