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컨텐츠 무단 사용 조심"...저작권 사냥꾼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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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컨텐츠 무단 사용 조심"...저작권 사냥꾼 기승
  • 취재기자 임동균
  • 승인 2015.07.2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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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들이 사이버 공간서 '건수' 찾아 추적통해 소송 위협, 거액 합의금 뜯어

대학생 이승주(25, 울산시 남구) 씨는 몇 년 전 저작권 때문에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당시 이 씨는 인터넷 판타지 소설을 보기 위해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는 회원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등업’ 게시판을 두고, 여기에 소설을 한 개 이상 게시한 회원에게만 등급을 올려주고 소설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씨는 회원 등급을 올리기 위해 등업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소설 하나를 다운로드하여 게시했다. 그렇게 소설을 올린 이 씨는 회원 등급이 상승할 수 있었고, 등급에 따른 판타지 소설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등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대부분 똑같은 소설인데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었다”며 “딱히 저작권 표시가 돼 있지 않아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몇 달 후에 걸려온 전화였다. 경찰은 한 법무법인이 이 씨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발했다며 경찰서에 출석하고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법무법인 측에서 빨리 합의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아 며칠간 불안에 떨었다. 결국 이 씨는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합의하고 나서야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소설을 마치 저작권이 없는 것처럼 인터넷에 뿌려놓고, 그것을 가져다 쓰게끔 유도해서 고소하는 덫에 걸린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 씨의 사례처럼, 최근 네티즌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나 글 등을 공유하는 것을 노리는 저작권 사냥꾼이 활개 치고 있다. 저작권 사냥꾼은 일부러 출처와 설명 없이 글, 만화, 그림, 사진, 음악, 폰트 등을 배포해놓고 그것을 사용하는 네티즌의 IP를 추적해 고소하고 저작권 합의금 장사를 벌이고 있다. 합의금은 몇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권모(28, 서울시 관악구) 씨는 얼마 전, 자신이 구매한 스마트폰 폰트를 블로그에 캡처 형태로 올렸다. 그러자 몇몇 네티즌이 비밀 댓글로 폰트를 교환하자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그는 조금은 찝찝했지만, 폰트 교환에 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작권자 측으로부터 폰트를 적법한 절차로 구매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결국, 권 씨는 폰트를 교환했다는 이유로 저작권자 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그는 “어떻게 교환한 사실을 알았는지 의문”이라며 “폰트 구매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 메일을 폰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보내놓고 불법적으로 취득한 폰트를 소유한 사람을 잡아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작권 사냥꾼이 실제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은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권 씨는 폰트 저작권자 측으로 합의금으로 총 110만 원을 요구받았다. 그는 “분명 내가 교환한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정상적인 폰트 가격이 3,500원을 넘지 않는데 법이라는 공포를 이용하여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사냥꾼들이 합의금을 받아내는 수법도 치밀하다. 홍모(26, 충북 청주시) 씨는 만화를 잘못 올렸다가 저작권 사냥꾼으로부터 고소당했다. 그는 당시 형사 소송이 먼저 들어 왔지만, 합의를 하지 않고 기소유예를 받았다. 하지만 형사 소송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는 다시 민사 소송이 들어왔다. 홍 씨는 “돈을 받아내려고 별 방법을 다 쓰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 저작권 사냥꾼에게 당한 네티즌들이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는 글이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사진: 저작권 관련 소송에 휘말린 네티즌이 모인 카페 게시판 화면 캡처).

민사 소송을 건 법률 회사는 그에게 처음 합의금으로 550만 원을 요구했다. 홍 씨는 합의금이 부담스러워 인터넷 카페의 사례들을 찾아보다 합의금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그는 이전 사례들처럼 집안 사정과 개인적인 사정을 얘기하고 변호인 답변서까지 쓰고 나서야 겨우 250만 원까지 내릴 수 있었다. 홍 씨는 “처음에는 금액을 크게 불러, 겁을 준 뒤에 합의금을 낮춰주고 합의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사냥 수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 사냥꾼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이유로 바로 기존 저작권법의 고소권자가 아니라도 고소할 수 있는 ‘비친고’ 조항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작권 사냥꾼은 저작권자가 아닌 법률 회사가 대부분이다. 법률 회사는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데도 이 비친고 조항 때문에 자신들이 네티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합의금을 받아낸 뒤, 저작권자에게 일부 금액을 주고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작권 침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 피해 금액이 100만 원이 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저작권 사냥꾼 방지법’이 최근 국회 교문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저작권 사냥꾼이 급증하자, 문광부 산하 저작권 위원회의 저작권상담센터에 의뢰한 상담 건수가 2013년 46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4년에는 207건으로 450% 증가했다. 저작권위원회의 법률 상담관도 당초 3명에서 지난해 10명으로 늘어난 상태이다.

저작권 위원회 김찬동 법제연구팀장은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이 저작권 사냥꾼이 나타난 주요 원인이라며, 네티즌들이 저작권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선, 인터넷을 통한 저작물 이용은 공짜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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